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고’ 엎친 데 “긴축” 되풀이…민생고 대책은 없었다
긴축 따른 경기위축 우려에도
관련 대책 ‘원론적 언급’ 그쳐
민생을 강조했지만 길어지는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3고’에 대한 현실적 대책은 보이지 않았다. 긴축재정에 따라 추가적인 경기위축이 우려되지만 이와 관련한 보완책도 제시되지 않았다. 연구·개발(R&D), 청소년 사업 등 ‘미래 예산’ 삭감에 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건전재정은 대내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매우 중요할 뿐 아니라 미래세대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며 긴축재정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삭감된 R&D 예산 등을 되살리려는 야당의 움직임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 총지출 규모는 656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긴축재정의 당위성은 강조하면서도 이로 인해 위축이 불가피한 민생에 대한 보완 대책은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 가동’과 필수 생계비 부담 경감, 서민 금융 공급 확대 등이 전부였다. 올해 50조원이 넘는 세수가 덜 걷힐 것으로 예상돼 지자체와 지방교육청의 예산 가뭄은 예고됐다.
내년 내내 이어지는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에 국민들의 주머니는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내년 한국 경제가 2.4% 성장해 성장률이 2%대 중반으로 회복할 것으로 보지만 주요 기관들은 이미 눈높이를 낮추고 있다.
R&D와 청소년 사업 등 이른바 ‘미래 예산’ 삭감을 두고는 말을 아꼈다. 다만 지출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용 불안에 대해서는 향후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건비를 중심으로는 예산 일부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의미로 보이지만 과학계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임시방편식 조치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있다.
내년에 대거 폐지될 위기에 놓인 청소년 참여·지원 사업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여성가족부의 예산 삭감으로 각 지자체와 여가부가 함께 수행하던 주요 청소년 사업 102개 가운데 90개가 중단되거나 진행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여야 진통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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