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볼 거 1도 없네…“대박날 드라마? ○○ 보면 알 수 있죠”
우영우 등 성공한 드라마 제목엔
주인공 이름 들어간 경우가 많아
콘텐츠 빅데이터 지수 ‘펀덱스’
방송계 아닌 대중에 무상 공개
원순우 굿데이터코퍼레이션 대표는 여기서 질문을 하나 추가한다. ‘만약 10%로 시작해 10%로 끝난 드라마 콘텐츠 C는 또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기대가 컸지만 별 재미를 못 본 A, 소소하게 시작했다가 중박을 친 B, 마니아층 이탈 없이 완주에 성공한 C의 경쟁력은 ‘B>C>A’ 순일 것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이처럼 TV와 OTT에 방송된 콘텐츠를 전량 분석하고, 그 가치를 첨예하게 평가하는 ‘콘텐츠 빅데이터 최전방’ 업체다. 원 대표를 최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영화는 관객 수로 기억됩니다. 천만 영화가 절대적 기준이던 시절도 있었죠. 콘텐츠의 경우 시청률이 전부가 아니었어요. 론칭 때 화제성, 회차별 추이도 반영돼야 정확한 지표라고 생각했습니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은 10월 초부터 펀덱스(FUNdex) 지수를 홈페이지에 일반인에게 무료 공개 중이다. 당초 B2B 방식으로 방송시장에 유상 공개하던 평가 파일을 대중에게 B2C 방식으로 조건없이 오픈한 것. 펀덱스는 일종의 콘텐츠 경쟁력 지수로, 화제성 크기를 ‘XL, L, M, S’ 네 단계로 우선 구분하고, 시청률 추이를 반영한 재미강도지수(Fx)를 ‘대확산, 확산, 유지, 불규칙, 감소’로 구분해 ‘+2’부터 ‘-2’까지 매긴 콘텐츠별 지수를 의미한다. 이를테면 일종의 ‘한국형 플릭스 패트롤’이다.
“드라마부터 예능까지 10년간 빅데이터를 전부 추적했습니다. 포털 게시글 수, 언론 주목도, 동영상 조회수, 댓글 수를 전부 합산해 콘텐츠 경쟁력 지수를 만들었어요. 사람에게 MBTI가 있다면 펀덱스는 드라마의 20가지 유형을 보여줍니다.”
가령, 화제성 M으로 시작했어도 시청률 우상향 곡선(+2)이면 정주행 결심은 후회없는 선택이 된다. 반면 화제성 XL로 출발했어도 급전직하 우하향 곡선(-2)인 콘텐츠는 3~4회쯤 채널을 꺼버릴 가능성이 높다.
펀덱스 리포트를 매주 쓰기 위해, 원 대표와 동료들은 한국의 모든 드라마를 거의 한 편도 빠짐없이 ‘다’ 본다. 10년간 제대로 된 휴일도 없었다. 그 경험이 쌓이니, 남들이 못 보는 패턴이 통계적으로 확인됐다. 그의 요즘 관심사는 ‘제목’이다. 드라마 제목이 너무 길거나(‘어느 날 우리 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 등) 부제 섞인 제목(‘판도라: 조작된 낙원’, ‘뫼비우스: 검은 태양’ 등)은 시청률 추이가 ‘-2’였다.
인기 드라마 다수의 제목의 비결은 ‘주인공 이름’이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빈센조’ ‘닥터 차정숙’ ‘낭만닥터 김사부’ ‘힘쎈여자 도봉순’ ‘신성한, 이혼’ 등이 그랬다. 원 대표는 “작중 인물의 이름이 제목에 들어가면 외우기도 쉽고 드라마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제목을 길게 잡거나 부제를 넣으면 정보가 분산되고 소통이 안 되면서 시청률에도 차이를 보인다”고 말했다.
회사 창립 후 이제 10년. 그에게 가장 고민이었던 부분은 “어떻게 믿을 수 있느냐”는 의심이었다. 지인 통해 기사 올리고 알바 풀어서 글 많이 쓰면 펀덱스 지수가 높아지는데 신뢰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었다. 한 팬클럽에서 ‘오빠’를 응원하려고 1000개의 댓글을 동시적으로 달면 평가에 어려움이 생긴다.
원 대표는 “한 사람이 동시적으로 쓰는 글은 우리 직원들이 전부 일일이 제거한다. 그게 펀덱스의 투명성을 높이는 길이자 핵심 경쟁력”이라며 “방송 첫째 주나 둘째 주엔 ‘홍보’가 먹힐 수 있어도 뒤로 가면 알바 글로 유지가 안 된다. 모두에게 호평을 받은 좋은 콘텐츠는 그 인위성을 뛰어넘는다. 숫자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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