[사설] 전지적 영남시점, 수도권 차출론/경기도 자존심 건드리면 안 된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경기도 정치권을 술렁이게 했다. 변화를 강조하며 던진 영남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출마론이다. 구체적으로는 ‘영남의 스타들이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는 ‘제안 받은 바 없다’며 ‘정식으로 제안해오면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대구 달서구을)도 “혁신위가 당의 혁신을 위해 중지를 모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김 대표나 윤 원내대표 모두 떨떠름한 반응임은 틀림 없어 보인다.
영남 중진의 수도권 차출론은 아주 식상한 주제다. 영남이 중심인 국민의힘이 선거 때마다 고민하는 과제이기도 하다. 이번에는 영향이 적지 않게 있을 것 같다. 보궐선거 참패의 충격으로 탄생한 혁신위다. 당 지도부 교체론을 덮어 주고 있다. 여전히 수면 아래 꿈틀댄다는 얘기다. 이런 상태에서 당 지도부가 혁신위 의견을 뭉개기는 어려워 보인다. 안 그래도 ‘김기현 지도부 얼마 못 간다’며 굿판을 벌이는 주변 인사들이 여럿 있다. 5개월 남은 총선 일정도 혁신위 측에 유리한 시간표다.
이래서 살피게 되는 것이 경기도 정치의 자존심이다. 지금 영남권 의원 수도권 차출론의 시점은 철저히 영남 중심이다. 영남 중진들을 향해 ‘수도권으로 옮기라’고 명했다. 영남 중진들이 ‘생각해보겠다’며 수용 유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으로 가라고 명령 받은 것도 영남, 갈지 안 갈지 결정할 것도 영남이다. 출마하라는 곳은 ‘수도권 험지’다. 그런데 그 수도권 험지의 목소리는 없다. 영남이 결정하면 되고 그러면 수도권은 군말 없이 자리를 비워야 하는 것처럼 여겨지고 있는 건가.
인요한 위원장의 관련 인터뷰를 다시 살펴보자. ‘서울 험지’에 와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분명히 수도권이 아니라 서울을 특정하고 있다. 그런데 언론 등이 이걸 ‘수도권 험지’로 슬그머니 넓혀 놓은 것이다. 분명히 해야 한다. 서울인가. 아니면 수도권인가. 수도권이라면 경기도를 포함하는가. 경기도 포함에는 신중을 기하길 바란다. 경기도는 서울과 다르다. 도농 복합적 전통이 남아 있다. 지역 정서가 무시 못할 요소다. 경기도에 먹힐 ‘영남 스타’도 웃기는 표현이다. 경기도가 우습나.
김기현 당 대표가 수원에서 당선될 수 있을까. 윤재옥 원내대표가 성남에서 이길 수 있을까. 그렇다고 변방 시·군에 차출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59개 경기도 선거구를 만만히 보면 안 된다. 지역구마다 유권자가 있고, 고유 정서가 있고, 기존 정치인이 있다. 섣불리 건드리면 역풍 맞는다. 선거 때 역풍은 곧바로 참패다. 경기도를 포함하는 수도권 차출론, 이 표현에 정치권도 언론도 조심해야 한다. 영남 거물입네 하며 경기지사 선거에 나섰다가 본선도 못 간 아무개의 실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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