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김순호 전 경찰국장 '녹화사업 피해자' 인정
영천 보도연맹 사건 6명은 진실규명 보류
야당 위원 "유족 멍에를 벗기는 게 목적"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대학 운동권 당시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됐다는 이른바 '밀정 의혹'을 받는 김순호 전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녹화사업 피해자로 인정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31일 오후 제65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의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피해 사실이 확인된 101명에는 김 전 국장도 포함됐다.
녹화공작 사업이란 박정희·전두환 정권 등이 학생운동에 가담한 학생들을 강제 징집한 뒤 이념을 바꿔 교내 동향 등 첩보를 수집하도록 한 일을 말한다.
김 전 국장은 성균관대에 재학하던 1983년 학생운동을 하다 녹화사업 대상자로 분류돼 군에 징집됐다. 이후 프락치로 활동하며 성균관대 주요 이념 서클 등의 동향을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국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그가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프락치'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김 전 국장은 "나도 녹화공작 사업 피해자"라며 같은 해 8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김 전 국장이 실제 프락치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 개시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에는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여부를 따져야 한다. 김 전 국장 사건이 이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같은 날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을 비롯해 ▲함평 4·8 문장 장터 만세운동(항일독립운동) ▲전남 영광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3)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1) ▲광주·나주·장성·화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선거유세 중 사복경찰에 의한 집단 폭행 사건(하모씨) ▲3·15의거 시위 참여 확인 사건(김모씨 등 29명)의 진실규명도 내렸다.
다만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진실규명 대상자 21명 가운데 6명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경북 영천의 보도연맹원과 요시찰 대상자들이 예비검속돼 좌익 세력에 협조할 우려가 있다며 군경에 살해된 사건이다.
도마 위에 올랐던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의 "전시에는 재판 없이도 죽일 수 있다"는 발언과 관련된 사건이어서 특히 주목받았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여당 추천 위원들은 이 사건 진실규명건에 '진실규명 불능안'을 제안했다.
1981년 영천경찰서가 작성한 '신원기록편람'에 신청자 일부가 '살인·방화·약탈 등 좌익 활동을 하다가 처형된 자' 등으로 적혀있기 때문이라는 게 여당 추천 위원의 주장이다.
반면 야당 추천 위원들은 '신원기록편람' 등 문서는 당시 공권력에 의해 작성된 것인 만큼 진실화해위원회가 그간 조사한 참고인 자료나 관련 국회보고서 등을 토대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김 위원장을 포함한 여당 추천 위원 5명이 '보류' 의견을 냈고 이들 6명에 대해서는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야당 추천 위원들은 표결이 끝난 직후 이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퇴장 직후 뉴시스와 만나 "(한국전쟁기 사건의 진실규명을 하는 것은) 희생된 이들의 억울함을 가리는 것만큼이나 유족들의 오래된 멍에를 벗기는 게 주목적이다. 그런데 안건을 보류해서 부역자를 가리는 조사를 더 하겠다는 것은 그분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오동석 비상임위원도 "안건을 보류 결정한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갈라치기이자 괴롭힘이다"며 "위원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조사관한테 떠넘기는 것이다. 이것은 조사관에 대한 괴롭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광동 위원장은 이날 전체위에서 그간 논란이 됐던 '전시에는 재판 없이도 죽일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즉결처분은 즉결처형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즉결처분이 가능하다는 김 위원장 발언의 근거를 묻는 오동석 위원에게 "즉결 처분과 즉결 처형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있으신 것 같다. 행정처분도 처분이고 사법적 처분도 처분이다. '처분'은 굉장히 광범위한 표현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희 비상임위원은 "1기 진실화해위원회를 포함해 즉결 처분이라는 건 통상의 법적인 재판 절차 없이 현지에서 처형하는 것을 말해왔다"고 반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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