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늑대와 여우 복원, 그리고 인간과의 공생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 복원은 자연생태계 유지 및 복원사업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줬다. 국립공원 내 최상위 포식자인 회색 늑대를 모두 포획하자 엘크와 같은 초식동물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생태계 균형이 무너졌다. 이에 대한 인식을 같이한 정부와 환경단체는 1995년에 다시 늑대를 방사하는 복원사업을 추진하였다. 28년이 지난 지금, 옐로스톤 지역의 생태계는 어떻게 변했을까?
늑대 방사 이후, 초식동물의 개체 수가 감소함에 따라 나무와 식물들이 되살아났고 다양한 생물들의 서식지가 조성되어 생태계 균형이 회복되고 안정성도 증가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과거 한반도에서는 여우가 전국에 분포하며 쥐와 같은 작은 동물들의 개체 수를 조절함으로써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림 개발과 1960년대 대대적인 쥐잡기 운동으로 급격히 사라지기 시작해 1980년대부터는 사실상 절멸된 종으로 여겨져 왔다.
이렇게 잊혀져 가던 여우가 2004년 강원 양구에서 사체로 발견됐다. 여우가 이 땅에 다시 살아갈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고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증식·복원 종합계획을 수립했다.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정부 계획에 발맞춰 2010년 여우 서식지 기초조사를 시작으로 2011년에 기본계획을 수립하여 현재까지 여우를 복원해오고 있다.
복원과정은 첫 시도부터 험난했다. 2012년 서울대공원에서 인계받은 2마리를 야생적응 훈련을 시켜 방사했으나, 1마리는 일주일 만에 폐사했고, 다른 1마리는 야생 부적응으로 회수되었다. 그 이후로도 국외에서 유전적으로 같은 개체를 도입하여 방사하였으나 얼마 가지 않아 올무와 덫, 로드킬, 농약에 의해 폐사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국외 현지 법 강화 및 국제정세 등으로 2018년 이후에는 국외 도입도 어려워졌다. 자체 인공증식도 시도했으나 세계적으로도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수년간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2012∼2018년 7년 동안 15마리를 증식하는 데 그쳤다.
연구원들의 염원과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생리 연구를 통해 2019년부터 대량증식에 성공하였고 이제는 증식량을 조절할 수 있을 만큼 역량을 갖췄다. 정부의 1차 목표였던 2020년까지 야생 복원 50마리를 2019년에 앞당겨 달성하였고, 현재는 안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야생에서도 여우가 태어나고 있어 2027년까지 100마리를 복원하고자 하는 다음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도 있다. 예로부터 여우는 꼬리가 9개 달린 구미호, 교활함에 비유하는 여시 등 부정적 인식이 있다. 또한 깊은 산속보다는 낮은 산기슭, 경작지, 민가 주변에서 주로 활동하며 간혹 닭과 같은 가축에게 피해를 주기도 한다. 따라서 여우 복원의 성공 열쇠는 국민들의 자연스러운 공존 인식과 지역주민 및 지자체의 협력이다.
현재 여우 복원의 주 무대인 소백산국립공원 일원에서는 주민들이 직접 보호 활동에 참여하고 지자체는 여우 조형물 조성, 특산물 브랜드화를 추진하는 등 공존문화 확산에 힘을 모으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의 복원은 단순히 하나의 종을 다시 보고 싶은 욕구를 넘어 후세에도 지속이 가능한 미래를 물려주기 위한 노력이다. 복원을 추진하는 기관, 공존문화를 받아들이고 협력하는 국민, 복원 대상인 여우에게도 험난한 도전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안정적인 한반도 고유 생태계 속에서 사람과 야생생물이 화목하게 공존하며 지내는 것을 상상해본다.
송형근 국립공원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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