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우의 히트앤드런과 문상철의 기습번트···NC-KT의 9회를 흔든 ‘두 장면’[PO2 벤치 리뷰]

KT 장성우가 9회 치고 달리기 작전을 성공시킨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누구라도 두 가지 선택을 떠올릴 만한 장면이었다. 31일 플레이오프 수원 2차전에서 KT가 2-3으로 추격하던 9회말 무사 1루에서 타석에 5번 장성우가 들어섰다. 희생번트로 1사 2루를 만들어 동점 찬스를 엿보거나 강공으로 단숨에 역전을 놀리는 것도 선택 가능했다. 장성우가 기본적인 콘택트 능력에 ‘한방’도 있는 타자인 것을 고려하면 강공 작전이 조금 더 가까워 보였다.

그런데 NC 마운드의 이용찬이 초구를 던지는 순간, 1루 대주자 이상호가 2루로 스타트를 끊었다. 이때 장성우가 방망이를 냈다. 이른바 ‘희트앤드런’이었다.

정상 수비였다면 평범한 2루수 땅볼이 될 만한 타구. 그러나 2루수 박민우가 뛰는 주자를 보고 2루로 들어가는 사이 역동작에 걸렸다. 타구는 박민우의 글러브를 맞고 우익수 앞으로 흘렀다. 순식간에 무사 1·3루가 됐다.

최소 동점에 단숨에 역전 끝내기도 가능해 보이는 흐름. 이강철 KT 감독의 작전 야구가 환하게 빛나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다음타자 문상철이 초구 파울 이후 2구째 번트를 댄 것이 3루 파울 라인 밖으로 벗어나며 KT 벤치 시선에서는 살짝 김이 샐 만했다. 스퀴즈 작전 여부는 이날은 바로 확인 불가. 그런데 3루주자는 미리 출발하지 않았다. 문상철의 선택에 따른 기습 번트로도 보였다. 결과적으로 번트는 실패했고, 2스트라이크로 몰린 문상철은 3구째 포크볼에 헛스윙을 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9회 득점 연결이 되지 않자 답답해 하는 이강철 감독. 정지윤 선임기자

무사에 주자가 3루까지 이른 상황에서는 첫 타자의 결과가 전체 흐름에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설이다. 문상철이 3루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하고, 아웃카운트가 늘어나면서 KT는 압박을 받았고 결국 이어 나온 김준태도 삼진으로 물러나며 빅찬스는 곧 위기가 됐다. KT는 이어진 2사 만루에서 NC 유격수 김주원의 슈퍼캐치로 결국 득점 없이 3번째 아웃카운트를 기록했다.

KT 벤치의 작전인 듯 아닌 듯도 했던 두 장면. 뜨거웠던 9회 운명도 두 장면으로 결국 갈렸다.

수원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