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1년, "개인 아닌 사회적 참사"
[EBS 뉴스]
그제로 1주기를 맞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는 자리가 전국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159명의 아까운 청춘을 잃은 그날, 살아서 돌아온 생존자들도 1년 동안 외로운 시간을 보냈는데요.
슬픔에 묻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모두의 치유와 회복을 위해서, 우리에게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먼저 영상보고 오겠습니다.
[VCR]
2022년 10월 29일 밤
서울 이태원서 대형 참사
좁은 골목 몰린 인파에
159명 희생·334명 부상
참사 1주기, 애도 물결 속
통계 밖 생존자 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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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아 앵커
참사 당사자로서 참사 이후 삶에 대해서 기록을 남긴 김초롱 작가와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작가님 어서 오세요.
먼저 시청자들께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김초롱 작가 / 이태원 참사 생존자
네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라는 책을 출간하게 된 작가 김초롱입니다.
서현아 앵커
바로 그날 그 현장 한가운데에서 돌아오신 뒤에 약 반년 동안 인터넷에 글을 연재를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도 했는데요.
이 글을 올릴 때의 심경은 어떠셨는지 또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서는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궁금한데요.
김초롱 작가 / 이태원 참사 생존자
글을 올릴 때는 사실 별 생각이 없이 올렸었고요.
그때는 이미 너무 심정적으로 힘든 상태에서 이 내 마음 안에 있는 거를 배출하는 느낌으로 그냥 나를 위해서 그냥 했던 거였거든요.
그래서 그냥 뭐 별 생각 없었고 나중에 그 글이 유명해졌다라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댓글을 보면서는 좀 밤새 울었던 것 같아요.
많은 위로를 받았고 생각보다 사람들이 내 곁에 많이 있어주는구나 힘이 많이 된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외롭지 않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현아 앵커
연재했던 글들을 기반으로 최근에 책을 내셨습니다.
제목이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과 같은 제목인데요.
바로 그날로부터 319일간의 기록이 담겨 있습니다.
다시 또 새로운 기록을 해야겠다고 결심을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김초롱 작가 / 이태원 참사 생존자
말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정말 모르더라고요.
그리고 기록하지 않으면 정말로 지워집니다.
그래서 지워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알아달라고 애원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로 지워지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이해할 수 있는 방편을 마련하고자 그런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책을 쓰는 과정이 저를 스스로 이해시키는 과정이기도 했고요.
그래서 나를 이해시키는 수단과 방법이 타인에게도 도움이 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건 없다 이런 마음으로 좀 책을 쓰게 됐던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네, 지워지지 않기 위해서 꾹꾹 써내려갔던 글들 최근까지도 이 우울증에 시달리셨다고 책에서 고백을 하셨습니다.
큰일이었던 만큼 완전히 회복되실 때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시겠지만 그래도 일상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됐던 일들이 있을까요?
김초롱 작가 / 이태원 참사 생존자
우울이나 뭔가 마음이 아픈 것은 100% 완전히 괜찮아지는 건 없는 것 같아요.
너무 애석하게도 절망적인 대답일 수도 있겠지만 정말로 그렇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한 번 입으면 그 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어요.
그런데 단 그것이 옅어질 수는 있는데요.
뭔가 몸을 쓰는 일이나 이전에 내가 해보지 않았던 것을 도전해 보는 것 그래서 내 스스로 인생이 조금 살 만하다라고 스스로 느끼는 건 뭐든지 다 도움이 되는데 예를 들면 제가 책에도 기입을 해놨지만 다림질 같은 게 그랬어요.
사실 또 제 또래 친구들은 다 공감을 할 텐데 다림질을 해보는 세대는 아니거든요.
워낙 우리는 이제 스팀다리미 세대이기도 하고 사실 다리미가 필요 없는 의류를 많이 입는 세대이기도 하잖아요.
그런데 다리미 정말 정통 다리미 예전에 어머니들이 쓰시던 그 다리미로 속옷을 다리는 일이 그렇게 도움이 됐어요.
그리고 속옷도 다리고 정말 집 안에 있는 모든 걸 다 다렸던 것 같아요.
그래서 꾹꾹 이제 물도 뿌리고 꾹꾹 눌러가면서 달리면서 약간 시간을 들이고 공을 들이는 느낌이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마음이 펴진다 그런 느낌도 들었고 청소를 전문적으로 배워보는 일도 좀 도움이 됐습니다.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할 때쯤에 너무너무 열심히 사는 어떤 노동의 가치를 알려주시는 분들이 다 뭔가 청소를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들 그리고 그분들이 알려주시는 그런 일상 속의 소소한 그런 유머들 너무 저한테 도움이 많이 됐어요.
그래서 죽음을 생각하지는 말아야겠다.
적어도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이런 식으로 죽음과는 멀어져 가고 우울이 아예 없어지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조금씩 빠져나올 수 있는 계기는 역시 나의 일상을 조금 더 소중하게 대할 수 있는 그런 계기를 맞이했다.
약간 그런 경험들이 좀 저에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서현아 앵커
정말 치열하게 일상과 정말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지내오셨던 것 같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는 사실 재난이 여러 건 발생 했습니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일도 또 여러 번 생겼는데요 보시면서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김초롱 작가 / 이태원 참사 생존자
저는 사실 대한민국 사회가 그렇게 시스템이 무너졌다 후진국이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는 시스템이 굉장히 건재하게 있고 되게 멋있는 나라입니다.
시스템이 잘 돌아가지 않도록 뭔가 누군가가 명령을 잘 못했거나 어떤 생각의 흐름이 잘못되었거나 약간 그런 문제라고 생각을 해요.
지난 1년 동안 재난에 대해서 경각심을 우리가 모두 갖고는 있었지만 안전에 대한 시스템이 잘 돌아갔는가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면 그것 역시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잘못 갖고 있다 이게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떻게 판단을 하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뭔가 바뀌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생각을 잘못하고 있었는가를 돌아봐야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요즘 더 많이 하고 있습니다.
서현아 앵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간에도 재난을 겪고 또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목에서 또 여러 가지로 힘들어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어떤 말씀을 해 주실 수 있으실까요?
김초롱 작가 / 이태원 참사 생존자
개인은 잘못한 게 없습니다.
개인이 잘못해서 일어난 참사가 아니고 사회가 잘못해서 일어난 사회적 참사다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는데 반복적으로 하는데도 잘 와닿지 않는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아요.
나는 잘못한 게 없다라는 거를 진짜로 마음 깊이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서현아 앵커
개인의 잘못으로 일어난 참사가 아니고 우리 모두가 노력해서 변화를 이루어 나가야 하는 계기를 일깨워준 일들이었습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재난 방지를 위한 여러 대책이 마련되고는 있지만 아직 속도가 더딘데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작가님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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