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지출 23조 구조조정... 약자 복지에 쓰겠다”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23조원가량의 예산을 구조 조정해 총지출을 2005년 이후 가장 낮은 2.8% 증가 수준에서 묶어 재정 건전성을 추구하는 내용으로 내년 정부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했다. 이를 통해 아낀 돈은 약자 복지에 투자한다고 했다. 또 경제 활력 회복에 정부 역량을 쏟겠다는 뜻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개혁’을 14회나 언급했고, 민생(9회), 수출(8회), 투자(7회) 등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의 상당 부분을 작년에 이어 올해도 건전 재정 기조로 내년 예산안을 편성한 배경을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건전 재정은 대내적으로는 물가 안정에, 대외적으로는 국가 신인도를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그뿐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감당할 수 없는 빚을 넘겨주지 않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연설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전임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 채무가 400조원 증가해 총 1000조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예산 편성 제1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런 정부 기조에 대해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의 건전 재정 기조를 ‘옳은 방향’이라고 호평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마른 수건 쥐어짜듯 예산안을 편성했지만 약자 복지 등 취약 계층 예산은 확대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건전 재정은 단순하게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 혈세를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자는 것”이라며 “지출 구조 조정으로 마련된 예산을 약 300만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 계층을 더 두껍게 지원하는 데 배정할 것”이라고 했다. 그 예로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21만3000원 인상, 한 부모 가족 추가 양육비 지원, 저소득층 대학생 장학금 평균 8% 인상, 자립 준비 청년 수당 매월 10만원 인상, 소상공인 저리 융자 등을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흉악 범죄와 홍수 사고 등으로 국민 수요가 커진 치안, 안전 예산도 확충했다고 했다. 홍수에 대비한 하천 준설·정비와 전국 하천에 홍수 조기 경보망을 확대 설치하는 데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경찰 예산도 치안 역량 강화에 중점 배정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내년도에 35만원을 인상해 2025년까지 (대선 공약인) 병 봉급 205만원 달성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계 등에서 반발하는 연구·개발(R&D) 예산 3조4000억원 삭감에 대해서도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R&D 예산은 기초 원천 기술과 차세대 기술 역량을 키우는 데 써야 하는 것”이라면서 “첨단 AI(인공지능)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고, 향후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라고 했다. R&D 예산이 2019년부터 3년간 10조원 증가한 터라, 혁신 차원에서 지출 구조 조정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현 경제 상황에 대해 “국민이 체감하는 물가는 여전히 높고, 장기간 지속해 온 고금리로 생계비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며 물가 안정과 민생 안전을 위해 범정부적인 대응에 나서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는 국회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연금 개혁 방안을 법률로 확정할 때까지 적극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현재대로 두면 2055년 고갈돼 엄청난 재정 부담이 될 국민연금 개혁에 국회가 나서 달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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