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車노조 파업 끝낸 건 공장서 일 안 해본 3인

김제관 기자(reteq@mk.co.kr) 2023. 10. 3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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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W, 빅3 상대 협상 마무리
변호사·전직 기자·선거운동가
4년간 임금 25% 인상 얻어내
美자동차 3사 수십억弗 부담
벤저민 딕터 전미자동차노조(UAW) 수석변호사(왼쪽)가 포드 노조 대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벤저민 딕터 X 캡처

미국 자동차 빅3를 상대로 전례 없는 동시 파업에 나섰던 전미자동차노조(UAW)가 6주 만에 '역대급 성과'를 거두고 파업을 접었다. 협상안에 향후 4년6개월간 기본 임금을 25%나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 언론들은 이번 파업 전략을 이끈 '세 명의 남자'에게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 공장에서 단 하루도 일해 본 적 없는 30대 변호사, 전직 기자, 선거운동가이기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UAW는 포드, 스텔란티스에 이어 이날 GM과도 새 노동계약 협상안에 잠정 합의하며 파업 마무리 수순을 밟게 됐다.

GM과의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향후 4년6개월 동안 기본 임금 25% 인상안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인상안은 GM 근로자의 지난 22년간 임금 상승률을 훌쩍 뛰어넘은 수준이다. GM 소속 UAW 노조원들의 승인만 거치면 이번 인상안이 최종 타결된다. 이번 합의로 자동차 제조사 3사는 최소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부담할 처지가 됐다. 최근 25년간 가장 오랜 기간 진행된 동시 파업에서 압승을 거둔 UAW의 올해 협상 방식에 경영진은 크게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과 완전히 차별되고 공격적인 전략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예상을 뒤엎고 UAW 신임 회장에 당선된 후 노조 협상력 강화를 추진해 온 숀 페인 신임 UAW 회장은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노조 협상력 쇄신을 위해 세 명의 30대 운동가를 초빙했다. 이들은 6주에 걸친 대규모 파업을 진두지휘했다. 가장 큰 변화를 이끈 것은 UAW의 수석변호사인 벤저민 딕터(36)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UAW는 한 회사와 체결한 협상 내용을 다른 회사에 들고 가 비슷한 협상을 체결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빅3 업체들과 한꺼번에 협상을 진행하면서 경쟁을 붙였다.

미국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운 바 있는 UAW의 신임 커뮤니케이션 책임자 조나 퍼먼(33)은 기존과 달리 협상 세부 내용을 정기적으로 언론에 완전히 공개해 왔다. 빅3 업체 간 비교를 가능하게 만든 것이다. 기존에는 협상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밀실 협상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하지만 퍼먼은 매주 협상 진척 사항을 주요 언론에 공개했다.

빅3 최고경영자(CEO)의 고연봉을 지적한 전략도 효과를 봤다. 페인 회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짐 팔리 포드 CEO는 지난해 2100만달러를 벌었다"며 "그가 지금 당장 해야 할 두 가지 일은 첫째로 거울을 보고 둘째로 포드사의 은행 계좌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동운동가 크리스 브룩스(39)는 올해 초 UAW에 들어와 페인 회장의 최고보좌관이 됐고, 페인 회장이 직접 참석하는 여러 집회를 기획했다. UAW는 빅3 업체들의 핵심 시설에서 돌발적으로 파업을 벌이면서 큰 타격을 입혔고,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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