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민의 코트인] 자신감과 부담감 사이에 있는 이준희의 슛
약 두 달 전, 수원 KT 빅토리움에서 펼쳐졌었던 원주 DB와 수원 KT와의 연습 경기. 현재도 그렇지만 당시 특히, KT는 국가대표 차출과 부상자 발생 탓에 온전한 전력으로 연습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수원을 방문해 연습 경기를 앞뒀던 한 DB 관계자가 말했다.
“우리는 컵대회에서 전력투구해야지” 웃음 섞인 농담과 함께, 그날 DB는 러셀 웨스트브룩을 연상케 하는 이준희의 맹활약을 앞세워 KT를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게 무더위가 선선한 가을바람으로 바뀔 무렵, 군산에서 치러진 컵대회에서 DB는 예상과는 달리 KT와의 연장 승부 끝에 패배하며 일찍이 원주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컵대회에서 KT한테 당한 패배가 오히려 약이 됐네요. 선수들뿐만 아니라, 특히 코칭스태프에게 더욱 그랬던 것 같아요”
31일, 이천에서 치러진 상무와 DB의 KBL D리그 개막전. 7명의 선수와 경기장에 들어선 이광재 코치가 말했다. 많은 팬들이 알고 있듯, 현재 정규리그에서 DB는 디드릭 로슨과 이선 알바노를 중심으로 해 개막 4연승, 단독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중이다.
예전보다 두터워진 벤치 뎁스에 타짜 선수들이 비빔밥처럼 잘 어우러져 아주 완벽한 경기력을 연출하고 있다. 비시즌에 구상했던 모습들이 서서히 나오고 있는 셈이다.
두터워진 벤치 뎁스, 팀 입장에선 하염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는 더욱 단단해진 기회의 벽을 뚫어내기 위해 몇 배 그 이상으로 노력을 해야 하기도 한다.
특히나 김주성 감독이 2022-2023시즌 감독대행 꼬리표를 달고 막 지휘봉을 잡았을 때, DB의 기대주 중 한 명이었던 이준희는 평균 10분 정도로 적당한 출전 시간을 보장받았었다. 또 이번 오프 시즌까지도 그랬다.
“(이)준희는 장단점이 분명한 선수다. 본인에게 부족한 슈팅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려주려 한다. 수비나 신장은 굉장히 좋은 선수다”
현대 농구의 핵심 키워드를 뽑자면 빠른 공수 전환, 여기에 넓은 공간 활용이라 할 수 있다. KBL에서도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고 모든 선수가 3점슛을 던지고 있는 추세이며 속공 상황에서도 주저 없이 외곽슛을 던지는 장면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빗대어봤을 때, 당연한 말이지만 슈팅은 필수적인 요소. 다른 부분에서는 큰 결점이 없는 이준희이지만,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은 애석하게도 3점슛이다. 이준희도 스스로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연습 혹은 시합을 할 때마다 느끼는 부분인데 슛은 베이스로 깔려야 한다. 예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제일 중요한 건 자신감이라 생각한다”
상무와의 D리그 경기에서도 3쿼터 중반까지 3점슛을 8개 시도해 1개밖에 성공하지 못했던 이준희다. 상무도 이를 인식하고 이준희에게 새깅 디펜스를 적용하거나 2대2 수비 시 골밑으로 확실히 쳐져서 돌파 공간을 차단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준희는 오히려 부담을 내려놓으면 3점슛 라인보다도 더 먼 거리에서 외곽포를 정확하게 꽂기도 한다. 이날도 그랬다. 승부가 결정나고 선 50%가 넘는 3점슛 성공률을 기록해냈다.
“슛 연습을 많이 가져가되, 생각 없이 가볍게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하나 두 개 들어가면 부담이 내려가니 잘 들어가는 것 같다. 그런 것을 떨치고 경기를 할 때 제일 잘 풀린다”
전반 막바지와 3쿼터 초반, 이준희의 오픈 3점슛이 1~2개 들어갔더라면, 이날 경기의 흐름은 DB가 확실히 쥐어잡을 수 있었다. 이준희도 경기가 끝난 후, 아쉬운 표정으로 “제가 한두 개 넣어줬으면...”하고 당시 상황을 계속해 곱씹으며 코트를 빠져나갔다.
D리그는 사실 외부적인 시선에서 지켜봤을 때, 2군 리그라는 성격이 강하다. D리그에서의 알파벳 ‘D’도 성장을 뜻하는 Development의 약자로 유망주 발굴과 리그 활성화에 큰 의의를 두고 있다.
종종 주전급 선수들이 기량 향상이나 부상 회복, 컨디션 조절 차 나서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정규리그에서 코트를 밟기 어려운 선수들로 이뤄져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이천, 관중들도 거의 찾아오지 않는 발걸음 뜸한 이곳에선 경기에 나서는 모든 선수들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그 단 한 번의 기회를 붙잡기 위해 매일같이 치열하게 경기를 펼치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여기서 잘하면 1군 경기에서도 출전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어요. 하지만 저는 D리그 자체로도 코치님과 함께 왔으니 여기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사실 제가 훈련량이 부족하다 보니 많이 쳐졌던 건 사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자신감을 부여해 주시고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감사함을 느끼고 있는 중이에요”
최승빈과 함께 일찍이 코트에 나와 슈팅 연습을 가장 많이 하고 있던 이준희. 그런 이준희의 노력 과정을 알고 있기에 이광재 코치도 이준희 3점슛 성공 하나하나에 박수갈채로 화답하는 모습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준희는 왜 팀 DB가 잘 돌아가고 있는지, 주 득점원 외에 선수들은 어떻게 움직임을 가져가고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다.
인터뷰 내내 이준희가 가장 많이 언급했던 단어는 자신감과 부담감이었다. 부담감을 극복하고 그 부담감을 자신감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상황이다.
“내일이나 다가올 경기에선 더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플레이해 코치님께 승리까지 이어질 수 있는 슛으로 꼭 보답하고 싶네요”
#사진_점프볼 DB(배승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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