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 서울시 편입 발언 이후…하남·고양시 등도 목소리 높아지나?

김현주 2023. 10. 3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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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넘어 수도권 전반 화두 급부상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경기 김포시 김포한강차량기지를 찾아 김포 골드라인 종합관제실을 둘러보고 있다. 뉴스1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5개월 앞두고 김포시를 비롯한 경기도 일부 지역의 서울시 편입 문제가 정치권을 넘어 수도권 전반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뉴스1에 따르면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0일 서울 생활권인 경기 김포시를 서울시로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은 뜬금없는 소리라고 일축했지만 명확히 찬성·반대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총선을 앞두고 김포시 편입 카드를 던진 것을 두고 수도권 총선 전략 아니겠냐는 시선이 주를 이루고 있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수도권 선거 분위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경기도 일부 지역의 서울시 편입이라는 거대 담론을 던져 민주당 색이 짙은 경기도에서 국민의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도 반대할 수도, 찬성할 수도 없는 곤혹스러운 입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도 국민의힘으로서는 매력적이다. 또 통합신공항이라는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대구시와 군위군 통합까지도 3년이나 걸린 만큼 선제적 제안을 해도 손해 볼 것은 없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과거 참여정부때 '수도 세종시 이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당시 열린우리당이 충청권을 발판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이명박 정부때 '뉴타운 개발 공약'으로 여당의 총선승리를 이끈 전례로 비추어 정치공학적으로 야당으로서는 반대만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찬성을 한다고 해도 여론 선점효과 때문에 여당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있다. 앞서 통합신공항 경우 처럼 시기적으로 오래 걸릴 가능성이 있지만, 이슈화만으로도 여당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관측이 여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경기도 지역의 서울시 편입 문제는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1980년대 김포시의 서울시 편입 논의가 있었다. 하남시가 경기 광주에서 분리된 1980년대부터 서울 편입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김포시 등 편입 논의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은 한강 이남에 위치한 김포시의 경기북부자치도 편입에 반대하며 서울 편입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불과 하루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당장 같은 서울 생활권인 하남, 광명, 구리, 고양까지 편입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만약 이런 안이 추진될 경우 현재 인구 940만명 규모의 서울시는 최대 1170만여명으로까지 늘어나 메가시티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인구 100만명이 넘는 고양시를 서울시 고양구로 편입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김포시 편입 논의가 공론화되면서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다른 서울 생활권 경기도 지역도 뒤처질세라 가세하고 있다.

박수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서울은 아직 작다'라는 글에서 "김포만 편입 대상으로 삼을 필요가 없다"며 "주민의 생활권과 행정구역을 일치시켜 주는 노력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이기에 고양, 구리, 하남, 성남, 남양주, 의정부, 광명, 과천, 안양 등도 주민의 뜻을 묻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 당협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김포뿐 아니라 고양시도 서울로 편입시켜 행정권과 생활권을 일치시키길 바란다"며 "경기 인구 1300만명. 너무 많다"고 했다.

김기현 대표는 31일 윤석열 대통령의 시정연설 후 기자들과 만나 "서울 주변 도시의 경우 주민의 의사를 존중해서 생활권과 행정구역이 일치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길이라는 원칙 아래 주민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해서 처리하는 것이 옳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김포뿐 아니라 광명·구리·하남시 등의 지역도 서울 편입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현재 단계로선 김포를 우선적으로 (서울 편입을) 생각했고 나머지 지역은 지역민의 요구가 있거나 시의 요구가 있을 때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포시 주민 85%가 서울로 출퇴근 하는 상황에서 이번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상당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광명시 역시 서울시 구로구, 금천구 등과 접해 있고, 하남시 실질적 생활권이 서울 동부권에 속해 있어 딱히 반대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들 지역은 교통생활권 뿐 아니라 학군이 경기도 학군에서 서울시 학군으로 편입된 다는 교육적 효과, '김포를 제2의 판교로 만든다'는 식의 서울시 편입에 따른 부동산 호재 등이 맞물리면서 지역 주민들이 찬성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오사카·파리·베이징 등 세계적인 '메가시티' 분위기도 서울 편입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다만 지역별로 이견이 나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김포시 고촌읍의 경우 전입 주민 상당수가 자녀들의 농어촌전형 대입 준비하고 있어 서울시 편입이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또 지역 주민의 요구대로 서울시에 김포 등이 편입될 경우 경기도 지역 전체 발전 저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주택과 부동산 정책, 도시계획을 전공한 김진유 경기대 교수는 "경기도에서 서울에 인접한 시군이 담당하는 역할이 있다"며 "그런 시군이 하나둘씩 서울로 편입시켜달라고 했을 때 경기도와 서울시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하남과 김포시 등 시민들의 입장만 고려하지 말고 경기도 전체도 고려해야 한다"며 "생활권은 이미 통합이 돼 있는 상황에서 행정적으로 통합을 하려면 하남-김포(서울 편입)와 같은 방식이 아닌 경기-인천-서울 사이의 통합과 같은 큰 그림이 있는 상황에서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나와야 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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