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또… 이번엔 모빌리티 ‘매출 부풀리기’ 의혹 감리 받아

금융감독당국發 악재 이어져
가맹·업무제휴 계약 회계서 논란
택시회사서 운행 매출 20% 받고
16∼17% 업무제휴비용으로 지급
금감원 “이중계약으로 매출 늘려”
회사측 “두 계약은 별도계약” 주장
상장 위한 주가조작 의혹 지적에
내부 통제시스템 실패 분석 나와

금융감독원이 기업상장(IPO)을 추진하던 카카오모빌리티가 회계에서 매출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대해 감리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카카오그룹으로서는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으로 법인과 임직원들이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데 이은 또 하나의 금융감독당국발 악재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카카오그룹 내 문제를 놓고 기업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내부통제 실패일 수도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31일 금감원과 카카오모빌리티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7월 카카오모빌리티 회계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매출을 부풀렸다는 혐의(외부감사법 위반)에 대한 감리에 들어갔다. 금감원은 IPO 계획이 있는 기업 중 일부를 추첨해 회계장부를 제대로 작성했는지를 살펴보는데 카카오모빌리티가 대상이었다.

금감원은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회사와 맺은 계약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자회사 케이엠솔루션은 택시회사들과 ‘가맹 계약’을 맺고 차량배차 플랫폼 제공, 단말기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운행 매출의 20%를 로열티로 받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회계장부에서 로열티로 받은 운행 매출의 20%를 매출항목에 분류했다. 이와 함께 카카오모빌리티는 운행 데이터를 제공하거나 마케팅 등에 참여하는 조건으로 택시회사들에 운행 매출의 16∼17%를 지급하는 ‘업무 제휴 계약’을 맺었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자회사 케이엠솔루션, 택시회사가 삼각구조 형태로 계약을 맺은 셈인데 금감원은 이 삼각구조 자체를 하나의 ‘계약’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경우 운임의 3∼4%만을 매출로 보고 회계에 기록해야 하지만 20%를 매출로 봤으니 ‘부풀리기’라는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두 계약은 따로 봐야 한다고 반박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보도자료를 통해 “만약 ‘업무 제휴 계약’이 ‘가맹 계약’에 연동된 하나의 계약이라면 업무 제휴 계약 역시 운행 매출에 연동해 비용이 책정돼야 한다”며 “그러나 업무 제휴 계약은 계약 내 구성 항목별로 상이한 책정 기준을 갖고 있다”고 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회사에 지급하는 비용은 ‘데이터 이용 비용’이지, 운행 매출을 돌려주는 연관된 계약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감원은 앞으로 감리과정에서 카카오모빌리티 의견을 들은 뒤 감리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다룰지를 판단하게 된다. 검찰의 ‘수사착수’ 단계에 비유할 수 있는 감리에 착수한 이상 감리위 회부 가능성이 클 것으로 분석된다. 금감원 감리기간은 원칙적으로는 1년 이내에 하게 돼 있다. 따라서 내년 상반기 안에는 카카오모빌리티 감리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증선위 결정에 따라 과징금 등이 부과될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감리를 계기로 당사 사업 현황을 성실하게 소명해 오해를 바로잡겠다”고 했다.

앞서 금감원과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금융투자업계 내에서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기업가치를 올려 상장에 유리하게 하려던 카카오의 행보에서 비롯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이번 논란 역시 지난 2∼3년간 계속 ‘매출 부풀리기’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던 사안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IPO를 추진해왔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러한 지적에 “매출을 부풀린다 해도 실제 현금흐름과 영업이익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오히려 회사의 이익은 그대로인데 매출만 높아지는 경우, 영업이익률이 떨어져 회사의 가치가 하락하고 상장에 불리해질 수도 있다”고 반박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카카오그룹 내에서 악재가 거듭 발생하는 것을 놓고 그룹 내 내부통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그룹을 통합해 지휘하거나, 각 경영진의 움직임을 제어할 장치가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