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김순호 전 경찰국장 '녹화사업 피해자' 인정

임철휘 기자 2023. 10. 3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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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락치 활동 여부 조사 개시 여부 검토 중"
영천 보도연맹 사건 6명은 진실규명 보류
야당 위원 "유족 멍에를 벗기는 게 목적"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제65차 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0.31.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임철휘 기자 = 대학 운동권 당시 동료들을 밀고해 경찰에 특채됐다는 이른바 '밀정 의혹'을 받는 김순호 전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녹화사업 피해자로 인정됐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31일 오후 제65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의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피해 사실이 확인된 101명에는 김 전 국장도 포함됐다.

녹화공작 사업이란 박정희·전두환 정권 등이 학생운동에 가담한 학생들을 강제 징집한 뒤 이념을 바꿔 교내 동향 등 첩보를 수집하도록 한 일을 말한다.

김 전 국장은 성균관대에 재학하던 1983년 학생운동을 하다 녹화사업 대상자로 분류돼 군에 징집됐다. 이후 프락치로 활동하며 성균관대 주요 이념 서클 등의 동향을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 전 국장은 지난해 7월 윤석열 정부 초대 경찰국장으로 발탁됐다. 이후 그가 학생운동을 하던 시절 '프락치'로 활동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김 전 국장은 "나도 녹화공작 사업 피해자"라며 같은 해 8월 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김 전 국장이 실제 프락치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조사 개시 여부를 검토 중"이라며 "인권침해 사건의 경우에는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 여부를 따져야 한다. 김 전 국장 사건이 이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실화해위는 같은 날 '대학생 강제징집 및 프락치 강요 공작 사건'을 비롯해 ▲함평 4·8 문장 장터 만세운동(항일독립운동) ▲전남 영광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 사건(3)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1) ▲광주·나주·장성·화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선거유세 중 사복경찰에 의한 집단 폭행 사건(하모씨) ▲3·15의거 시위 참여 확인 사건(김모씨 등 29명)의 진실규명도 내렸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31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제65차 위원회 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2023.10.31. kch0523@newsis.com

다만 '경북 영천 국민보도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진실규명 대상자 21명 가운데 6명에 대한 진실규명 결정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이 사건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 경북 영천의 보도연맹원과 요시찰 대상자들이 예비검속돼 좌익 세력에 협조할 우려가 있다며 군경에 살해된 사건이다.

도마 위에 올랐던 김광동 진실화해위 위원장의 "전시에는 재판 없이도 죽일 수 있다"는 발언과 관련된 사건이어서 특히 주목받았다.

진실화해위원회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여당 추천 위원들은 이 사건 진실규명건에 '진실규명 불능안'을 제안했다.

1981년 영천경찰서가 작성한 '신원기록편람'에 신청자 일부가 '살인·방화·약탈 등 좌익 활동을 하다가 처형된 자' 등으로 적혀있기 때문이라는 게 여당 추천 위원의 주장이다.

반면 야당 추천 위원들은 '신원기록편람' 등 문서는 당시 공권력에 의해 작성된 것인 만큼 진실화해위원회가 그간 조사한 참고인 자료나 관련 국회보고서 등을 토대로 '진실규명'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김 위원장을 포함한 여당 추천 위원 5명이 '보류' 의견을 냈고 이들 6명에 대해서는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김광동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이 31일 오후 서울 중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열린 제65차 위원회 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0.31. kch0523@newsis.com


야당 추천 위원들은 표결이 끝난 직후 이에 항의하며 퇴장했다.

이상훈 상임위원은 퇴장 직후 뉴시스와 만나 "(한국전쟁기 사건의 진실규명을 하는 것은) 희생된 이들의 억울함을 가리는 것만큼이나 유족들의 오래된 멍에를 벗기는 게 주목적이다. 그런데 안건을 보류해서 부역자를 가리는 조사를 더 하겠다는 것은 그분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오동석 비상임위원도 "안건을 보류 결정한 것은 희생자들에 대한 갈라치기이자 괴롭힘이다"며 "위원들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것을 조사관한테 떠넘기는 것이다. 이것은 조사관에 대한 괴롭힘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광동 위원장은 이날 전체위에서 그간 논란이 됐던 '전시에는 재판 없이도 죽일 수 있다'는 발언에 대해 "즉결처분은 즉결처형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즉결처분이 가능하다는 김 위원장 발언의 근거를 묻는 오동석 위원에게 "즉결 처분과 즉결 처형을 동일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있으신 것 같다. 행정처분도 처분이고 사법적 처분도 처분이다. '처분'은 굉장히 광범위한 표현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희 비상임위원은 "1기 진실화해위원회를 포함해 즉결 처분이라는 건 통상의 법적인 재판 절차 없이 현지에서 처형하는 것을 말해왔다"고 반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f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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