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며 읽는 동시] 나뭇잎 수채화
나뭇잎 수채화
김경은
나뭇잎 주워다가
무지개 물감 칠하여서
튼튼하고 예쁜 집 지어봐야지
오동잎은 두 개 붙여 빨간 지붕 만들고
도라지 보라꽃은 커튼으로 달까 봐
단풍잎 빨갛게 내 동생 볼에 찍어
오늘 밤 찾아올 예쁜 달에게
멋진 우리 집 자랑해야지.
가을이 만든 ‘우리 집’
집짓기처럼 즐거운 놀이도 없다. 우린 누구나 어린 시절에 수많은 집을 지으며 즐거워했다. 모래집도 짓고, 흙집도 짓고, 나뭇잎집도 지었다. 그러면서 꿈을 키웠다. 그때의 집은 단순한 집이 아니라 세계요, 우주였다. 이 동시는 제목 그대로 나뭇잎으로 집을 짓는 이야기다. 오동잎, 도라지꽃, 단풍잎 등이 재료다. 재료치곤 무상으로 얻을 수 있는 고마운 것들이다. 가을이면 세상천지에 널려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곧 신이 주신 선물이다. ‘오늘 밤 찾아올 예쁜 달에게/멋진 우리 집 자랑해야지.’ 집들이 손님으로 달을 선택했다는 것도 퍽 재미있다. 여기서 생각해 볼 것은 내 집이 아니라 ‘우리 집’이다. 이는 시인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은 ‘우리’란 복수를 즐겨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왜 우리는 나란 단수 대신 복수를 즐겨 쓰는 것일까? 우리 동네, 우리 아파트, 우리나라. 이는 오래전부터 공동체 생활을 해온 우리 국민의 유전자 대물림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우린 그렇게 살았다. 어릴 적부터 소꿉놀이를 하면서. 그런데 언제부턴가 ‘우리’란 울타리가 허술해지다 못해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다. 이 안타까운 마음을 시인은 동시란 이름을 빌려 넌지시 꼬집고 있지 않나 싶다. 윤수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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