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수가 본 윤석열과 검찰... '빨갱이와 쿠데타'

한상진 2023. 10. 31.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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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법원에 낸 ‘윤석열 검찰’ 의견서 일부 입수
“박찬호 공공수사부장, 국회의원 수사하면서 ‘선택적 수사’ 취지 발언"
⬤ “윤석열 총장, 수사받는 정갑윤 의원에게 '출마하는 데 지장 없게' 발언"
“'이노공 차장이 회식 자리서 ‘윤석열 대권 기원’ 취지 폭탄사 했다' 들어”
“윤석열 사단, 21대 총선에서 야당(현 국민의힘) 승리 예상”
“한동훈 검사, 윤석열 총장에게 조국·유시민 동향 수시로 보고”
“'윤석열 검찰' 내부에 ‘대호프로젝트’(윤석열 대통령 만들기) 있었다”
“모 검사장, ‘윤석열 총장은 책 안 읽고 MBC 3,4,5 공화국 드라마 즐겨’ 말해”

※ 뉴스타파는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소위 ‘고발사주’ 사건 관련 손준성 검사장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이노공 현 법무부 차관이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한 어떤 식사자리에서 ‘대권을 이루게 해 달라’는 건배사를 하는 모습을 봤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뉴스타파는 한 전 부장이 ‘손준성 재판부’에 어제 제출한 의견서 일부를 입수해 사실 관계를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의견서 내용은 뉴스타파 보도 내용과 일부 달랐습니다. 혼선을 드려 죄송합니다. 의견서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대검 내 모 부장검사로부터 이노공 성남지청장은 서울중앙지검 차장으로 근무할 때 회식자리에서 폭탄사로 총장의 대권을 바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여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하였다고 믿고 있다는 말을 듣기도 하였다.” (한동수 의견서 / 2023.10.30)

이와 관련 법무부는 오늘(31일) 뉴스타파에 아래와 같은 입장을 보냈습니다.

“이노공 차관은 (2020년) 3.19 회식자리이든 다른 회식자리이든 어느 자리에서든 위와 같은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법무부 / 2023.10.31)

한동수 전 대검찰청(대검) 감찰부장이 소위 ‘고발사주 사건’ 관련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장)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사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 일부를 뉴스타파가 입수했다. 총 33쪽 분량 중 7쪽이다. 주로 ‘윤석열 검찰총장의 쿠데타 발언’이 나왔던 2020년 3월 19일 대검 부장 회식자리에서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내놓은 발언과 그 발언에 대한 한 전 부장의 생각 등이 담겨 있다.

한 전 부장은 어제(10월 30일) 손준성 검사장 재판에 나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시절 대검 간부들과 한 회식자리에서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라고 발언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을 사적으로 만난 사실을 인정했다”, “윤석열 총장이 ‘조선일보 사주는 반공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총장이 ‘쿠데타는 중령이 했다. 그 시절(부장검사)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말했다”는 등의 증언을 해 화제가 됐다. (<한동수 법정 증언> "윤석열, 검찰총장 때 '검찰의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 발언" 보도 참조)

10월 30일 한동수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손준성 검사장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사건 재판부에 제출한 의견서 일부. 

뉴스타파,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법원에 낸 의견서 일부 입수

뉴스타파가 입수한 의견서는 전체 33쪽 중 3쪽부터 9쪽까지, 총 7장 분량이다. ‘3. 윤석열 총장이 2020년 4월 총선거에 관심이 많았던 점’, ‘4. 윤석열 검찰총장의 3월 19일 쿠데타 발언의 의미’라는 소제목이 달려 있다.

먼저 한 전 부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21대 총선을 앞두고 총선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고 적었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선거 담당 부장회의에 전례와 달리 검사장들도 참석케 했다”고 했다. 윤 총장이 대검 부장들과의 점심 자리에서 ‘남산의 부장들’ 영화를 이야기 하면서 “배용원 공공수사부장에게 선거회의 일정을 독촉했다”고도 적었다.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벌어진 각종 일탈 사례도 적시했다. 예컨데, “국회 선진화법 기소 당시 박찬호 공공수사부장이 그간 시기와 적용법조를 선택했다고 나에게 말했다”거나 “윤석열 총장이 미래통합당 정갑윤 의원(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이끌어낸 사람)한테 전화를 받고 ‘출마하는데 지장없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한 전 부장은 이런 일을 기록하면서 당시 ‘윤석열 검찰’이 “(검찰이) 검찰청법 개정 등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고, 한동훈, 김건희 비위를 무마하고, 대권의 입지를 세우는데, 총선의 다수의석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기록했다. 

한 전 부장은 또 "한동훈은 점심 또는 저녁 식사 중에도 조국의 페이스북이나 유시민의 유럽 출국 정보를 수시로 총장에게 전할 정도로 많은 것을 보고하고 있었다"고 했다. 

입수한 의견서 대부분은 소위 ‘윤석열 쿠데타 발언’이 나온 2020년 3월 19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대검 부장들의 회식 자리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한 전 부장은 이 날 회식이 저녁 번개 모임이었다고 했다. 이OO 과학수사과장이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있는 고깃집으로 예약해 이동했다고 했다. 구본선 대검 차장과 심재철 반부패부장을 제외한 대검 부장들이 모두 참석했다고 했다. 윤석열 총장이 도착하기 전 대화 주제는 총선이었다고 했다. 이정수 기조부장이 “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했다.

