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올해는 새 주인 찾을까

이진주 기자 2023. 10. 31.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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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3파전’ 동원산업·하림·LX
11월 내 실사 완료 후 최종 입찰
자금력 관건…‘승자 저주’ 우려도
해운업계 침체·고금리 장기화에
4조원대 영구채 탓 유찰 가능성
산은 “연내 매각 계약 성사” 의지

국내 최대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가 11월 중순 결정될 예정이다. HMM 매각 절차를 앞두고 실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누가 새 주인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인수후보자가 HMM보다 덩치가 작아서 ‘승자의 저주’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HMM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된 동원산업, 하림, LX인터내셔널은 지난 9월6일부터 본격 실사에 들어갔다. 매각 주체 측은 약 2개월간 실사 작업을 거친 뒤 11월 최종 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현대그룹 주요 계열사였던 HMM은 경영 악화로 2016년 대규모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뒤 산업은행 관리하에 들어갔다. 현재 산은과 해양수산부 산하 한국해양진흥공사, 신용보증기금이 각각 20.69%, 19.96%, 5.02%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HMM의 매각 대상 주식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보통주 1억9900만주에 영구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합쳐 모두 3억9900만주에 이른다.

당초 자산 규모 28조원의 HMM 인수자로 10대 그룹이 나올 것이라던 예상은 빗나갔다. 특히 HMM 매각가로 언급된 5조~7조원 수준에 훨씬 못 미치는 현금성 자산을 인수후보들이 보유하고 있어 유찰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됐다. 인수하더라도 자칫 유동성 함정 등에 빠지는 ‘승자의 저주’에 걸릴 위험이 있어서다.

하림의 현금성 자산은 1조6119억원(2022년 말 기준)이며 올해 상반기 기준 LX인터내셔널은 1조2132억원, 동원산업은 5169억원이다.

특히 HMM은 지난해 매출 18조5868억원에 영업이익 9조945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한진해운 파산 이후 국내 유일의 원양선사가 된 HMM을 인수할 경우 해운업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 이번 매각의 의미가 크다. 올해 상반기 기준 HMM이 쌓아둔 현금성 자산 12조~13조원도 매력적인 인수 요건으로 꼽힌다. 특히 중견기업인 인수후보들이 HMM을 가져가면 단숨에 재계 순위 상위권으로 올라설 수 있다.

먼저 동원의 경우 동원로엑스인천(옛 동부인천항만)과 동원부산컨테이너터미널, 동원로엑스,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을 가지고 있어 HMM까지 인수하면 해상운송과 항만, 육상을 아우르는 유통망을 구축할 수 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도 지난 9월 “HMM 인수는 꿈의 정점이라고 생각한다”며 강한 인수 의지를 내보였다.

하림은 2015년 인수한 벌크선 중심의 해운사 팬오션에 컨테이너 선사인 HMM을 더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LG가에서 떨어져 나와 인수·합병(M&A)을 적극 활용해 출범 3년 만에 재계 순위 44위까지 끌어올린 LX그룹도 종합물류기업 LX판토스와의 동반상승 효과를 꾀하며 HMM 인수에 나섰다.

최종 입찰을 앞두고 후보 기업들은 자금 끌어모으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동원은 재무적 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단독으로 인수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선 부족한 자금 조달을 위해 동원산업 지분 일부를 활용해 전환사채(CB)를 발행하거나, 2000억원대로 추정되는 동원F&B 강남 빌딩을 파는 등 부동산 매각설이 거론되기도 했다. 동원은 주요 계열사에 총수 일가 지분이 많아 자금 동원력에 문제없다고 강조한다.

하림은 팬오션을 함께 인수한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동반해 HMM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림은 지난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에서 자산총액 17조원으로 재계 순위 27위에 올랐다. 인수후보 기업들 가운데 자산총액 면에서 일단 앞선다.

인수 주체로 나선 LX인터내셔널의 올해 상반기 말 순차입금은 1조1101억원으로 동원산업(2조1374억원), 하림(4조4376억원) 등과 비교해 재무적으로 안정적인 편이다. LX인터내셔널의 차입금 의존도는 28.5%로, 하림 48.9%, 동원산업 39.4%보다 낮다.

최근에는 고금리 장기화와 해운업 침체 등이 입찰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영구채 문제도 인수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HMM이 산은과 해진공을 상대로 발행한 영구 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정부 지분은 70%에 이른다. 금액으로는 4조원에 달해 인수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현재 후보들은 인수 후 충분히 정상적으로 (HMM) 운영을 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이 있지만, 보다 안정적으로 이끌어나가기 위해 영구채 관련 해결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HMM 인수 후 경영 계획 등도 중요한 변수다. 매각 주간사인 삼성증권에 따르면 HMM 매각에는 최고가 낙찰 원칙 외에도 인수자들의 자금 조달 계획, 인수 뒤 경영 계획, 해운업 발전 방안 등 3가지 항목 ‘정성적 지표’까지 반영된다.

일각에선 이번에 유찰될 경우 사업 특성상 해운업이 중요한 현대자동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 잠재 후보로 떠오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 시장의 유찰 우려에 대해 산은은 HMM을 연내 매각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매각해서도) 안 된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유찰 여지를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불렀다. 그러나 강 회장은 “현재 응모자들이 적격자가 아니라는 발언은 아니었다”며 “원론적인 말씀을 드렸다”고 진화에 나섰다.

산은 측은 현재로선 11월 최종 입찰과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을 끝낸 후 12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기업결합신고를 완료해 매각을 마친다는 계획에는 변함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앞서 한진해운을 공중분해시켜 국적 해운사 입지가 위축되는 문제를 초래했다”며 산은의 구조조정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HMM 매각은 제대로 해낼지 지켜보고 있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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