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美 통화정책, 5%대 금리 3년 지속되던 1990년대와 유사"
현재 美 통화정책 '1990년대와 유사' 평가
양호한 고용상황 계속되는 가운데
물가상승률 2% 수렴시기 늦어져
5%대 고금리 3년 이상 지속
홍경식 한국은행 통화정책국장·최인협 정책총괄팀 과장은 지난 30일 한은 공식 블로그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고금리 장기화에 대한 평가' 제하의 글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연준은 10월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정책금리를 현행 5.25~5.50%로 동결할지 한 차례 인상할지 결정하게 된다.
홍 국장은 "미 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11월 정책금리 동결을 시사하는 발언들을 연이어 내놓았다"며 "시장의 관심은 추가 금리인상보다는 지난 9월 회의에서 제시한 고금리 장기화, 즉 2024년말에도 5%대 정책금리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변화할지 여부에 쏠리고 있다"고 짚었다.
현재 미국의 통화정책 운용 여건은 1990년대 중반(1995년3월~1998년11월, 6.00 → 4.75%)과 유사하다는 게 한은 통화정책국의 판단이다.
1990년대 이후 연준이 정책금리를 인상에서 인하로 전환했던 때를 ①번 1990년2월~1992년9월 8.25→3.00% ②번 1995년3월~1998년11월 6.00→4.75% ③번 2000년6월~2003년6월 6.50→1.00% ④번 2006년8월~2008년12월 5.25→0.25% ⑤번 2019년1월~2020년3월 2.50→0.25% 등 다섯 개 전환기로 나눠 비교분석한 결과다.
홍 국장은 1, 3, 4, 5번 전환기에는 경제·금융위기가 수반되면서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고 이 과정에서 연준이 정책금리를 낮은 수준으로 빠르게 인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짚었다. 1990년대 초반에는 저축대부조합 부실화 사태와 걸프전쟁, 2000년대 초반에는 IT버블 붕괴, 2008년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가 각각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홍 국장은 "이로 인해 네 차례 전환기에는 물가상승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실업률은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미 연준은 정책금리를 빠른 속도로 상당폭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이때 물가상승률은 둔화 속도가 완만해서 1998년까지도 2%대 수렴하지 않았다. 홍 국장은 "이에 따라 연준도 1996년 이후에는 정책금리를 5.25% 수준에서 더 이상 인하하지 않았고 1997년 3월에는 오히려 금리를 3.50%로 인상했다"면서 "물가상승률이 2%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늦춰지고 양호한 경제성장이 이어지면서 5%대의 높은 정책금리가 3년 이상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홍 국장은 내년 이후의 미국 경제전망이 이와 유사하다고 봤다. 그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GDP 갭률이 플러스(+) 상태를 유지하는 가운데 자연실업률(4.0%) 내외의 낮은 실업률이 이어지는 등 양호한 고용 상황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 물가상승률도 내년부터는 둔화 속도가 완만해지면서 2025년 하반기에도 2%대 초반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주요 산유국의 감산에 이스라엘·하마스 사태로 국제유가 변동성도 높아져 미국 물가상승률이 더 더디게 잡힐 수 있다. 홍 국장은 "연준이 내년 이후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더라도 그 속도는 1990년대 중반과 같이 매우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시장 기대도 최근 빠르게 조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에 반영된 내년말 정책금리 기대가 4.7~4.9% 수준에서 등락하는 등 미 연준이 제시한 5.0~5.25%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이에 따라 5%에 근접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홍 국장은 국내 통화정책 운용에 대해 "높아진 국제유가와 환율의 영향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하는 시기가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번주 개최되는 FOMC 회의 결과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서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반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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