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플러스] 유치권과 경매

경기일보 2023. 10. 31.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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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훈 변호사 법무법인 마당

A는 X건물을 소유하고 있다. A는 X건물을 담보로 제공하고(저당권 설정) B로부터 돈 1억원을 빌렸다. 이후 A는 공사대금을 1억원으로 정하여 공사업자 C에게 X건물 전체를 수리하는 보수 공사를 도급했다. C는 공사계약이 정한 대로 공사를 마쳤다. 그러나 A는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서 C가 자신의 공사대금 채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곧장 거론되는 것이 바로 유치권이다. 즉, C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X건물을 점유하면서 A가 공사대금을 지급할 때까지 X건물을 A에게 인도하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A가 X건물을 인도받고자 한다면 조속히 C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한다. 따라서 유치권은 담보권의 하나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대여금 채권자인 B도 약정 기한이 지났음에도 대여금을 반환받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이에 화가 난 B는 저당권자로서 X건물에 대한 경매를 신청했다. 경매절차에서 D는 X건물을 1억원에 낙찰받았고 매각대금 1억원을 납부했다. 결국 B는 대여금 1억원을 회수했고 D는 X건물의 소유권을 취득했다.

그런데 여기에서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는 문제가 있다. 즉, X건물을 점유하면서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는 C이다. 경매를 통해 X건물의 새로운 소유자가 된 D는 C에게 “당신에게 공사대금 채무를 지고 있는 사람은 A이지 내가 아닙니다. 그러니 당장 이 건물에서 나가 주시오”라고 요구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유치권은 물권으로 소유자가 변경되더라도 효력이 유지된다. 이에 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도 ‘매수인은 유치권자에게 그 유치권으로 담보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한다. 다만 이 규정은 유치권자인 C가 매수인인 D에게 공사대금을 변제를 직접 청구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D가 건물을 인도받고 싶다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C에게 공사대금을 대신 지급하여야 하므로 변제가 간접적으로 강제된다고 할 수는 있다.

이상의 이치를 이해하는 D가 유치권자의 존재를 알고 있다면 경매물건을 매수하겠다고 선뜻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만일 경매절차에서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X건물의 매각대금은 자꾸만 하락하는데, 이 경우 가장 억울한 사람은 B이다. B는 X건물을 담보로 잡는다면 1억원의 대여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돈을 빌려주고 저당권을 설정했다. 그러나 저당권을 설정한 이후 등장한 유치권으로 인하여 담보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결국 유치권은 ‘시간에서 앞선 사람은 권리에서도 앞선다’는 원칙의 예외가 된다.

이처럼 유치권이 폭주하는 경우 우리의 담보 및 경매 질서를 근본에서 뒤흔들 수 있으므로, 이를 우려한 대법원은 여러가지 제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는 점을 덧붙인다. 예컨대 경매를 위한 압류가 이루어진 이후 비로소 유치권을 취득한 사람은 매수인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등의 법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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