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잇단 ‘고금리 질타’에…당국 “서민금융 확대” 분주

유희곤 기자 2023. 10. 31.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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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지난주부터 TF 가동해
햇살론 등 통합·지원 확대 검토
정치권선 최고이율 등 개정 논의
전문가들, 가계부채만 증가 우려
“이자 못 내는 취약계층 돕는다면
대출 아닌 복지정책 써야 할 때”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서민금융 공급 확대로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겠다”고 밝히면서 금융사의 법정출연금 인상과 자발적인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에도 “소상공인·자영업자가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한다”며 고금리 시대 금융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러나 복지로 해결해야 할 서민 지원을 금융으로 할 경우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주부터 서민금융 개선 태스크포스(TF) 활동을 시작하고 기존 서민금융 상품을 통합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실적이 부진한 햇살론을 통합하고, 지원 대상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위는 서민금융TF와 윤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통령이 서민금융 상품을 강조하고 금융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만큼 금융사의 서민금융 상품 부담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금융사는 잔액의 0.03%를 정책서민금융 재원으로 부담하고 있다. 서민과 금융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서민금융법)은 0.1% 범위에서 출연요율과 출연대상을 시행령(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정부는 국회 의결이 필요한 법률 개정 없이도 금융사 부담 비율을 높여 정책서민금융을 확대할 수 있다.

금융사가 자체적으로 마련해 발표하는 상생금융 규모가 커질 수도 있다. 금융권은 올 초 은행의 ‘돈잔치’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잇따라 대출 한도 확대·이자 감면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은행권의 상생금융 실적은 지난 8월까지 174만명을 대상으로 한 4700억원이 집행됐고 향후 기대효과는 1조1479억원이다.

법률의 제·개정도 본격화할 수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대표발의한 서민금융법 개정안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간 1%포인트 이상 상승하고, 그해 은행의 이자순수익이 5년 평균치의 120%를 초과하면 초과분의 10%를 정책서민금융 상품 재원으로 출연하게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의원 발의 법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 않았다는 게 공식 입장이지만 대통령실이나 여당 기류가 바뀌면 서민금융 확대 방안의 수단으로 검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9일 고위 당·정·대협의회에서 “심의에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개인금융채권의 관리 및 개인금융채무자의 보호에 관한 법률(개인금융채무자보호법) 제정도 가시화할 수 있다. 또 법정최고금리 상향도 다시 추진될 가능성도 있다. 연 20%로 고정된 법정최고금리를 시장 상황에 따라 바뀌도록 해서 제2금융권 등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계속 다룰 수 있게 유도하는 방안이다. 법정최고금리를 연 20%로 묶자 제2금융권이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줄여 저신용자들이 오히려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난다는 지적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서민금융을 확대한다며 금리 인하가 추진되면 가계부채 증가 폭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문재인 정부에서 폭증했다가 지난해 말에 전년 대비 8조7000억원 줄며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지난 1분기까지 감소세가 이어졌지만 2분기부터 증가세로 전환해 연말 잔액 기준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학자는 “이자율을 낮추고 대출을 줄이는 방법은 지구상에 없다”면서 “특정 은행이 특판 상품이라도 내놓으면 정말 어려운 사람이 아니라 이자를 감당할 수 있는 차주가 이용하게 되고 결국 대출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도 “이자도 감당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돕는다면 대출이 아닌 지원금 등 복지정책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이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각종 제도를 운용하고 있고, 은행권 경쟁 유도 방안을 발표한 지 4개월이 되지 않았다는 점도 적잖은 부담이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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