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주가 조정…바로 너 ‘금리’ 때문이야[윤지호의 투자, 함께 고민하시죠]

기자 2023. 10. 3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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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이후 증시 하락이 깊다. 오래된 노래의 반복되는 후렴구가 떠오른다. “그건 너 그건 너 바로 너 때문이야.” 1973년 이장희의 세 번째 독집에 실린 ‘그건 너’다. 앨범은 1973년 한 해 동안만 5만장이 팔린 정도로 대박을 쳤다. 이 노래를 듣고 증시 조정을 불러온 ‘그건 너’가 연상됐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다. 9월 이후, 미국채 10년물 금리 상승세는 여전했고, 주가는 이를 견디지 못했다.

“역사는 그대로 반복되지 않지만 운율은 있다”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과거와 동일한 현재는 없다. 단지 비슷한 ‘운율’로 현재를 진단할 수 있다. 1973년이 수수께끼를 푸는 실마리다. 1973년 제4차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아랍 산유국들이 서방에 원유 공급을 금지하자 국제유가는 4배 급등했다. 2차 세계대전 후 경제 질서인 브레턴우즈 체제가 1972년 해체되었다. 금에 연동해 유지돼왔던 달러화 체제의 붕괴였다. 미국의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키신저는 사우디로 달려갔다. 사우디 왕가의 안전을 대가로, 원유 결제를 달러로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페트로달러 체제의 시작이다. 오일쇼크는 미국의 약점을 잡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도발이었다.

미국이 힘을 잃어가는 시대의 대통령은 닉슨이었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시기였음에도, 1950년 이후 20년에 걸쳐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윌리엄 마틴 의장을 내보냈다. 그를 대체한 이는 연준 역사상 가장 무능했던 아서 번즈다. 경기 침체에 빠지지 않게 연준이 긴축으로 나가는 것을 막고, 적자 재정을 감수하고자 하는 닉슨의 의지가 반영된 인선이었다. 1970~1979년에 걸친 번즈의 임기는 연준이 정치권 입맛에 맞춰 인플레이션을 통제하지 못한 시대였다. 미국의 1970년대는 ‘갈등의 시대’라 불린다. 정치인들은 달콤한 약속을 내걸었고, 노동자는 임금 인상 요구를 멈추지 않았다. 1971년 민주당에서 공화당의 닉슨으로 바뀌었지만, 오히려 존슨 대통령보다 더 적극적으로 정부 지출을 늘려갔다. 1970년대는 재정적자가 지속 확대된 기간이다.

1974년 닉슨이 사임한 뒤에도 레이건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 재정은 불안정했고, 인플레이션은 잡히지 않았다. 1972년 다우지수가 1000을 넘어섰지만, 이후 1979년까지 전진하지 못했다. 미국이 장기 박스권에 갇혔던 이유는 뭘까? 연준이 인플레이션 제어에 실패하고 적자 재정이 채권 수급에 부담을 줬기 때문이다. 1940년대 2%에 머물렀던 10년물 금리는 1973년 7%라는 임계수준을 넘어서며 추세 상승을 이어갔다. 1981년 15%를 넘어서고, 폴 보커 연준 의장이 금리를 20%까지 올리는 극약 처방을 하고 나서야 금리는 하향 안정화됐다. 40여년 이어지던 저금리 시대는 2020년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0.54%까지 도달한 이후 멈췄다. 2020년 코로나 이후 금리는 위로 방향을 틀었다. 다시 투자자들은 질문한다. ‘고금리 시대가 시작된 것인가?’

‘운율(라임)’로 보면, 그러하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 미국 연준의 실기다. 제롬 파월이 아서 번즈만큼 무능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파월이나 번즈나 대통령이 가려는 길에 동조해왔다. 트럼프가 임명했던 파월은 2021년 하반기 바이든에게도 연임됐다. 트럼프와 바이든의 정책은 다르다. 당시 교체 이야기도 나왔지만 연임됐다. 새로운 대통령의 경제정책에 방해가 되지 않을 거란 판단이 작용했을 거란 추론이 가능하다. 실제 연준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지속해 바이든의 경기부양과 재정확장 정책을 지원했다. 둘째, 전쟁이다. 베트남전 이후 약화된 미국의 위상 때문인지 1970년대 세계는 여기저기서 전쟁이 이어진다. 전쟁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각국의 재정 부담을 키워간다. 지금도 그렇다. 지난해 2월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도 이제 시작이다. 전쟁은 다른 각도에서의 과잉소비이다. 유가도 올라가고,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1980년 이래 40여년간 이어진 저금리 환경이 바뀌고 있다. H4L(higher for longer)을 증시가 받아들이면서 주가 조정이 깊어졌다. 높은 금리가 오래갈 것이라는 기대가 할인율에 변화를 주고 있다. 금리가 ‘그건 너’라면 선택은 자명하다. 1973년과 다른 전개가 되려면 ‘갈등’이 아닌 ‘협력’이 가시화돼야 한다. 미국은 중국의 싼 물건을 들여오고, 중국은 미국의 국채를 사줘야 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도 전쟁을 멈추고, 유가가 더 안정화되어야 한다. 선거로 인한 재정의 과잉 팽창도 제어해야 한다. 그래야 금리가 안정화되고 주가는 반전이 가능하다. 40년 만에 시작된 금리 사이클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테일사업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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