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판 미쉐린 가이드’ 감베로 로쏘 매년 와인 4만5000여종 심사 와인 글라스 1∼3개로 평가/마르코 사벨리코 총괄편집장 “와인전문가 70명 6개월동안 집중심사해 최고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에 담아”/2024 트레 비키에리 498종 선정/서울 츄리 츄리· 파올로 데 마리아 2024 TOP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국 부문 포크 2개 영예
이탈리아는 거의 전 국토에서 와인이 생산되는데 포도품종이 무려 1000여종이 넘고 원산지통제규정인 DOC와 DOCG로 인정받은 품종도 500여종입니다. 이탈리아는 이를 바탕으로 생산량 기준 전세계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아마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품종 산지오베제나 피에몬테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왕’ 바롤로와 ‘와인의 여왕’ 바르바레스코를 만드는 네비올로 품종 정도만 들어봤을 겁니다. 특히 처음 보는 생소한 토착 품종이 워낙 많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이탈리아 와인 고르기가 매우 까다롭습니다. ‘와알못’이나 ‘와린이’에게 이탈리아 와인이 더 어렵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맛있는 이탈리아 와인을 어떻게 골라야 할까요.
◆와인 글라스 3개를 찾아라
프랑스에 미쉐린 가이드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감베로 로쏘(Gambaro Rosso)’ 가이드가 있답니다. 1986년 설립된 감베로 로쏘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와인·음식 전문 매체입니다. 1988년부터 매년 와인·음식 가이드를 발간해 올해 37번째 가이드가 발간됐습니다. 감베로 로쏘는 ‘빨간 새우’라는 뜻으로 대중에게 친근한 기호 표시로 와인과 레스토랑을 평가해 이탈리아 와인과 레스토랑 정보를 소비자들과 공유합니다.
특히 이탈리아 와인 가이드북 ‘비니 이탈리아(Vini d'Italia·Italian Wines)‘는 일반 소비자와 와인 애호가는 물론, 와인 전문가들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답니다. 바로 트레 비키에리(Tre Bicchieri) 평가방식 덕분입니다. 이는 ‘세개의 와인 글라스’란 뜻으로 이탈리아 와인을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프랑스 미슐랭 가이드처럼 매년 이탈리아 와인 4만5000여종을 평가해 와인 잔 1∼3개로 평가합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난다 긴다 하는 최고의 와인 전문가들이 심사숙고해 평가했으니 믿고 마실 수 있는 아주 유용한 와인가이드죠.
10월 15일 발표된 2024 비니 이탈리아에는 평가한 4만5000여종 와인중 2647개 와이너리 2만5231종의 정보를 담았고 이중 498종이 트레 비키에리를 받았습니다. 트레 비키에리는 2023 가이드에서 선정된 455종보다 다소 늘었습니다. 감베로 로쏘는 요즘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TV 채널, 웹사이트, 애플리케이션, 아카데미 등을 통해서도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합니다.
◆국내 톱 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최고급 레스토랑은 ‘트레 포르케테(Tre Forchette)’로 평가하며 포크 1~3개로 표시합니다. 또 우수한 레스토랑을 감베리(Gamberi·새우), 스피키오(Spicchio·피자조각) 기호로 평가하며 이탈리아의 우수한 레스토랑 2000여곳과 대중음식점, 와인바, 식음료 시설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감베로 로쏘는 매년 한국에서도 트레 비키에리를 받은 와인들을 위주로 소개하는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를 열며 이때 ‘TOP 이탈리안 레스토랑’ 한국 부문 수상자도 발표합니다.
30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호텔에서 열린 2024 TOP 이탈리안 레스토랑 시상식에선 모두 5곳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파인다이닝 부문에서 츄리 츄리(Ciuri Ciuri)와 파올로 데 마리아(Paolo de Maria)가 포크 2개를 받았습니다. 또 츄리 츄리는 빌라 산디(Villa Sandi)가 선정한 ‘베스트 컨템포러리 와인 리스트(Best Contemporary Wine List)를, 파올로 데 마리아는 ‘아시아고 치즈 어워드(Asiago Cheese Award)’를 동시에 수상했습니다. 포크 1개 레스토랑에는 알 척(Al Choc)이 선정됐습니다. 와인바 부문에선 포시즌스 호텔 서울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Boccalino)가 뛰어난 와인리스트를 보유한 점이 높이 평가돼 와인병 2개를 받았습니다. 피자 부문에선 스파카 나폴리(Spacca Napoli)가 스피치오 2개를 받았습니다.
