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작·오염수·불황…굴 양식 ‘삼중고’
전국 70% 생산 남해안 해역 어민들 “생산해도 남는 게 없다”
본격적인 굴 수확철이 돌아왔지만 남해안 어민들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올해 경기침체에다 작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본 오염수 방류로 소비 위축까지 우려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0일 오전 경남 통영 용남면 ‘굴수하식수협’ 위판장에선 햇굴을 실은 트럭들이 분주히 드나들었고, 경매장은 굴상자로 가득 찼다. 이곳은 전국에서 유일한 굴 양식수협으로 월·화·목·금요일 낮 12시·오후 5시 하루 두 차례 경매를 한다. 지난 24일 초매식(첫 경매)을 시작으로 이날 나흘째 경매가 진행됐다.
경매가 시작되자 중도매인들은 더 좋은 햇굴을 사기 위해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쳤다. 전자식 입찰기를 손에 쥔 중도매인 40명은 미리 확인한 생굴이 경매에 나오자 순식간에 최고 입찰가격을 써내 사들였다.
남해안의 굴까기 공장인 박신장에서는 생굴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통영의 한 박신장에는 이날 노동자 수십명이 분주하게 굴 까기 작업을 이어갔다. 굴 껍데기를 깐 생굴을 통에 담는 모습이 일사불란했다. 많이 까면 그만큼 일당을 더 받을 수 있다. 작업이 끝난 굴은 10㎏씩 포장돼 경매에 부쳐진다.
이날 경매 물량(104t)과 평균단가(10㎏당 7만7000원)는 지난해(94t, 9만원)보다 물량은 늘고, 단가는 떨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출하물량이 들쭉날쭉해 당분간 시세를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가령 지난 24일 경매 첫날 물량은 55t으로 지난해 92t보다 40%가 줄었다.
물량이 감소한 만큼 평균단가(9만2000원)는 높아져 지난해(8만3000원)보다 비싸게 거래됐다. 경매사 김성현씨(54)는 “이제 시작이어서 지켜봐야 한다”면서 “단가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남해안 생굴은 통영·거제·고성 해역을 중심으로 매년 10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생산된다. 굴수하식수협은 한 해 1만5000t가량 생굴을 위판해 매년 1000억원가량 위판액을 올리고 있다. 통영수협과 고성수협 위판장에서도 굴수하식수협과 비슷한 수준의 생굴이 위판된다. 여기에 굴 생산 어가가 직접 판매하는 물량까지 합치면 전국 생굴 생산량의 70%(4만t) 이상이 통영·거제·고성·남해·사천 해역에서 생산된다.
그러나 올해 굴 양식 업계는 시름이 깊다. 경기침체에다 물가는 오르고 작황도 좋지 않아서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까봐 조마조마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굴수하식수협은 올해 출하를 앞두고 경매 물량과 단가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지난 16일 가경매가 열리지 않았다. 가경매는 본경매에 앞서 그해 업황을 알아볼 수 있는 ‘척도’ 역할을 한다. 그만큼 올해 업황 예측이 어렵다는 방증이다.
작황도 좋지 않다. 지난 7월 잦은 비와 8월 폭염이 지속되면서 굴이 충분히 영글지 않아 예년보다 비만도(알 굵기)가 작다. 중도매업자 박모씨(58)는 “여름철 이상기온으로 굴이 한참 성장해야 할 시기에 알이 덜 차거나 폐사해 생산량이 줄었다”며 “업황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굴 양식어민 김모씨(68)는 “인건비 상승과 고물가 등으로 굴을 생산해도 남는 게 없다”며 “일본 오염수 방류 등의 여러 악재로 김장철에도 굴 구매를 꺼리는 분위기가 조성될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경남도수산안전기술원은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통영 등 남해안 양식굴에 대한 방사성 세슘·요오드 등 175건을 검사한 결과 ‘모두 적합’으로 나왔다고 밝혔다. 굴수협 관계자는 “경남도 수산안전기술원에 시료를 보내 적합판정을 받은 후 경매하는 등 식품안전관리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온라인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이용해 내수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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