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제지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조치원 1927 아트센터

김연하 기자 2023. 10. 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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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부문 공공부문 본상(국무총리상)
설계-홍경식 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시공-장벽종합건설
건축주-세종특별자치시
조치원 1927 아트센터 다목적홀. 프로젝터와 스크린 등이 마련돼 공연과 전시, 세미나 등 행사가 가능하다. 사진제공=(주)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서울경제]

일제강점기 시대였던 1927년. 현재의 세종시 조치원읍에는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 만드는 제사공장(製絲工場)이 들어섰다. 광복 후까지 약 30년 간 제사공장으로 운영되던 이 곳은 한국전쟁 당시 불에 탄 조치원여자고등학교의 임시 학교로 6년 간 사용됐고, 이후 편물 공장과 제지공장 등도 거치며 산업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제지공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운영을 멈췄고 이후 공장은 10여 년이 넘게 방치됐다. 2019년에는 초기 산업 유산 등으로서의 의미를 인정받아 국가등록문화재가 됐지만, 낡은 공장은 도심의 흉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던 폐공장은 지난해 여름 복합문화공간인 ‘조치원 1927 아트센터’로 재탄생했다. 세종시는 조치원 중심지에 방치된 폐공장을 문화적 가치를 보존한 문화시설로 재생해 시민들에게 문화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사업에 나섰다. 건축물의 문화적 가치를 고려한 리모델링을 통해 폐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바꾸고, 문화상업시설을 도입해 방문객을 끌어들이고 운영 수입을 충당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동시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에 지역 예술인이 참여하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지역예술인의 활동기반을 마련하고 전통시장과의 연계성을 확보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려 했다. 시는 2017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으로 선정된 뒤 이듬해 시범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설계용역과 조성사업 등을 거쳐 지난해 7월 총 162억 원의 사업비를 들인 조치원 1927 아트센터를 정식 개관했다.

조치원 1927 아트센터의 전경. 조치원 1927 아트센터는 일제강점기 제사공장에서 편물공장, 제지공장을 거쳐 현재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사진제공=(주)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2023 한국건축문화대상 건축물부문 본상을 수상한 조치원 1927 아트센터는 시대의 흔적이 담겨있는 지상 2층의 문화공간으로 되살아났다. 지붕이 모두 철거되고 벽만 남아있던 공장동을 마주한 건축가는 조치원 역사의 정체성과 지역주민의 애환과 삶을 보여주는 공간의 흔적을 함께 담고자 원형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리모델링을 진행했다. 건축주인 세종시가 공장이었음을 기억할 수 있는 벽체와 굴뚝, 수조 등의 상징적인 요소들을 보수·활용하면서도 다양한 문화활동을 담을 수 있는 복합문화시설이 될 수 있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굴뚝이다. 기존의 굴뚝은 현행법에 어긋나는 데다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보여 안전하지 않았다. 건축가는 벽돌로 지어진 기존 굴뚝을 해체한 뒤 중심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기초를 넣고 해체한 벽돌을 다시 쌓아 과거와 같은 굴뚝 모습을 재현했다. 이 밖에도 기존 벽체를 보존하고 리모델링 후에도 기존 벽체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기존 벽체와 신설 벽체를 분리해 설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복합문화공간인만큼 여러가지 문화활동이 이뤄질 수 있는 대공간은 건물의 중심이 됐다. 건축가는 쉽게 이동이 가능한 가구를 사용해 공간이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했다. 이 공간은 현재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데, 보통의 카페와 달리 공연과 컨퍼런스, 발표, 영화 상영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할 수 있는 다목적홀이 마련돼 있다. 다목적홀의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서는 뮤직비디오나 고전 영화 등의 영상이 재생돼 마치 극장의 객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느낌도 준다. 객석은 최대 240석까지 관람이 가능해 각종 회의와 공연, 포럼, 발표회 등을 위한 대관이 이뤄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월 평균 방문객만 2700여 명에 이른다. 대관이 없는 평일에는 다목적홀을 카페 고객에게 개방해 자유롭게 독서나 영화 감상을 즐길 수 있다.

조치원 1927 아트센터의 전경. 건축가는 기존 굴뚝을 해체한 뒤 중심에 콘크리트 구조물과 기초를 넣고 해체한 벽돌을 다시 쌓아 과거와 같은 굴뚝 모습을 재현했다. 사진제공=(주)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설계를 맡은 홍경식 (주)서울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 건축가는 “건축주는 이곳의 역사적 맥락과 사회·공간적 특성을 파악해 문화재생사업을 전개하기로 했는데 특히 지역문화예술을 핵심으로 한 공간재생을 통해 원도심에 성장동력을 불어넣고자 했다”며 “건축가의 역할은 이 공간을 켜로 이루어진 시대의 흔적이 담겨있는 문화공간으로 다시 살아나게 하는 일이었고 조치원 역사의 정체성과 지역주민의 애환과 삶을 보여주는 공간의 흔적을 함께 담고자 원형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적 가치의 변형이 불가피하지만 전체 맥락을 잃지 않도록 노력했다"며 “불가피하게 덧대어져 생긴 어색함과 낯섦은 여러 켜의 시간이 공존하는 이곳의 매력이 됐다”고 덧붙였다.

김연하 기자 yeo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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