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뉴스 학습' 주도권, 언론·포털 소송 이어지나
동아·조선·중앙, 신문협회TF 참여
연합뉴스도 '제값 받기' 취지 주시
생성형 AI 학습에 사용되는 뉴스 데이터를 두고 네이버 등과 각을 세우고 있는 언론사들의 공동대응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일찌감치 대오를 꾸린 한국신문협회(신문협회) 관련 TF에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등 3대 신문사가 모두 참여했다. ‘하이퍼클로바X’의 뉴스 이용이 ‘제휴약관’ 위배 소지가 있다는 판단 등으로 중지가 모이며 조만간 신문협회나 언론사 차원의 입장발표, 소 제기 등도 예상된다. 이 같은 활동에 불참했던 연합뉴스도 ‘뉴스 제값받기’ 취지에서 여타 언론과 보조를 맞출 여지를 드러내며 주요 매체가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8월 생성형 AI의 뉴스 학습데이터와 관련해 국내외 AI 기업에 정당한 대가 지급 및 보상체계 마련 등 입장을 공표했던 신문협회는 ‘생성형 AI 공동 TF’를 꾸리고 지난달까지 총 네 차례 공식 모임을 진행했다. 갈수록 참여사가 늘었고, 최근 회의엔 한국온라인신문협회 회원사 일부도 합류하며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를 비롯해 서울경제와 이데일리,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등 종합·경제 일간지, 강원일보와 영남일보, 충청투데이 등 지역사까지 총 10개 주요 신문이 동참했다. 실무자들이 일종의 ‘싱크탱크’로서 생성형 AI 전반의 주요 이슈와 대(對) 포털 전략을 논의해 대응 옵션을 제안하면 TF 밖 신문사도 속해 있는 신문협회 디지털협의회 등의 의사결정을 거쳐 실행하는 구조다.
그간 TF 논의결과는 지난달 16일자 신문협회보 <하이퍼클로바X 뉴스 이용, ‘뉴스 제휴 약관’ 위반 소지> 기사로 수렴된다. 네이버는 자사 언어모델의 뉴스 데이터 학습이 약관 제8조 제3항에 의한 합법적 사용이라고 주장해왔는데, 협회의 법률 자문결과 ‘약관상 목적 위배’, ‘신의성실 원칙’ 및 ‘설명의무 규정’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그간 생성형 AI를 둘러싼 해외 언론과 글로벌 IT 기업 간 충돌, 앞선 국내 언론단체의 성명 등에 ‘공정이용 여부’, ‘저작권 위반’ 등 개념이 혼재돼 부딪쳤다면 이는 국내 고유한 포털 종속 환경에 기반한 계약관계를 근거로 접근한다는 점에서 특수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예컨대 현재 네이버 뉴스콘텐츠 제휴약관 제1조는 ‘언론사가 제공한 뉴스기사를 네이버 뉴스 서비스에서 노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사용함’을 목적으로, 제2조는 ‘네이버가 이용자에게 정보(뉴스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으로 서비스 내용을 정의하고 있는데, 신문협회는 AI의 학습을 위한 뉴스 데이터 사용이 “약관 적용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 만큼 “별도 계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서비스 개선,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연구’에 뉴스를 쓸 수 있다는 부분 역시 AI 학습 용도와는 무관하고, 설사 해당 조항이 관련됐어도 충분한 설명이 없었기에 기망에 해당하며, 새 서비스를 예상할 수 없던 상황의 약관 체결이 약관법상 무효란 요지도 더해졌다.
특히 최근 TF가 디지털협의회에 이를 포함해 여러 대응 방식과 후속 조치 등을 부의하는 것으로 사실상 활동을 종료하며 구체적인 ‘액션’이 동반되는 국면이 다가왔다. 향후 신문협회 내 의사결정 결과에 달렸지만 앞선 제휴약관은 법률 전문가의 자문을 거친 결과이고 다분히 공정위 제소나 소 제기 등도 염두한 만큼 절차가 실행될 수 있다. 이에 따른 신규 상설기구 출범 등 협회 조직변화 가능성도 거론된다. 일단 오는 13일 신문협회 주최 관련 토론회, 11월 내 정부 의견서 제출 등이 예정되며 본격적인 공론화 과정 역시 시작을 예비한 상태다.
포털 쪽의 미온적인 태도는 논의 과정에서 난점으로 지적돼 왔다. 만남 횟수 자체가 적었고, 네이버는 해당 미팅이 공식 논의 테이블이 아니며 무엇보다 ‘AI 뉴스 사용료 협상’을 위한 자리가 결코 아니라고 지속 강조해 왔다. 관련한 유일 공식입장이라 할 지난 9월 신문협회 요구사항에 대한 답변서에서 네이버와 카카오는 이용기준 및 적정보상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즉답을 거부하고 원론적 협의 의사만 드러내기도 했다.
TF 관련 한 관계자는 “꼭 수익이 아니라 기술 지원이나 뉴스 데이터 관련 정보의 투명한 공개 등 여러 얘길 해볼 수 있겠다 생각했지만 결국 TF 담당자가 실무자급을 한 번 만났고 대화채널이 닫혔다. 논의 테이블을 위한 논의 자리라는 건데 난감했다”면서 “사별 사정에 따라 다르지만 약관 자체의 문제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처음엔 돈을 얼마나 받나란 생각이 컸던 곳도 결국엔 우리 뉴스에 대해 우리가 주도권을 갖지 못하는 위험성, 2020년 약관 변경 당시 결정에 대한 반성, 장기적으로 네이버와 관계 설정 등을 함께 고민하고 인식을 공유한 게 소기의 성과라 본다”고 했다.
현재 신문협회 중심으로 진행되는 움직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연합뉴스에서도 공동 대응의 여지는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은 국내 매체 중 AI 기업을 상대로 협상력이 가장 큰 매체로 꼽혀왔다. 연합뉴스 관계자는 불참 사유로 “전략적인 판단이었고 지금 단계에선 아닌 것 같았다”면서 “참여하진 않았지만 신문협회나 세계 언론사들이 함께 움직이는 흐름에 동의하며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 20년 간 포털에 뉴스를 헐값에 넘겨온 상황이 이어졌는데 뉴스 콘텐츠 가치를 재평가받는 계기로서 상황을 보며 다른 언론사와 보조를 맞추고 같이 목소리를 낼 의사는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헐값으로 수십여 개 매체 뉴스데이터를 헐값에 파는 중개상들과는 협의 자체를 거부하고, 저작권 침해 확인 시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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