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가 ‘날벼락’…차량용 반도체 대장주도 22% 폭락, 왜

김인오 기자(mery@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3. 10. 3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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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포드 등 전기차 투자 축소
日파나소닉, 배터리 감산 인정
잇단 악재에 전기차 수요 둔화
테슬라, 주가 200달러선 붕괴
국내 2차전지 관련주들도 급락
뉴욕 맨해튼 소재 한 테슬라 전시장 [김인오 기자]
전기차가 글로벌 수요 둔화 압박을 받자 2차전지(배터리)·충전 플랫폼·차량용 반도체 등 관련업계 전반적으로 파장이 커지고 있다.

특히 국내 증시에서는 그동안 전기차 성장세의 후광효과를 받을 2차전지 관련주들이 증시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는데 이제 역성장의 부메랑을 맞고 있다.

지난주 ‘테슬라 넘어서기’를 선언했던 제네럴모터스와 포드 등이 지난 주에 줄줄이 대규모 전기차 투자·생산 계획을 철회했다.

테슬라가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는 3분기 실적과 판매량을 발표하면서 이미 전기차 시장의 성장동력이 식어갔다는 분석이 나왔다. 테슬라는 3분기 실적 발표 때 높은 이자율이 차량 판매가격 인하 효과를 상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차값을 낮춰도 할부 이자가 더 높아져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 커진 것이다.

거기다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 과 더불어 글로벌 3대 배터리 업체로 꼽히는 일본 파나소닉이 지난 9월까지 배터리 감산을 단행했다는 발표는 전기차 시장의 역성장까지 예고하는 결정타가 됐다.

우메다 히로카즈 파나소닉 최고 재무 책임자(CFO)가 전기차 수요 둔화를 이유로 올해 9월까지 일본 내 배터리 생산을 줄였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파나소닉은 LG에너지솔루션, 중국 CATL 과 더불어 글로벌 3대 배터리 업체로 꼽힌다. 히로카즈 CFO 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보조금을 제외하면 지난 9월까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배터리 사업 부문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1350억엔에서 1150억엔으로 15% 하향 조정했다.

31일 국내 증시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에코프로 등의 배터리 관련주 주가가 급락했다. 삼성SDI가 5.86%, LG에너지솔루션이 4.81%, SK이노베이션이 2.94% 하락했다. 포스코퓨처엠 역시 7.44% 하락하는 등 2차전지소재 기업들의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테슬라 주가와 강한 상관관계를 보이고 있는 국내 2차 전지 밸류체인들이 급락했다”며 “올해 상반기 증시 상승을 이끌었던 만큼 하락하는 상황에서도 증시 낙폭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중국 선전 증시에서는 간펑 리튬 주가가 약 5% 넘게 떨어졌고 CATL 도 1% 넘게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도 당분간은 2차 전지주 반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 들어서 전기차 충전인프라가 확충되는 등 판매량이 늘어나는 구간이 갖춰져야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 수요 부진’ 압박이 다시 한 번 부각되면서 30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테슬라 주가가 직전 거래일 대비 4.79% 급락한 결과 주가 200달러 선이 붕괴됐다.

런던 소재 금융정보업체 오르텍스가 이달 27일까지 집계한 데이터를 보면 테슬라 주가 하락에 베팅한 공매도 거래자들은 회사 실적 발표 이후 약 30억 달러 이익을 냈다. 테슬라 공매도 비율(유통주 대비)은 3.21% 이며 이는 약 180억8000만달러 규모다.

30일(이하 현지시간) 테슬라 주가
테슬라 주가는 지난 18일 장 마감 후 실적 발표 자리에서 일론 머스크 최고 경영자(CEO)가 전기차 등 자동차 업계 수요 둔화 리스크를 강조하면서 “우리는 사이버트럭으로 스스로 의 무덤을 팠다”면서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 것을 계기로 현재까지 약 18%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30일 뉴욕증시 개장 전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한 ON세미컨덕터(ON)는 4분기(10~12월) 부진한 실적을 예고한 탓에 하루 만에 주가가 약 22% 급락했다.

이날 회사 경영진은 실적 설명회를 통해 “일부 유럽 자동차 제조업체 고객사들이 자동차 수요 감소와 고금리 부담을 받고 있으며 이는 우리로서도 리스크”라고 언급하면서 월가 기대를 밑도는 사업 목표치를 제시했다.

경영진이 제시한 올해 4분기 매출은 19억5000만~20억5000만달러, 주당 순이익(EPS)은 1.10~1.24달러다. 이는 작년 4분기(매출 21억달러·EPS 1.35달러) 보다 줄어든 수치이며 팩트셋 집계 기준 월가 기대치(매출 21억8000만달러·EPS 1.29달러) 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같은 날 차량용 반도체 간판 기업인 NXP 세미컨덕터(NXPI↓ 5.00%)도 주가가 급락했다. 회사는 11월 7일 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위기감은 다른 자동차 업체들 주식 매도세로 확산됐다. 이달 2일 이후 최근 한 달간 루시드와 리비안 주가는 각각 약 27%, 33% 떨어져 같은 기간 테슬라 낙폭(22% 하락) 보다 컸다. 전기차 충전 플랫폼 기업인 차지포인트와 EV고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48%, 35% 급락했다.

전기차 관련주가 하방 압력을 받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배터리 원료인 리튬 관련주 투자 주의보를 내고 있다. 북미 지역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앨버말(ALB)은 리튬 공급 과잉·수요 둔화 우려가 동시에 부각된 결과 최근 한 달 간 주가가 22% 하락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측은 “2024~2025년 리튬 시장은 과잉 공급 상태인 바 배터리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관련 기업들 수익·영업이익 압박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프리스의 로런스 알렉산더 연구원도 “중국 수요가 연내 빠르게 회복되지 않는 한 리튬 가공 기업들 재고가 15~20% 과잉 상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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