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터 소주·맥주까지 물가 '비상'…"쥐어짤 것도 없네"

김혜미 2023. 10. 3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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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부터 가공유·아이스크림·요거트값 줄줄이 인상
주류업계 2년 연속 가격인상…"경영환경상 불가피"
수입 화장품 이어 국산 화장품 브랜드도 가격 올려

[이데일리 남궁민관 이후섭 김혜미 기자] 원윳값 인상이 가공유와 아이스크림 등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자재값 인상과 물류비 상승 등 비용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주와 맥주 등 서민 먹거리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식품 및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해왔지만 업계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가시화된 밀크플레이션…가공우유·아이스크림 가격도 올라

이번 달 원윳값 상승 이후 흰 우유 제품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가공유와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3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1일부터 바나나우유 등 가공우유와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 일부 품목 가격이 인상된다.

바나나맛 우유(사진=빙그레 홈페이지)
우선 빙그레(005180)의 바나나우유와 딸기맛우유, 메로나맛우유 240㎖ 3종은 기존 1700원에서 1800원으로 5.9% 오른다. 요플레 딸기, 플레인은 1950원에서 12.8% 가량 오른 2200원에 판매된다. 투게더홈과 그라시아 쿠앤크홈, 요맘때딸기홈 등 아이스크림 가격은 각각 9000원에서 8.9% 오른 9800원, 과일주스인 따옴애플망고, 청귤한라는 2200원에서 9.1% 오른 2400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매일유업(267980)의 유제품 가격도 상향 조정된다. 우유속에 딸기, 코코아, 모카치노 등 3가지 품목은 1800원에서 5.6% 오른 1900원으로 오른다. 바나나는 하얗다 190㎖ 제품도 1400원에서 7.1% 오른 1500원에 판매된다.

해태의 우유마루홈과 빅치즈마루홈 가격도 각각 8.6%와 8.9% 오른 7600원, 98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롯데푸드의 쾌변요구르트 사과맛, 키위맛 제품은 5.6% 오른 1900원에, 푸르밀 카페베네모카200, 라떼200 2가지 품목은 1900원에서 5.3% 오른 2000원에 판매된다.

소주·맥줏값 2년 연속 인상…업계 “경영환경상 불가피”

주류업계는 2년 연속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오는 11월9일부터 소주 대표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인상한다. 지난해 2월 7.9% 인상한 뒤 약 1년8개월 만이다. 맥줏값도 지난해 3월 7.7% 인상한 데 이어 11월9일부터 6.8% 인상해 2년 연속 인상 결정을 내렸다. 지난 11일 오비맥주도 맥주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 바 있다.

31일 오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소주를 고르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다음 달 9일부터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의 출고가를 6.95%(80원) 인상한다.(사진=뉴시스)
이같은 흐름에 롯데칠성(005300)음료도 지난해에 이어 올해 가격 인상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주류업계는 가격 인상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악화된 전세계 경제 흐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 소주의 경우 주원재료인 주정 가격이 지난해 평균 7.8% 상승한 데 이어 올 4월에는 9.8% 급등했다. 맥주 역시 수입맥아 등 주요 원부자재 가격은 물론 제반비용 부담도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적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대표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8.9% 감소한 973억원으로 전망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맥주 출고가를 100원 올렸을 때 식당이나 주점에서는 500~1000원 더 올려받는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며 “출고가 인상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경영환경상 가격 조정 없이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화장품값까지?…“더이상 줄일 것도 없네”

지난 8월 샤넬과 맥 등 해외 화장품 업체들이 시작한 가격 인상 발표는 이제 국내 업체들로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지난달 설화수 ‘진설’ 라인 리뉴얼을 이유로 대표 품목인 진설크림 60㎖ 가격을 47만원에서 52만원으로 10.6% 올린 데 이어 11월부터 LG생활건강(051900)도 주요 브랜드의 일부 품목 가격을 4~5% 올린다.

LG생활건강의 주요 가격인상 품목으로는 숨 ‘시크릿 에센스 EX’ 100㎖ 가격이 9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5.3% 오른다. 오휘 ‘프라임 어드밴서’ 2종 기획상품은 14만원에서 14만5000원으로 3.6% 인상되고, 빌리프 ‘아쿠아밤 비타워터크림’ 50㎖는 5만5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5.5% 인상된다.

오휘 프라임 어드밴서. (사진=LG생건 홈페이지)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환율 변동 등으로 인해 주요 원부자재 가격이 지속 상승했다”며 “부득이하게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로레알도 다음 달 1일부터 랑콤과 키엘, 비오템, 입생로랑 등의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값 상승에 따른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기본 설립 목적은 영리추구인데 언제까지나 손해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앞으로 다른 업종들도 시기의 문제일 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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