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미희의동행] 모두를 위한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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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오랜 침묵을 깨고 단체 채팅방에 글을 올렸다.
그 아이가 나타난 곳은 그 단체 모임방이었다.
군대를 다녀오고, 팬데믹으로 또다시 속절없이 흘려보내야 했던 그 시간들은 그 아이 또래들에게는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어쨌든 나는 그 아이가 올린 메시지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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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와의 인연은 특별했다. 팬데믹 이전까지 나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쳤었다. 지방에서는 명문 사립으로 통하는 학교였고, 나는 그곳에서 전공과목을 맡아 가르쳤었다. 그 아이는 내 수업을 받던 학생이었다. 말수가 적었고 행동도 차분했으며 표정은 어딘지 우울해 보이던 아이였다. 소설을 쓰고 싶다던 그 아이는 자신의 습작원고를 가져와 수줍게 내밀었다. 중편 분량의 소설은 첫 작품이었지만 나름대로 완성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았다. 그리고 졸업했고, 소식이 끊겼고, 나중에 그 모임에 들어왔다는 걸 알게 됐다. 우선 반가웠다. 잘 있었구나. 팬데믹, 그 고난의 시간에도 잘 견뎌주었구나. 고마웠다. 이십 대, 그 생의 한 시기를 외부와 단절된 채 보내야만 했던, 그 무위의 시간들이 얼마나 아쉽고 또 억울할까. 군대를 다녀오고, 팬데믹으로 또다시 속절없이 흘려보내야 했던 그 시간들은 그 아이 또래들에게는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그렇듯 인생을 설계하고 가열하게 움직여야 할 청춘의 시간을 무력하게 보낼 수밖에 없었으니 그 아이가 가졌을 심리적 타격과 우울함이 얼마만큼 클지 가늠할 수 없다. 어쨌든 나는 그 아이가 올린 메시지 내용을 읽고 또 읽었다. 읽는 동안 자꾸만 마음이 무거웠다. 요즘 자영업자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그 아이는 괜찮을까. 마음먹고 새출발을 했는데 힘들면 어쩌나,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지 못하지 않던가. 그 아이가 부디 기운과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더불어 원하는 목표를 이뤘으면 좋겠다. 그 아이의 생애에 큰 고난이 없기를 기도해야겠다.
은미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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