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대봉감’, 이상기후에 ‘감감’무소식
4월 냉해·여름 집중호우 탓
수확 평년의 20% 수준 그쳐
“예년 같았으면 가지마다 어른 주먹만 한 대봉감이 주렁주렁 달렸을 텐데 올해는 딸 감이 없네요.”
전남 영암군 금정면에서 9만9000㎡ 규모 대봉감 과수원을 운영하는 정철씨(59)는 31일 기자와 통화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는 지난해 과수원에서 대봉감 1만6000여개를 수확했다. 하지만 올해 수확량은 많아야 2500개 정도로 보고 있다. 그는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영암의 대봉감 농가들이 올해 수확량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하며 울상이다. 홍시로 먹는 영암 대봉감은 첫서리가 내리는 11월 초 수확해 5~10일간 숙성시켜 섭취한다. 과육이 단단하고 찰져 찾는 사람이 많다.
영암은 전국 대봉감 생산량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지다. 분지 지형인 금정면에만 700㏊에 이르는 대봉감 농장이 몰려 있다. 금정면의 연간 대봉감 판매액만 1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감은 영암 지역 가을 경제의 핵심이다.
그러나 올해 본격 수확철에 접어들었는데도 농가들은 손을 놓고 있다. 나무에 달린 대봉감이 평년의 20% 수준에 불과해 “수확하고 싶어도 딸 감이 없다”고 농민들은 하소연한다.
감 수확량 급감은 이상기후 영향이 크다. 감꽃이 필 무렵인 지난 4월9일과 10일 영암에는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으로 서리가 내렸다. 냉해를 입은 나무들에서는 새순이 다시 돋아나지 않았다. 겨우 맺힌 감들도 지난 6월부터 한 달 이상 지속된 집중호우를 이겨내지 못했다. 수분이 나무에 과다 공급되면서 그나마 몇개 없던 감들이 맥없이 떨어졌다.
영암군은 “지난해 영암에서 1만2000t 대봉감이 생산됐는데 올해는 2000t도 안 될 것 같다”면서 “감값은 조금 올랐는데 수확량이 급감해 농민들에게 큰 도움은 못 될 것 같다”고 밝혔다.
10㎏ 한 상자에 지난해 3만원 정도였던 대봉감 가격은 올해는 4만~5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암군과 금정농협은 농가들 피해를 줄이기 위해 수확한 감을 수매, 금정농협에 판매하는 모든 농가에 20㎏당 1만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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