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 묶인 소멸 위기 지역’…“버스 시간에 생활 방식 맞춰”
[KBS 전주] [앵커]
인구 유출과 감소는 여러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는데요.
대중 교통 기반마저 흔들며, 남겨진 사람들의 이동권마저 위협하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KBS전주방송총국 연중기획 '지방소멸', 발 묶인 소멸 위기 지역의 현실과 대안을 짚어봅니다.
먼저, 서윤덕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점심 무렵 진안 읍내의 버스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의자는 모두 만석입니다.
약을 짓거나 장을 보기 위해 읍내에 나온 노인들로, 일주일에 서너 번씩 나올 때마다 버스 시간에 맞춰 서둘러 볼일을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버스를 한 번 놓치면 몇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해승/진안군 부귀면 : "아플 때. 그런 때가 불편하지. 그리고 어디서 누가 오라고 할 때, 이 시내에서 만나자고 하면 그 시간 못 맞춰."]
이용객이 줄다 보니 배차 간격은 점차 길어지고, 버스도 작아졌습니다.
[최이순/진안군 마령면 : "여기서 11시에 나가는 차(버스)가 있었는데 그 차를 없앴어. 그래서 12시에 차를 타면 큰 차가 아니고 작은 차가 와서 (버스 안이) 복잡해."]
버스 38대가 무주와 진안, 장수를 모두 오가는 무진장여객.
버스 한 대가 하루 평균 300km 이상을 이동하지만 텅 빈 채 운행하는 노선이 적지 않습니다.
[농촌 버스 기사/음성변조 : "손님이 조금 없는 편이고, 다음에 노약자들이 거의 80, 90세 할머니들이 (대부분이고) 젊은 사람들이 거의 타질 않아요."]
운임으로 수익을 기대할 수 없고 자치단체의 재정지원금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올해 예상 적자만 10억 원이 넘습니다.
직원들 월급은 3개월째 밀렸습니다.
이러다 보니 버스 서비스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박종국/무진장여객 대표 : "(운임) 수익성이 있으면 군에서 조금 (재정) 지원을 늦게 해줘도 괜찮을텐데, (수익이 안 나서) 재정지원만 바라보고 있으니까 안 주면 저희가 임금이 체불될 수밖에 없어요."]
인구 유출이 지역 경제 규모를 줄이고 대중 교통 접근성마저 떨어뜨리는 상황.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전북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제 전북은 버스 노선의 다양성이나 운행 횟수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는 '대중교통 최소서비스 수준'에서 지난해 기준 절반 가까운 지역에 대중교통 취약지와 사각 지역이 분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역 내 이동과 인근 거점도시로의 지역 간 이동에 출발점이 되는 시내·농어촌버스.
이동권 약화는 의료나 쇼핑, 교육 등 필수적인 일상 활동의 어려움으로 이어져 지방 소멸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서윤덕입니다.
촬영기자:한문현
서윤덕 기자 (duc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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