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현진의 돈과 세상] [147] 정략결혼
진정한 사랑은 신분을 초월한다. 우리나라의 춘향전과 서양의 신데렐라가 그러하다. 그런데 돈과 신분 상승을 향한 욕망이 사랑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정략결혼이다. 최근 재벌 3세임을 주장하는 사람의 막장 사기극이 그러하다. 한 편의 코미디다.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는 정략결혼을 소재로 많은 코미디를 남겼다. ‘강제 결혼’이라는 작품은 재산을 노리고 60대 홀아비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하는 젊은 여자를 풍자했다. ‘수전노’는 자식들을 돈 많은 과부나 홀아비와 결혼시켜 재산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된 중년 남자를 그렸다. ‘귀족 수업’은 외국 귀족과 사돈이 되려고 비굴하게 처신하는 중산층의 신분 상승 욕망을 꼬집었다. 작품에 등장하는 귀족마다 한결같이 우스꽝스러워서 루이 14세가 공연을 금지하기도 했다.
몰리에르가 살았던 17세기 프랑스는 배금주의와 신분을 둘러싼 위선이 최고조였다. 돈만 주면 누구라도 공직에 오를 수 있고 공직자는 복장을 통해 신분을 과시하는 것이 법률로써 보장되었다. 그래서 ‘법복귀족(노블레스 드 로브)’이라는 말까지 있었다. 왕실과 결탁한 법복귀족들의 분탕질이 끊이지 않는 바람에 프랑스는 결국 혁명을 맞았다.
몰리에르는 정략결혼을 익살스럽게 그렸지만, 영국의 버나드 쇼는 심각하게 다뤘다. ‘워런 부인의 직업’이라는 작품에서 영국 귀족의 위선과 속물근성을 꼬집었다. 성매매를 경멸하면서도 그 사업으로 크게 돈 번 포주와는 사돈을 맺고 풍요를 누리기를 은근히 바라기 때문이다.
쇼는 성매매가 윤리 문제가 아닌, 경제 문제라고 파악했다. 그는 작품을 쓰려고 사회를 관찰했고, 사회를 관찰하려고 경제를 연구했다. 그래서 “내 작품에서 경제학이 차지하는 역할은 미켈란젤로 작품에서 해부학이 차지하는 역할과 같다”고 말했다. 경제학자에 가까웠던 버나드 쇼가 1950년 11월 2일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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