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대타협 정치로 풀어야 할 국민연금개혁
노무현정부 당시 소득대체율 삭감 사례 본받아야
지난 27일 보건복지부는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공개하였다. 윤석열 대통령도 연금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하였다. 하지만, 정부의 발표는 기대보다는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개혁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커가는 이 시점에서 이 글은 연금개혁 성공을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국민의 고통을 야기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가? 비난 회피의 정치를 연구하는 정치학자들은, 정부는 스마트한 전략을 사용하여 복지삭감의 개혁을 성공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중 대표적인 정책은 삭감정책의 성격을 덜 선명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치가들은 삭감뿐 아니라 혜택도 동시에 제공한다. 이 전략은 우리나라 연금개혁에 특히 유효하다. 많은 전문가가 우리나라는 연금재정 안정화보다는 소득보장의 강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믿는다. 이는 연금재정의 상태가 우려와 달리 상당히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2020년 우리나라 연금지출 규모는 국민총생산의 4%에 불과하여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하게 작다. 참고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의 공적연금지출은 국민총생산의 9.2%에 달한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75세 이상 노인빈곤율(중위소득의 50% 기준)은 52%로, OECD 국가 평균의 세 배에 달한다. 이렇게 노인빈곤이 심각한 상태에서 재정안정화만을 위해 추가적 부담을 요구하는 것은 국민의 저항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연금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급여혜택도 추가되어야 한다.
다만, 일각에서 주장하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상향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 국민연금 보험료의 인상을 추진하는 마당에 소득대체율 인상을 추진하면, 이는 자동으로 다시 보험료 인상의 필요성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또한, 국민연금의 급여 인상은 현 가입자부터 적용되기 때문에 빈곤에 가장 시달리고 있는 현 노인세대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런 점에서 국민연금 급여 인상보다는 기초연금의 급여를 인상하고, 수급자의 범위도 현재의 소득하위 70%에서 80%까지 확대하여 국민연금수급자도 기초연금을 동시에 수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비난 회피를 위한 또 다른 전략은 정치적 대타협이다. 우리나라는 정치적 대타협을 통해 연금개혁을 성공시킨 사례를 가지고 있다. 2006년 개혁 당시 노무현정부는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을 60%에서 40%로 급진적으로 삭감하는 개혁을 시도하였다. 당시 대통령은 낮은 국민지지율로 인해 야당의 동의 없이 개혁을 하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야당이 주장하는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함으로써 세계에서 유례 없는 삭감개혁에 성공할 수 있었다.
현재 정부의 연금개혁 행보는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개혁을 주저하는 비난 회피의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비난 회피로 일관한다면 개혁의 길은 요원해진다. 정부가 연금개혁을 반드시 성사시키고자 한다면, 지금이라도 대타협의 정치에 나서야 할 것이다.
김원섭 한국연금학회장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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