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의료체계 위기와 ‘거버넌스’의 부재[기고/양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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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구축되기 시작한 지 30년이 되어가고 있다.
거버넌스의 어원 그대로 사회 안전망인 응급의료시스템이라는 큰 배를 국가가 책임지고 견고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풍랑과 암초를 피해 끊임없는 항해를 지속해 나가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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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45억 원으로 시작된 기금은 현재 연간 4000억 원이 넘는 규모로 매년 투입되고 있으며 중증응급환자를 최종 치료하는 역할로 구축된 권역응급의료센터 사업이 시작되면서 예방 가능한 외상사망률도 더디지만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응급실 뺑뺑이’로 인한 안타까운 사망사고가 연이어 터지면서 응급의료시스템의 총체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현장에서 119구급대가 이송 가능한 응급실을 찾지 못하는 문제, 응급의료기관들의 수용 곤란 문제와 더불어 현장부터 최종 치료 가능한 병원에 도달하기까지 원활한 연계가 되지 못하는 점, 컨트롤타워 부재 등이 계속 지적되고 있다.
응급의료체계는 크게 현장부터 응급실까지를 뜻하는 ‘병원 전 단계’와 응급실과 최종 치료까지 연계되는 ‘병원 단계’로 나누어 설명할 수 있다. 각 단계를 책임지는 기관들은 대표적으로 소방청(119)과 보건복지부이며 각각의 운영·관리시스템은 앞서 언급한 선진국들의 사례와 비교해도 손색없이 운영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특히 응급의료를 전담하는 법과 전용 예산이 있다는 것은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도 뛰어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문제는 지속 가능한 ‘거버넌스’의 부재라고 본다. 최근 선진 사례라고 보도되는 일본과 미국도 초기에는 응급실의 과밀화와 장기 대기 환자에 대한 문제, 구급차 이송 곤란 사례들이 지적된 바 있었다. 해당 국가들이 이를 개선하기 위해 수립한 대책은 ‘거버넌스’였다. 분절된 시스템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기구를 설치하고 독립적인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부처 간의 협력관계를 이끌고 통합적인 계획안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응급의료시스템은 어떤가?
응급의료는 시작부터 현재까지 항상 필수의료였다. 항상 부족한 자원으로 예측하지 못하는 상황에 24시간 대비하고 있어야 했으며, 그 어느 의료 분야보다도 국가와 지자체의 책임과 역할이 강조되는 분야였다. 그러나 막상 실상을 들여다보면 책임있는 주체는 보이지 않았으며 정부의 계획마다 언급되는 소위 컨트롤타워라는 중앙응급의료센터는 여전히 국립중앙의료원의 일개 부서로 계속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정부는 필수의료대책을 발표했다. 그리고 그 과제 중에 하나로 지역·필수의료 혁신 추진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했으며 ‘국가 거버넌스 확립 및 재정 투자 확대’를 약속했다. 그러나 특정 병원들의 역량을 끌어올리고 비상임 위원회들을 구축하는 것만으로 작금의 상황은 개선되기 어렵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거버넌스의 어원 그대로 사회 안전망인 응급의료시스템이라는 큰 배를 국가가 책임지고 견고한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풍랑과 암초를 피해 끊임없는 항해를 지속해 나가면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시점이다.
양혁준 가천대 길병원 교수·권역응급의료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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