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5억 연봉값 대체 언제 하나, 'ERA 6.52' 슈어저 '또' 쓰러졌다... 팀은 2승만 더하면 우승! 이대로 마지막 등판될까
슈어저는 3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위치한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2023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3이닝 2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이번에도 부상이 문제였다. 4회 등판 전 연습 투구를 하던 슈어저는 얼굴을 찡그리며 트레이너와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더그아웃에서 곧장 라커룸으로 향했다. 경기 후 MLB.com에 따르면 슈어저는 3회말 에반 롱고리아를 상대하던 중 허리 쪽에 경련이 오는 것을 느꼈고 4회 몸을 풀던 중 결국 등판을 포기했다.
경기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총 36구(포심 패스트볼 16구, 슬라이더 6구, 커터 5구, 커브 5구, 체인지업 4구)를 던지면서 최고 구속은 시속 94.8마일에 불과했다. 헛스윙 유도도 단 2회에 그쳤다. 올해 포스트시즌 들어 처음 무실점 경기를 했으나, 3회를 버티는 데 그치면서 평균자책점을 9.45에서 6.52로 낮추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번 가을 총 3경기 동안 승리 없이 1패, 평균자책점 6.52, 9⅔이닝 7사사구(6볼넷 1몸에 맞는 볼) 7탈삼진. 트레이드 마감일에 유망주 한 명을 내주고 데려온 보람이 전혀 없는 성적이다.
데뷔 16년 차 슈어저의 커리어는 현역 메이저리그 투수 중 최고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2008년 애리조나에서 빅리그 데뷔해 올해까지 457경기 214승 108패 평균자책점 3.15, 2834⅔이닝 3367탈삼진을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 입성도 유력한 투수로 평가받고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사이영상을 각각 1회, 2회 수상했고 2019년에는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빅게임 피처로 거듭나는 듯했다.
그 때문에 지난해 만 38세로 고령의 나이임에도 뉴욕 메츠와 3년 1억 3000만 달러의 대형 FA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당시 기준 연평균 4000만 달러가 넘는 계약은 슈어저가 최초였다. 계약 첫해 23경기 11승 5패 평균자책점 2.29를 기록했고 고령의 투수에게 거액을 투자한 메츠의 선택은 틀리지 않은 듯했다.
하지만 슈어저도 무쇠팔은 아니었다. 올해 19경기 9승 4패 평균자책점 4.01로 흔들렸고 우승 후보로 평가받던 메츠도 성적이 급락해 결국 슈어저를 트레이드 매물로 내놓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고액 연봉에 하락세가 보이는 39세 투수에 좋은 유망주를 투자할 팀이 나올리 없었다. 메츠는 울며 겨자 먹기로 내야 유망주 루이상헬 아쿠냐를 받는 대신 슈어저의 잔여 연봉 중 2250만 달러를 제외한 모든 금액을 보조하면서 텍사스에 보내야 했다.
슈어저에게 2019년 같은 우승 청부사 역할을 기대했으나, 텍사스에서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8경기에 등판해 4승 2패 평균자책점 3.20, 45이닝 53탈삼진을 기록했고, 급기야 9월 14일에는 오른쪽 어깨와 팔 근육 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라 정규 시즌을 마감했다.
열정 하나는 인정할 만했다. 시즌 아웃도 유력시되는 상황이었으나, 텍사스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자 복귀 의사를 드러냈고 브루스 보치 감독은 디비전시리즈까지 그를 기다려줬다. 마침내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 시리즈(ALCS)를 통해 로스터에 합류했고 보치 감독은 "슈어저는 3차전에 나갈 준비가 됐다. 그는 매우 흥분한 상태고 '자신이 건강하다'며 나를 귀찮게 했다"고 기회를 줬다.
복귀전은 실망스러웠다. 휴스턴과 ALCS 3차전에서 4이닝 5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볼) 4탈삼진 5실점으로 일찌감치 무너졌다. 맞는 타구마다 시속 95마일 이상의 정타가 돼 경기 내용도 좋지 않았다.
믿음은 계속됐다. 휴스턴과 ALCS 마지막 경기인 7차전 선발로 내보낸 것에서 보치 감독의 신뢰는 의심할 수 없었다. 그러나 또 한 번 2⅔이닝 4피안타(1피홈런) 3볼넷 2탈삼진 2실점으로 무너졌고 빠르게 마이크 몽고메리와 교체됐다. 이후 몽고메리가 2⅓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텍사스가 승리하면서 이 결정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이날도 슈어저는 팀 타선의 활약 덕분에 비난의 화살을 피할 수 있었다. 뒤이은 존 그레이가 3이닝 동안 단 하나의 안타를 허용하면서 무실점으로 버텨냈고 팀 타선은 승리에 필요한 3점을 뽑아 3-1 승리를 완성했다. 텍사스는 2승 1패로 시리즈를 앞서 나가면서 창단 첫 우승까지 2승만을 남겨 놓은 상황이다.
슈어저는 경기 후 "코빈 캐롤을 상대하기 시작했을 때 통증은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 케텔 마르테를 아웃시킬 수 있어 신께 감사드렸지만, 이닝 중간에 문제가 생겼다"며 "치료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경련을 풀 방법이 없었다. 회복까진 며칠 정도 걸릴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에게 등판 기회가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슈어저는 2019년 월드시리즈에서 5차전을 앞두고 목 경련 증세로 등판이 취소된 후 7차전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2실점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경험이 있다. 만약 등판한다면 그때처럼 6, 7차전이 돼야 기회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슈어저에게 선뜻 선발 기회를 맡길지도 미지수다. 2019년과 달리 지금은 어깨가 좋지 못하고 퍼포먼스의 하락도 뚜렷하다. 네이선 이발디, 조던 몽고메리 등 그보다 나은 선택지도 있다.
무엇보다 텍사스는 2011년 첫 월드시리즈에서 큰 아픔이 있기에 최대한 빠르게 승부를 결착지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텍사스는 창단 후 처음으로 진출한 2011년 월드시리즈에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3승 2패로 우승까지 단 1승만을 남겨뒀으나, 데이비드 프리즈의 홈런 후 6, 7차전을 연거푸 내주면서 준우승에 머문 바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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