“윤석열, ‘쿠데타는 중령이 한 것, 검찰로는 부장,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 발언”

한 전 부장은 "당시 자신이 검찰총장 좌측 옆자리에 앉아 있어서 윤석열 총장의 말을 빠뜨리지 않고 잘 들을 수 있었다”, “윤 총장이 그 날 소주와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여러 잔 마시고 호기롭게 말을 했다”고 기록했다.

한 전 부장은 이 날 나온 윤석열 총장의 발언 중 5개 대목을 굵은 글씨로 별도 표시해 의견서에 적었다. 내용은 아래와 같다.

“1890년대 일제 때 태어났으면 마약판매상이나 독립운동을 하였을 것이다.”

“만일 육사에 갔더라면 쿠데타를 했을 것이다. 쿠데타는 김종필처럼 중령이 하는 것인데 검찰에는 부장에 해당한다. 나는 부장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

“조선일보 사주를 만났다. 조선일보 일가는 평안도에서 내려온 사람들이고, 반공의식이 아주 투철하다.”

“평안도 출신의 결속력은 아주 대단하다. 평안도 출신 사람들은 같은 평안도 출신인 이영희 기자에 대해 진실을 보도한 기자일 뿐 빨갱이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동아일보는 전북 출신인데 전라도 사람이 보수적인 입장을 가지게 되면 더욱 강하게 된다.”

“검찰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도 예배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출처:대통령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방상훈 조선일보 회장 만났다는 보도 스스로 인정”

한 전 부장은 “검찰 재직 기간 동안 총 세 번 윤석열 검찰총장과 저녁 회식을 했다”고 했다. 한 전 부장은 “그(윤석열)가 하는 말은 사적인 말이 아니라 검찰 조직을 이해하는 중요한 자리이기도 했다”고 의견서에 적었다.

한 전 부장은 검찰에 만연되어 있는 무속신앙 등에 대해서도 의견서에 적었다. “검찰에서는 인사철에 승진을 할 수 있는지 점을 보거나 내가 승승장구할 수 있을 지 풍수나 사주 등을 보고 팔공산 등에서 기를 받거나 기도를 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았다. 위험한 일을 하여 자아 깊은 곳에서 두려운 마음이 들고 검사장 등으로 승진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한 조직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무속 등에 대한 의존도가 더 큰 것으로 생각되었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소위 ‘쿠데타 발언’에 대해서는 아래와 같이 기록했다. (괄호는 이해를 돕기 위해 넣은 것.)

“문득 튀어나온 말, 쿠데타라는 단어가 충격적이었다. 윤 총장은 삼권의 한 축인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을 구속시켜 보았고, 대통령인 이명박, 박근혜를 잇따라 구속 수사한 사람이다. 그 어조와 톤이 본인의 의지가 담긴 것이어서 단순한 농담이나 소회로 들리지 않았다. (과거 쿠데타 세력이) 검찰로 치면 부장에 해당한다는 말까지 하는 것을 보아 수사권, 기소권을 통해 국내 정세를 좌우하는 권력을 지금 실감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다. 부장 시절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은 현장에서 직접 선수로 뛰고 싶은 일종의 호승심을 표현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른바 대호프로젝트(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가동되던 때이기도 했다. 이노공 검사는 윤석열 검사장의 대권을 기원하는 취지의 건배사를 하여 자신이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되었다고 말한 사실이 있다고 들었다.”

“‘윤석열 총장이 검찰 수사를 통한 쿠데타를 인식한 건 아닌가’ 생각했다”

한 전 부장은 당시 윤석열 총장의 쿠데타 발언에 대해 “충격적인 내용이라 회식을 마친 뒤 바로 업무수첩에 적어 두었다. 그러니 내가 들은 쿠데타가 맞다”고 적었다.

“검찰 역사는 빨갱이 색출의 역사다”라는 윤석열 총장의 말에 대해서도 한 전 부장은 자신의 생각을 아래와 같이 길게 남겼다.

“만일 조선일보 사주가 반공의식이 투철하다면, 조선일보 사주와 공감하는 과정에서 이 말이 나왔을 것이고, 조선일보 사주로부터 반공의식에 관한 일종의 점검과 교양이 이루어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추론을 해 본다…그리하여 나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에 있을 때든,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섰을 때든 자주 사용한 자유민주주의라는 말은 반공이데올로기를 의미한다고 이해하고 있었다.”

한 전 부장은 2020년 1월 인사를 앞두고 듣게 된 황병주 특별감찰단장(현 서울동부지검장)의 말도 기록했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황 단장이 감찰부장실에서 확신에 차고 화난 목소리로 “이번 총선에서 야당(현 국민의힘)이 승리할 것이다. 근무 중 자리를 비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법무부 차관 등을 만났다면 공무상비밀로 영장을 쳐야 하는 사안이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 전 부장은 이 장면을 “윤석열 사단에서는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었던” 정황 증거로 제시했다.

한 전 부장은 모 검사장에게 들은 윤석열 총장의 일상에 대해서도 적어 놨는데, “윤 총장은 책은 잘 읽지 않지만 MBC 3,4,5공화국 드라마를 열심히 시청하면서 언론대응과 통치술에 대한 공부를 하였다고 들었다. 거기에는 박정희, 전두환의 군사쿠데타가 등장한다”는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이 어제(10월 30일) 손준성 검사장 재판부에 제출한 법정 진술서 일부의 원본을 공개한다.

※ 한동수 전 감찰부장 의견서 원본 공개
https://www.documentcloud.org/documents/24100076-handongsu_yigyeonseo-001

뉴스타파 한상진 greenfish@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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