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권의 선택, 7회엔 미련을 버렸고 9회엔 믿음으로 버텼다[PO2 벤치 리뷰]

안승호 기자 2023. 10. 31.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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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권 NC 감독이 31일 플레이오프 수원 2차전에서 9회 승리 뒤 더그아웃을 나오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고민이 따를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선발투수 신민혁이 너무도 경제적인 피칭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31일 플레이오프 수원 2차전에서 NC 선발로 등판한 신민혁은 6회까지 1안타 무실점의 완벽한 피칭을 했다. 투구수는 고작 67개에 불과했다. KT 타선은 슬라이더에 가까운 컷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쓴 신민혁의 현란한 볼배합에 좀체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여차하면 완봉도 가능할 것 같은 흐름이었다.

그러나 NC는 1회 박건우의 투런홈런을 시작으로 3-0 리드를 이어가던 7회말 위기를 맞았다. 신민혁의 피칭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었다. 신민혁은 7회 상대 선두타자 황재균을 3루수 땅볼로 처리한 뒤 앤서니 알포드를 이날 경기 첫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다음 타석은 4번 박병호. 신민혁은 박병호와 5구 승부에서 특유의 체인지업(129㎞)을 떨어뜨리며 타이밍을 빼앗았다. 3루수 땅볼로 병살도 노려볼 만한 상황. 그런데 NC 3루수 서호철의 송구를, 그만 2루수 박민우가 글러브에 넣었다가 떨어뜨렸다. 포구 실책으로 순식간에 1사 1·2루. 시즌 11홈런의 5번 장성우가 타석으로 들어서는 중으로, NC 벤치로서는 최악의 결과인 동점 홈런도 떠올릴 흐름이었다.

강인권 NC 감독은 곧바로 선발투수 신민혁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신민혁은 이때까지 81구만을 던져 조금 더 마운드를 지킬 여력이 있었다. 그러나 NC 벤치는 경기 흐름이 스산해지자 신민혁을 내리고, 우완 불펜투수 중 최고 카드인 류진욱을 올렸다. 류진욱은 장성우와 7구 승부 끝에 주무기인 패스트볼(147㎞)로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해 유격수와 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로 한꺼번에 아웃카운트 2개를 잡아냈다.

NC 신민혁이 7회 마운드를 내려오며 아쉬워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사실, NC는 8회와 9회 연이어 위기로 몰렸다. 8회에는 류진욱이 그대로 마운드를 지킨 가운데 1사 뒤 김민혁이 볼넷으로 출루하고, 배정대가 좌전안타를 때렸고 NC 좌익수 권희동이 볼을 뒤로 흘려 1사 2·3루가 됐다. NC는 희생플라이를 내준 데 이어 바뀐 투수 이용찬이 적시타를 맞아 3-2로 쫓겼다.

9회에는, NC 벤치의 뚝심이 근소한 리드를 지키게 했다. 이용찬은 9회에도 흔들렸다. 선두타자 박병호를 중전안타로 내보낸 데 이어 치고 달리기 작전이 걸렸고, 장성우의 2루수 땅볼이 우전안타로 연결됐다.

승리 뒤 김형준과 악수하는 이용찬. 정지윤 선임기자



외줄타기를 하던 이용찬은 무사 1·3루에서 실점 없이 9회를 넘겼다. 문상철과 김준태를 연이어 삼진 처리한 데 이어 2사 만루에서 오윤석의 타구가 3·유간에 살짝 떠오른 사이 NC 유격수 김주원이 몸을 던져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7회에는 미련을 버린 결과로 무실점으로 이닝을 막은 강 감독은 9회에는 불안했던 마무리 이용찬 카드를 밀어붙였다. 강 감독은 경기 뒤 이 장면을 돌아보며 또 다른 불펜 필승 카드인 좌완 김영규가 100% 컨디션이 아닌 것을 들어 이용찬에게 끝까지 맡긴 배경을 전했다. 강 감독은 “사실, 그 상황에서는 다음이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수원 |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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