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人] 굴 껍데기로 그린 생명…화가 권영석
[KBS 창원] 벽면을 가득 채운 500호 대작의 주제는 '생'.
뜻밖에도 버려진 굴 껍데기로 그려낸 작품입니다.
[권영석/화가 : "밤에 바닷가를 보면서 굴 껍데기가 야광 빛을 내는 걸 보고 아 또 다른 우주가 있구나."]
굴 껍데기에서 발견한 생성과 소멸의 질서를 통해 작가는 자연과 생명의 가치를 전합니다.
의령에서 농사를 지으며 작업에 전념해 온 권영석 작가의 작업실.
작업의 연대기가 한눈에 보이는 빼곡한 작품들이 치열했던 작가의 시간을 말해줍니다.
[권영석/화가 : "처음에는 많이 거칠었고 오면서 굉장히 더 부드러워졌죠. 험한 길부터 시작되다가 잘하면 운이 좋으면 꽃길을 만나는 거고 끝까지 험한 길을 갈 수도 있고 그런 거예요."]
40년간 스물세 차례 개인전으로 세상과 소통해 온 작업실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작업 재료.
쓸모를 다한 굴 껍데기가 물감이 된다는 점입니다.
굴 껍데기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직접 만들거나 빗자루를 활용한 붓은 입체감을 표현하는 필수 도구입니다.
[권영석/화가 : "제가 표현하는 붓입니다. 이 빗자루로 스크래치기법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빛이 통과 됐을 때 음각으로 있는 부분과 양각으로 있는 부분이 다른 생동감을 일으키거든요."]
굴 껍데기와 풀을 섞어 바른 조형 위에 다시 굴 껍데기로 입체감을 더하는 중인데요.
작가에게 굴 껍데기는 생명을 상징하는 매개체입니다.
[권영석/화가 : "하나의 우주의 먼지처럼 새로운 하나의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고 바다 아주 깊은 곳, 갯벌이나 이런 데 물고기가 다녔던 흔적들, 사람의 보이지 않는 흔적들과 유사하지 않은가."]
남해와 삼천포에서 구해온 굴 껍데기는 세 단계에 걸쳐 잘게 부순 뒤 1년간 염분을 빼야 캔버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500호 이상의 대형 캔버스는 작가가 직접 만들어서 쓰는데요. 캔버스 위에서 굴 껍데기를 보완하는 중요한 재료가 한지입니다.
[권영석/화가 : "유화물감이나 이런 것보다도 한지가 보존 상태나 이런 것이 훨씬 더 우수하고..."]
자연의 재료로 자연을 묘사하면서 한국적인 여백과 농담을 살린 작품은 진화를 거듭하는 중인데요.
먹 역시 즐겨 쓰는 물감입니다.
[권영석/화가 : "먹의 깊이라고 할까요. 그게 유화나 이런 데서 느끼지 못하는 아주 깊으면서도 가장 변화가 심하고 한국적인 그런 색이라고 생각합니다."]
굴 껍데기의 광택과 질감으로 고향의 뒷산과 마을, 밤하늘의 별을 표현한 작품인데요.
작품을 마주한 이들은 굴 껍데기가 부린 조화가 놀랍습니다.
[임우택/진주시 문산읍 : "어떻게 보면 습지인 것 같고 어떻게 보면 물이 흐르는 것 같고 굴 껍데기를 갈아서 그것을 소재로 해서 이런 작품을 만든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강윤석/진주시 문산읍 : "작가님이 여기서 농사를 짓고 결실을 얻는 과정들이 아마도 이 작품에 다 녹아들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땀 흘리며 공들여 키운 감이 결실로 돌아오는 시간.
[권영석/화가 : "자연의 순리를 따르는 그런 일이니까 공통점이 있지요. 생명이죠. 생명에 관한 그런 작업을 계속 할 거예요. 제가 몸으로 체험한 그런 것이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표현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농사와 그림이 하나인 40년 뚝심의 작가.
그에게 캔버스는 생명이 다한 굴 껍데기로 다시 생명을 잉태시키는 텃밭입니다.
KBS 지역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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