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부터 소주·맥주까지 물가 '비상'…"쥐어짤 것도 없네"
주류업계 2년 연속 가격인상…"경영환경상 불가피"
수입 화장품 이어 국산 화장품 브랜드도 가격 올려
[이데일리 남궁민관 이후섭 김혜미 기자] 원윳값 인상이 가공유와 아이스크림 등으로 이어지는 밀크플레이션이 가시화되고 있다. 원자재값 인상과 물류비 상승 등 비용 압박이 계속되는 가운데 소주와 맥주 등 서민 먹거리 가격도 줄줄이 인상되는 모습이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식품 및 외식업체들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해왔지만 업계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이다.
가시화된 밀크플레이션…가공우유·아이스크림 가격도 올라
이번 달 원윳값 상승 이후 흰 우유 제품 가격이 3000원을 넘어선 데 이어 가공유와 아이스크림 등의 가격 인상도 잇따르고 있다. 31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월1일부터 바나나우유 등 가공우유와 아이스크림, 요구르트 등 일부 품목 가격이 인상된다.
매일유업(267980)의 유제품 가격도 상향 조정된다. 우유속에 딸기, 코코아, 모카치노 등 3가지 품목은 1800원에서 5.6% 오른 1900원으로 오른다. 바나나는 하얗다 190㎖ 제품도 1400원에서 7.1% 오른 1500원에 판매된다.
해태의 우유마루홈과 빅치즈마루홈 가격도 각각 8.6%와 8.9% 오른 7600원, 9800원으로 인상될 예정이다. 롯데푸드의 쾌변요구르트 사과맛, 키위맛 제품은 5.6% 오른 1900원에, 푸르밀 카페베네모카200, 라떼200 2가지 품목은 1900원에서 5.3% 오른 2000원에 판매된다.
소주·맥줏값 2년 연속 인상…업계 “경영환경상 불가피”
주류업계는 2년 연속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오는 11월9일부터 소주 대표 브랜드인 참이슬 후레쉬와 참이슬 오리지널 출고가를 6.95% 인상한다. 지난해 2월 7.9% 인상한 뒤 약 1년8개월 만이다. 맥줏값도 지난해 3월 7.7% 인상한 데 이어 11월9일부터 6.8% 인상해 2년 연속 인상 결정을 내렸다. 지난 11일 오비맥주도 맥주 출고가를 평균 6.9% 인상한 바 있다.
주류업계는 가격 인상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악화된 전세계 경제 흐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 소주의 경우 주원재료인 주정 가격이 지난해 평균 7.8% 상승한 데 이어 올 4월에는 9.8% 급등했다. 맥주 역시 수입맥아 등 주요 원부자재 가격은 물론 제반비용 부담도 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실적 전망은 암울하기만 하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대표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의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8.9% 감소한 973억원으로 전망됐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맥주 출고가를 100원 올렸을 때 식당이나 주점에서는 500~1000원 더 올려받는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며 “출고가 인상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경영환경상 가격 조정 없이 더이상 버틸 여력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화장품값까지?…“더이상 줄일 것도 없네”
지난 8월 샤넬과 맥 등 해외 화장품 업체들이 시작한 가격 인상 발표는 이제 국내 업체들로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090430)이 지난달 설화수 ‘진설’ 라인 리뉴얼을 이유로 대표 품목인 진설크림 60㎖ 가격을 47만원에서 52만원으로 10.6% 올린 데 이어 11월부터 LG생활건강(051900)도 주요 브랜드의 일부 품목 가격을 4~5% 올린다.
LG생활건강의 주요 가격인상 품목으로는 숨 ‘시크릿 에센스 EX’ 100㎖ 가격이 9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5.3% 오른다. 오휘 ‘프라임 어드밴서’ 2종 기획상품은 14만원에서 14만5000원으로 3.6% 인상되고, 빌리프 ‘아쿠아밤 비타워터크림’ 50㎖는 5만5000원에서 5만8000원으로 5.5% 인상된다.
이런 가운데 로레알도 다음 달 1일부터 랑콤과 키엘, 비오템, 입생로랑 등의 가격을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값 상승에 따른 물가 오름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들의 기본 설립 목적은 영리추구인데 언제까지나 손해를 보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앞으로 다른 업종들도 시기의 문제일 뿐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미 (pinns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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