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관광공사 '낙하산' 부사장의 호언 "내가 대통령 만든 사람"
[뉴스데스크]
◀ 앵커 ▶
부산을 '촌동네'라고 해서 물의를 빚었던 한국 관광 공사의 이재환 부사장이 국정 감사에는 자신의 발언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부사장이 직원들 앞에서 또 다른 문제의 발언을 했던 사실이 MBC 취재 결과 확인이 됐는데요.
실무 직원들을 꾸짖는 자리에서 자신이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차주혁 기자가 단독으로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부산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해운대 블루라인 파크.
휴가철이 시작된 7월, 한국관광공사는 이곳에 홍보관을 설치했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8월 21일, 한국방문의해 홍보회의)] "부산 시골에서 왜 했습니까. 아무도 없는 촌동네 이름 뭐야? (송정정거장.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핫플...) 외국인이 어떻게 많이 와. 90% 서울에 있는데. 나머지 10%가 16개 시도로 가고."
한국방문의해, 세계박람회 유치를 동시에 홍보하기 위한 전략적인 입지였지만, 이재환 부사장은 오히려 '촌동네인 부산'을 지원해주는 거냐며 실무진을 질타합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8월 21일, 한국방문의해 홍보회의)] "왜 거기서 하는 거야? 동네 행사해? 지금 부산 깔아주는 거야? 거기서 왜 그런 걸 막 해."
이재환 부사장은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대통령 특사단으로 몰디브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부산에선 관광공사 광고판까지 없애라고 지시합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8월 21일, 한국방문의해 홍보회의)] "<옥외 광고는 일단은 서울하고 부산.> 왜 자꾸 부산에다 해요. 돈이 남아돌아서 부산까지 할 여력이 있으면 되지만, 부산 이제 그만해."
부산 엑스포는 제쳐두고, 한국방문의해 홍보에만 이렇게 열을 올리는 이유는 뭘까.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8월 21일, 한국방문의해 홍보회의)] "이건 우리 공사의 전사적 업무로 보셔야 된다니까요. 이거 엄청 큰 거라니까. 아니, 대한민국을 리드하는 두 분이 여기 오셨잖아."
한국방문의해 위원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그리고 명예위원장은 영부인 김건희 여사입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8월 21일, 한국방문의해 홍보회의)] "이부진과 영부인 오셨잖아요. 그런데 한국방문의해에 대해서 몰라. 사람들이 몰라요."
또다른 공식석상에서 또 자신을 '낙하산'이라고 칭합니다.
그래서 임명해 주신 분께 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5월 15일, 부사장-노조 간담회] "우리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 5년 임기제 대통령입니다. 저는 잘 아는 것처럼 낙하산으로 왔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저도 제 임기제를 임명해 주신 분을 잘 또, 그분은 또 국민이 임명해 주신 분이니까, 선출해 주신 분이니까 잘 해야 할..."
자신이 대통령의 ‘낙하산’이라고 대놓고 자랑하는 이재환 부사장.
이씨는 작년 11월, 한국관광공사 본부장 공개모집 절차를 거쳐 입사했습니다.
그런데 입사 직후 관광산업본부장과 함께 부사장 직책까지 맡았습니다.
이전까지는 본부장 중 선임자가 맡던 자리였습니다.
두 달 뒤 관광공사는 사규까지 고치면서 본부장 위, 부사장 자리를 새로 만들었습니다.
[변정섭/한국관광공사 노조위원장] "예전에는 없던, 사실 특혜거든요. 이분이 어떤 정치적인 백그라운드가 있어서 없던 제도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직원들이 생각했을 때는 '아, 뭔가 있구나.'"
원주 본사와 서울 지사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관용차로 K7과 카니발 두 대를 굴립니다.
이재환 부사장의 위세는 사장까지 위협할 정도라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김장실/한국관광공사 사장 (지난 5월 16일, 사장-노조 간담회)] "<실질적 권한은 다른 분이 행사하고 계시다는 직원의 우려 또한 있습니다.> 이런저런 소문이 있었지만, 있는 걸 저도 알고 있고 한데..."
관광공사 사규에 적시된 부사장의 역할은 사장을 보좌하는 것, 실무적인 경영권은 없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5월 15일, 부사장-노조 간담회)]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은 오롯이 제가 할 겁니다. 제가 경영에 당연히 관여하는 것이 제가 직무유기를 안 하는 것이죠."
[김장실/한국관광공사 사장 (지난 5월 16일, 사장-노조 간담회)] "<경영권, 부사장에게 위임하셨습니까?> 위임을 할 수가 없습니다. 다만 기업 경영 경험도 있고 네트워크가 좋으니까 대외활동을 활발히 하는 것에 대해서 내가 장려를 하고 있고, 그렇습니다."
이재환 부사장 본인이 안팎으로 자랑한 좋은 네트워크는 누구일까.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선배라고 부르고, 오세훈 서울시장을 안 지는 15년 넘었다고 자랑하듯 말했습니다.
호기롭게 꺼낸 이름은 또 있습니다.
먼저 같은 고등학교 동문인 권영세 전 통일부 장관.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5월 15일, 부사장-노조 간담회)] "통일부 장관님을 만났고 다행히 또 고등학교 선배라 편하게 얘기를 했고."
국회 문체위 소속인 배현진 의원.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5월 15일, 부사장-노조 간담회)] "이건 여담인데 '배현진 의원 팬이라고, 배현진 의원하고 이렇게 같이 만나고 사진 찍게 해주면 열심히 돕겠다'라고 농담으로, 사담으로 해서 '아, 제가 배현진 의원님 후배니까 그렇게 하겠다'."
주진우 대통령 법률비서관.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8월 21일, 한국방문의해 홍보회의)] "제가 수요일 날 용산 가서 주진우 법률비서관하고 오찬을 먹기로 했어요."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까지 등장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라고 자랑까지 했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8월 21일, 한국방문의해 홍보회의)] "바보입니까? 제가 이 마케팅 기획, 공보 전문가예요. 아니, 그래서 대통령을 만든 사람이고, 도지사를 만든 사람 아닙니까. 시장도 만들고."
진의가 왜곡됐다, 악마의 편집이다.
이재환 부사장은 국정감사에서 강하게 반발하더니, 2차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몸이 아프다며 출석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이재환/한국관광공사 부사장 (지난 19일, 문체위 국정감사)] "전혀 사실과 다릅니다. 의원님. <아니, 본인이 얘기했잖아요.> 저걸 악마의 편집이라고 해야 될 것 같습니다."
국회 문체위는 이재환 부사장을 국회모욕과 위증 혐의로 고발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감사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이재환 부사장이 인맥으로 언급했던 정치권 인사들은 관계가 과장됐다고 답변해왔습니다.
MBC뉴스 차주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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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혁 기자(cha@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538950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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