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내년도 재정' 전초전…"낭비 세금 없어야" vs "100% 시대 역행"

신진환 2023. 10. 3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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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예산정책처 주최 '내년도 예산안 토론회'
김 의장 "재정 역할 지나치게 축소하면 韓 경제 중장기적 치명상"

김진표 국회의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정부·여당과 야권이 총지출 656조9000억 원 규모의 2024년도 예산안 심사에 돌입하기 하루 전인 31일 예산안 토론회에서 신경전을 벌였다. 야권은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와 연구개발(R&D) 예산 감액 편성 등을 지적하며 재정 확대를 예고했다. 정부·여당은 강도 높은 재정 정상화를 추진해 재정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내년도 예산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김동일 기획재정부 예산실장과 최병권 국회예산정책처 예산분석실장이 발제를 맡았고, 더불어민주당 국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인 강훈식 의원과 국민의힘 예결위 간사 송언석 의원, 예결위원 장혜영 정의당 의원,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격려사에서 "재정건전성이 중요하지만, 그것만 고집하면 국제경쟁을 고려해 유연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실패할 수 있다"면서 "엄중한 시기에 우리만 절대적 재정기준에 얽매여 재정 역할을 지나치게 축소하면 우리 경제가 중장기적으로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특히 정부의 R&D 전략이 중요하다"면서 "상황이 엄중할수록 경제주체들이 안정적으로 소비·투자하도록 이끄는 것이 국가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경기둔화, 금리상승 등 어려운 경제여건을 고려할 때 재정의 역할 증대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재정지출의 효과성을 제고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중 하나로, 연내 집행 가능성이 낮은 예산 등의 조정을 통해 R&D, 민간투자 활성화 등에 재원을 국회에서 재분배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서삼석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4년도 예산안 토론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뉴시스

내년도 R&D 예산안은 전년 대비 16.6%(5.2조 원) 감소한 25.9조 원으로 편성됐다. R&D 예산이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9%에서 2024년 3.9%로 1%포인트 줄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이날 발간한 '예산안분석시리즈'에서 "2024년 R&D 분야 예산안은 과거의 점진적인 증가 추세와 달리 전년 대비 급격히 감소했는데, 이는 연구 현장의 예측 가능성을 저해하고 혼란을 초래할 수 있고, 민간기업의 대응투자 축소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야권은 윤 정부의 긴축 재정 기조를 정면 비판했다. 강 의원은 올해 1%대의 경제성장률 전망과 유럽·중동에서의 전쟁 등 불확실성, 소비투자 및 무역수지 등 암울한 경제 지표를 거론하면서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건전재정 선언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건전 재정을 위해 가장 먼저 줄여야 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홍보 예산인데, 증액된 부처가 많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예산안 심사 방향에 대해 "불요불급 과도하게 편성된 예산을 줄이는 것은 필요하지만, 지역화폐 예산, 민생경제 활성화 예산, R&D 등 대한민국 미래를 준비하는 예산은 과감하게 증액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의원은 "시대의 흐름에 100% 역행하는 '거꾸로' 예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른 선진국들은 복합 위기 시대를 맞아 앞다퉈 정부 역할을 확대하고, 기후 위기, 산업화와 교육, 과학기술 연구에 재정을 투입하는데,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경제에서 정부의 역할을 축소하는 긴축의 길을 걷고 있다"며 "그 상징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은 사상 최저의 예산 증가율"이라고 했다. 앞서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 규모는 올해보다 2.8% 증가한 규모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건전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정부 측은 긴축 재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방어막을 쳤다. 김 실장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는 불필요한 낭비성 재정을 줄이고 그렇게 마련된 재원은 꼭 필요한 곳에 재투자해 국민 세금의 가치를 높이자는 것"이라며 "이러한 건전재정 기조는 미래 세대의 부담 완화 거시경제 측면의 대외신인도 저하, 물가 안정이며 책임 있는 정부라면 반드시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총지출 증가율은 2.8%로 제한했지만, 보건복지 분야는 9.5%, 특히 사회복지 분야는 공직 시료의 세 배 수준인 8.7%로 증액했다. 김 실장은 △따뜻한 동행을 위한 약자 복지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미래준비 투자 △경제활력 제고를 통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국가의 본질 기능 수행을 뒷받침하는 4대 분야에 집중적으로 예산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당도 정부를 엄호했다. 송 의원은 "과연 R&D가 국가 경쟁력이나 성장을 선도하기 위한 기술 등에 정말 기여했는지 의문"이라며 "우리나라에서 노벨상이 나온 것도 아니고, 유니콘 기업을 엄청나게 많이 만들어 낸 것도 아니라는 관점에서 보면, 정부가 질적 성장을 위해 구조조정이 필요했다고 고민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R&D의 경우 이런 구조조정 아래에서 많은 학생 연구원 등이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있다는 많은 의견에 대해서는 우리 당에서도 정부가 어떤 특단의 보완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고,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면서 "향후 그런 부분들은 보완하기로 하자"고 덧붙였다.

송 의원은 예산안 심사 방향에 대해선 "민생을 위한 예산 중 누락된 항목은 없는지, 각 예산사업들이 우선 순위에 맞게 제대로 편성됐는지, 불요불급한 예산이 부당하게 편성돼 재정 낭비요소가 있는지 등을 면밀히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hinb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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