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물가안정 총력대응” 野 협조 구해… 국정 기조 변화 [尹대통령 시정연설]

이현미 2023. 10. 31.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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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내용은
경제 23회 민생 9회 물가 8회 언급
청년수당·생계급여 인상 시급성 등
고물가·고금리 부담경감 대책 강조
양대노총 회계공시·교권보호법 처리
연금·노동·교육 개혁 성과 제시하며
野 향해 “당면 위기극복 힘 모아달라”
윤석열 대통령은 31일 시정연설에서 건전 재정 추진과 약자에 대한 복지, 성장 동력 확보에 이어 사회구조 개혁을 국정 철학으로 제시했다. 올해 들어 지난 정부의 실정을 언급하며 차별화된 점을 지속적으로 부각했던 것과 달리 야당의 협조를 당부한 점에서 국정 기조의 변화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 성장 동력 확보 주력”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하는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최근 여야가 국회 내 정쟁성 피켓을 금지하는 신사협정을 맺은 가운데 이날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유일하게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대통령)의 임기’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물가, 민생 안정 총력 대응”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한 ‘2024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한국 경제의 ‘상고하저’(상반기 저조, 하반기 회복) 전망을 유지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행이 지난주 발표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를 보면 우리 경제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의 전망대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세가 증가되고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간 부진했던 경제 지표가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민생의 어려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 체감하시는 물가는 여전히 높고 장기간 지속되어온 고금리로 생계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범정부 물가 안정 체계를 가동해 장바구니 물가 관리에 주력하는 한편 취약계층의 주거, 교통, 통신 등 필수 생계비 부담을 경감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설에선 ‘경제’ 23회, ‘민생’ 9회, ‘물가’ 8회 등 민생 경제 관련 언급이 가장 많이 이뤄졌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시정연설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국회 상임위원장단 및 여야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D 삭감 예산, 약자 복지 투입”

내년도 정부안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크게 ‘건전 재정’과 ‘약자 복지’였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재정 운용 기조는 건전재정”이라며 “건전재정은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고 국민의 혈세를 낭비 없이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의 건전재정 기조를 ‘옳은 방향’이라고 호평했고, 국제신용평가사들도 대한민국의 국가신용등급 유지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재정 건전화 노력을 꼽았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재정사업을 제로 베이스에서 검토해 예산 항목의 목적과 취지에 맞지 않는 지출, 불요불급하거나 부정 지출이 확인된 부분을 꼼꼼하게 찾아내 지출 조정을 했다”며 “이렇게 마련한 재원을 국방, 법치 등 국가 본질 기능 강화와 약자 보호,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인 가구 기준 생계급여 지급액 21만3000원 인상과 자립준비청년 수당 25% 인상, 소상공인 12만명에 대한 저리융자 지원, 군 병사 봉급 35만원 인상 등을 거론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과학기술계가 반발하는 것과 관련해 “R&D 예산은 2019년부터 3년간 20조원 수준에서 30조원까지 양적으로는 10조원이나 대폭 증가했으나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질적 개선과 지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신) 첨단 인공지능(AI) 디지털, 바이오, 양자, 우주, 차세대 원자력 등에 대한 R&D 지원을 대폭 확대했다”며 “R&D 예산은 향후 계속 지원 분야를 발굴해 지원 규모를 늘릴 것이지만, 일단 이번에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3조4000억원은 약 300만명의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더 두텁게 지원하는 데 배정했다”고 말했다.
◆3대 개혁 방점, 야당엔 “부탁드린다”

3대 개혁 등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구조 개혁 추진 의지도 재차 밝혔다. 최근 정부의 국민연금 개편안이 ‘맹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며 노동, 교육 등 윤석열정부의 3대 개혁 전반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지자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국민연금과 관련해 정부가 마련한 방대한 과학적 근거가 국회 논의의 중요 자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노동 개혁과 관련해선 정부가 엄정한 법과 원칙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서 양대 노총이 회계 공시를 결정한 사실을 성과로 언급했다. 교육 개혁으로는 교권보호 4법의 국회 통화를 거론하며 “학교 현장의 정상화를 위한 큰 걸음도 내딛었다”고 평가했다.

외교 성과로는 한·미동맹 강화와 한·일관계 개선, 한·미·일 협력 체계 강화, 중동 주요국으로부터의 수출·수주 등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정부 비판 대신 ‘부탁드린다’며 야당의 협조를 구하는 대목이 다섯 번이나 반복된 점에서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엿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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