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환영” 음식점 용기에, 서울시 “보험료 지원”

이성희 기자 2023. 10. 3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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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키즈오케이존’ 500곳 확보…2026년 800곳 목표
유아용 식기 등 비용 지급…안전보험 요금 지원 계획도
업주들 “정부, 아이 동반 문화 위해 무엇이든 도와줬으면”
생후 100일이 안 된 아들을 키우는 이예진·이주희씨가 지난 25일 ‘서울키즈 오케이존’으로 운영 중인 서울 중랑구의 한 카페에서 아기들에게 분유를 먹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아이가 있는데 데리고 가도 되나요?”

5세 딸아이를 키우는 고모씨(41)는 카페나 레스토랑 등을 갈 때면 해당 매장에 미리 전화해 이렇게 물어본다. 최근 노키즈존(어린이 출입 제한)이 늘어난 만큼 출입을 거부당하는 당황스러운 일을 막기 위해서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카페252’에서는 다르다. 생후 70여일 된 아들을 둔 이주희씨(28)는 일주일에 한 번쯤 이곳에서 친구를 만난다. 친구인 이예진씨(28)도 생후 60일 된 아들을 키우는 초보 엄마다. 두 사람은 집에서 유아차를 끌고 30분가량을 걸어와야 하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울키즈 오케이존’인 이곳에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좌식이라 아이를 눕힐 수 있고 아기 전용 의자는 물론 유아차 보관소도 있다. 아이가 울어도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갓난아이를 데리고 돌아다닌다’는 괜한 핀잔을 들을 일도 없다.

31일 서울시에 따르면 이 같은 서울키즈 오케이존은 올해 9월 기준 507곳이다. 이곳은 아이를 동반하는 양육자 손님들이 마음 편히 외식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지정한 음식점이다.

참여업체에는 아이용 식기류 및 의자 등 아이 이용 도움 용품 구비 금액을 일부 지원한다. 서울시 통합지도포털인 ‘스마트서울맵’을 보면 현재 운영 중인 서울키즈 오케이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서울시는 서울키즈 오케이존을 2026년까지 800곳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노키즈존은 저출생 문제와 맞물려 영업상 자유와 아동권리 보장이라는 상충된 가치 사이에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한 여론조사업체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노키즈존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73%가 찬성 입장을 밝혔다. 반대는 14%에 불과했다. ‘카페252’ 안영태 마케팅본부장은 “(업체 입장에서도) 출생률이 저조해 고객 타깃을 아이들이나 가족 단위가 아닌 젊은층으로 잡다 보니 노키즈존이 확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 손님의 경우 매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지만 부주의한 행동으로 인한 시설물 파손 등 영업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특히 충돌과 미끄러짐 등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영업주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운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1년 한 식당에서 10세 어린이가 뜨거운 물을 들고 가던 종업원과 부딪쳐 화상을 입은 사고와 관련해 법원은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에게 4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서울시 차원의 노키즈존 정기 전수조사와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 및 보험가입 부담을 줄이는 정책보험 실시 등의 제언이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모든 영업주가 안심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서울키즈 오케이존 참여업체 대상 보험료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현재 사회보장제도 신설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막바지 협의도 진행 중이다.

강동구 ‘디자인카페허브’ 유영아 대표는 “오케이존은 사실 도네이션(기부) 의미가 있다. 아이들에게 투자하지 않으면 밝은 미래가 어디에 있겠느냐”며 “정부가 무엇이라도 도와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자치구 차원에서도 아이 동반 문화를 장려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복지부는 노키즈존 운영자 및 양육자 요구 파악 등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다. 제주도의회에선 노키즈존 확산 방지 및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춘 조례안이 최근 통과됐다. 서울 성동구는 아이 동반 가족에게 가격 할인 등을 제공하는 ‘아이사랑 맛집·카페’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은 “서울키즈 오케이존은 영업주 참여만으로는 어려움이 있어 이제는 정부 차원의 검토와 제도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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