시상식에는 지난해에 이어 루이지 살레르노(Luigi Salerno) 감베로 로쏘 대표가 2년 연속 참석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살레르노 대표는 “한국 소비자들에게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을 선보이게 돼서 기쁘다”며 한국 행사 10주년을 맞은 소감을 밝혔습니다. 또 에밀리아 가토(Emilia Gatto) 주한 이탈리아 대사, 마르코 사벨리코(Marco Sabellico) 감베로 로쏘 총괄편집장도 참석해 한국에서 성공적인 10회 행사 개최를 축하했습니다.
◆이탈리아 와인 ‘다양한 매력’에 빠지다
사벨리코 총괄편집장은 “올해 와인 전문가 70명이 6개월동안 이탈리아 전역 와인 4만5000종을 시음했고 그중 최고의 이탈리아 와인을 선별해 가이드에 담았다. 2500여개 와인 정보를 담은 37번째 가이드가 최근 출간됐다”고 소개합니다. 그는 이어 “이탈리아 와인 없이 이탈리아 음식을 먹는 것은 말이 안 되기에 한국의 베스트 이탈리아 레스토랑도 선발하고 있다”며 “감베로 로쏘는 6년전부터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세계 주요 도시 30곳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을 평가한 가이드도 출간하고 있다. 감베로 로쏘 웹사이트에 레스토랑 리스트가 소개돼 있으니 해외여행때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
TOP 이탈리아 와인 로드쇼에는 60여개 와이너리가 참여해 이탈리아 전역의 와인들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급증하는 스파클링 시장을 반영해 스페셜 게스트로 프로세코(Prosecco) DOC 와인들이 대거 선보였고 아시아고(Asiago) 치즈도 소개됐습니다. 이날 세차례의 마스터 클래스도 열렸습니다. 프로세코 마스터 클래스에선 프로세코DOC협회 타냐 바라틴(Tanja Barattin) 프로모셔널 매니저와 사벨리코 편집장이 베네토주와 푸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주 9개 마을에서 생산되는 프로세코의 품종, 양조기법, 토양 특징 등을 심층적으로 소개해 프로세코 스파클링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두번째 마스터 클래스에선 프로세코 그랑크뤼에 해당하는 발도비아데네의 카르티제(Cartizze) 등급 프로세코를 비롯해, 가루다 호수 인근에서 투루비아나 품종으로 빚는 루가나 DOC 화이트 와인, 토스카나를 대표하는 레드 품종 산지오베제로 빚는 키안티 클라시코와 브루넬로 디 몬탈치노, 베네토 발폴리첼라에서 실내 건조한 포도로 만드는 향기로운 ‘로미오와 줄리엣의 와인’ 아마로네, 시칠리아섬 에트나 화산 인근에서 네렐로 마스칼레제 품종 등으로 빚는 레드 와인 등이 선보여 이탈리아 와인의 다양한 매력을 만나는 자리가 됐습니다.
최현태 기자는 국제공인와인전문가 과정 WSET(Wine & Spirit Education Trust) 레벨3 Advanced, 프랑스와인전문가 과정 FWS(French Wine Scolar), 뉴질랜드와인전문가 과정 등을 취득한 와인전문가입니다. 매년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최대와인경진대회 CMB(Concours Mondial De Bruselles) 심사위원, 소펙사 코리아 소믈리에 대회 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7년부터 국제와인기구(OIV) 공인 아시아 유일 와인경진대회 아시아와인트로피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보르도, 부르고뉴, 상파뉴, 루아르, 알자스와 이탈리아, 호주, 체코, 스위스, 중국 등 다양한 국가의 와이너리 투어 경험을 토대로 독자에게 알찬 와인 정보를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