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 켠 반도체…넉 달 만의 ‘트리플 증가’
소비·투자도 함께 증가…국제 정세 불안·고금리 피해 등 ‘복병’
9월 산업지표가 예상보다 좋게 나오면서 국내 경기가 3분기에 저점을 지났을 것이라는 기대가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정부는 반등의 조짐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안한 국제 정세와 물가 급등, 본격화하는 고금리 피해 등 향후 국내 경기를 억누를 ‘복병’이 여전히 산재해 경기 회복세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2023년 9월 산업 활동 동향’을 보면 지난 9월 산업 생산과 소비, 투자 지표가 모두 전월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지표의 ‘트리플 증가’는 지난 5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생산지표를 보면 국내 산업의 원동력 역할을 하는 광공업 생산(1.8%)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광공업에는 제조업이 포함되는데, 제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9% 늘어 8월에 이어 두 달째 증가세를 이어갔다. 제조업 생산이 두 달 연속 증가한 것은 2021년 12월~2022년 1월 이후 1년8개월 만이다.
제조업 가운데서도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업종의 생산이 한 달 새 큰 폭 늘었다. 반도체 생산은 전월 대비 12.9% 증가하며 8월(13.5%)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D램과 플래시 메모리 등 메모리 반도체 생산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승한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시장에서는 8월 광공업 생산 증가율이 높아 9월엔 기저효과 탓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며 “반도체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말했다.
광공업 외에도 서비스업과 건설업, 공공행정 등 주요 업종의 생산이 동반 증가하면서 전 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1.1% 늘었다.
소비지표도 전월 대비 소폭 증가했다. 상품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 대비 0.2% 늘며 3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서비스의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서비스업 생산은 9월 기준 전달보다 0.4% 늘어나며 4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투자지표 역시 설비투자(8.7%)와 건설 기성(2.5%)이 전월 대비 동반 증가했다.
정부는 9월 지표만으로 경기가 살아났다고 속단할 수 없다면서도 이 같은 회복 흐름이 지속될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이 과장은 “산업 활동 동향은 월별 변동성이 커서 10월 지표를 봐야 한다”면서 “7월에 안 좋았던 지표가 8월에 일부 회복됐는데, 9월엔 (회복세가) 더 커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동 지역의 군사분쟁이 장기화되고 물가가 쉽게 잡힐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향후 경기가 다시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여전히 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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