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정상회담, 블링컨 방한… 한반도 둘러싼 ‘숨 가쁜 외교전’

홍주형 2023. 10. 3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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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잇단 외교 이벤트
14~15일 에이펙서 美·中 정상 만나
韓·中관계, 北 문제 등 영향 가능성
블링컨은 11월 둘째 주 韓 찾을 듯
韓·日·中 정상회의 관련 논의 전망
11월 말 3國 외교장관회의도 주목
오는 14∼1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를 전후해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시계도 바쁘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31일 외교가에 따르면 미·중 정상회담 전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1월 둘째 주에 방한할 것으로 전망된다. 11월 말에는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도 개최될 전망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중국 외교부 제공
◆시진핑 방미와 블링컨 방한

올해 가장 큰 외교 이벤트 중 하나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우리 정부는 이를 주목하고 있다. 회의를 계기로 미·중 관계가 극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지만 양국 정상 간 신뢰 형성에 따라 이후 한·중 관계뿐만 아니라 북한 문제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중국의 관여를 재차 요청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시 주석의 에이펙 참석은 확실시되고 있다.

중국 외교가에서도 비슷한 인식이 엿보인다. 중국의 유력 싱크탱크 관계자는 최근 베이징을 찾은 한미클럽 대표단과 만나 “11월 에이펙에서 중·미 관계 향방에 따라 (한·중 관계도) 달라질 것”이라며 낙관한다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외교부 소식통은 대표단과의 간담회에서 “중·미 관계가 다년간 아주 어려운 국면이었으나 대화를 포기하지 않았고 최근 고위급 교류가 많아지면서 이견이 관리되고 있다”고 말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뉴시스
따라서 미·중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블링컨 장관이 그에 앞서 방한하면 한·미 현안뿐만 아니라 한·중 관계,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일·중 정상회의 준비 상황 등에 대한 한국의 견해를 들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한·미 양국 정부가 아직 공식 발표하지는 않았지만 블링컨 장관은 오는 7∼8일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 참석 뒤 한국을 찾을 전망이다. 특히 북·러 무기 거래 등 미국이 주목하는 북·러 동향과 관련해서도 한·미 외교장관의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중 정상이 에이펙에서 만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최근 국회의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시 주석이 (에이펙에) 참석한다면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만남이 성사되면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인도네시아 발리 에이펙 회의에서 처음 만난 뒤 약 1년 만에 다시 만나는 것이다.

다만 시 주석의 방미 기간이 길지 않고 미·중 정상회담 등 관심이 주목되는 다른 일정이 있는 만큼 본격적인 대화는 이르면 내년 초 성사 가능성이 있는 시 주석 방한 때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 외교부 소식통은 한미클럽 대표단에 “시 주석 방한은 (한국) 전 정부 시절부터의 약속이었고, 코로나19 상황과 한국의 정권 교체 후 어려움도 생겼지만 한국의 초청을 기억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 분위기나 여건을 준비해 편리한 시기에 방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11월 말엔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

11월 마지막 주에는 한·일·중 외교장관 회의가 부산에서 열린다. 연말 혹은 내년 초로 예상되는 한·일·중 정상회의를 준비하는 회의다. 미·중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한·일·중 간 논의의 폭도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왕이(王毅) 중국 공산당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이 다시 외교부장을 맡고 난 뒤 첫 방한이며, 지난 9월 취임한 가미카와 요코(上川陽子) 일본 외무상도 취임 후 처음으로 한국에 온다. 9월에서 연기된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교차관의 방한도 여전히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과 함께 방북한 루덴코 차관의 방한이 성사되면 정부는 북·러 밀착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연말 잇단 동북아 외교전 속에서 미·중 관계, 또 한·중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2024년 초 시 주석의 방한 성사에 상당한 기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선 “최근 중국은 북·러 밀착을 경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려온다.

홍주형 기자, 베이징=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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