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법, '방통위 권태선 부당 해임' 더 명확하게 인정했다
"해임 사유 대부분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고, 타당성 의심되는 경우도"
'해임 집행정지' 방통위 항고 기각으로 "'묻지마 해임' 위법성 재확인"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을 해임한 것은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또 한 번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달 11일 권태선 방문진 이사장이 방통위를 제기한 해임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했고, 서울고등법원은 31일 검찰의 항고를 기각했다. 서울고법은 1심보다 더 명확히 해임의 부당성을 지적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이동관 위원장과 방통위가 MBC 장악을 위해 벌인 '묻지마 해임'의 위법성이 재확인된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8월21일 방통위가 해임한 권 이사장의 해임 사유는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MBC 및 관계사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손실 방치 △MBC 부당노동행위 방치 △MBC 사장에 대한 부실한 특별감사 결과에 대한 관리 감독 부실 △방문진 임원 부적정 파견으로 MBC 감사 업무 독립성 침해 △공공기록물 폐기 및 무단 유출에 따른 법 위반 △감사 방해 및 감사 지연에 따른 법 위반 등이었다.
서울고등법원은 결정문에서 “피신청인(방통위)이 주장하는 방문진 이사회 의사결정의 문제점은 이사회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조치를 취하지 않고 방치해 관리 감독 의무를 해태했다는 것인데, 방문진 이사회 의사결정이 직접적인 법령 위반 등에 해당하지 않는 한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사장 개인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을 인정할 정도로 이사회의 의사결정이 불합리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방문진 이사회가 MBC 사장의 주식 차명 소유 의혹에 따른 MBC 특별감사 결과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당시(2013년)에는 그러한 행위가 불법이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MBC 특별감사에서도 법령 위반 여부에 대한 법적 판단이 없어 사장 결격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한 결과”라며 “MBC 관리감독 의무를 해태한 것이 아니라 이사회 내부 논의 결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이 타당하고 결정했던 것”이라고 판단했다.
'부적정 이사 파견행위'에 대해선 “방문진 이사를 관찰자로서 파견한 것에 불과하고 실제로 파견된 이사가 MBC 특별감사에서 감사 업무의 독립성, 공정성을 해칠만한 행위를 했다고 볼 사정이 없다”고 했다. '공공기록물 관리법 및 감사원법 위반행위'에 대해선 신청인(권태선)이 무단으로 폐기했다고 주장되는 문건은 MBC에서 회의 후 회수하기로 했던 문건으로 방문진에 접수되어 관리되는 기록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으며 “방문진이 MBC를 대신해 감사원에 MBC 자료를 전달할 권한 내지 책임은 없다”고 했다.
서울고법은 무엇보다 “신청인이 방송에 관한 전문성과 사회적 대표성을 인정받아 방문진 이사로 임명된 이상 직무상 권한을 개별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큰데 이 사건 처분의 해임 사유가 합리성이나 타당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일수록 형량의 대상이 되는 공공복리의 크기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또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 한해 해임을 허용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방문진법이 추구하는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이라는 공익에 더욱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임 사유 중 상당 부분은 방문진 이사회 의결 사항으로 이사 개인으로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공공기록물 관리법 및 감사원법 위반 혐의는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을 뿐이고, MBC 보유 자료의 경우 MBC를 통해 직접 확보할 수 있음에도 감사원은 방문진에게 이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면서 감사 지연을 방문진 탓으로 돌리고 있는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하면 해임 사유가 대부분 제대로 소명되지 않았고, 그 자체로 타당성이 의심되는 경우도 있다고 보인다”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번 결정에 성명을 내고 “방통위의 방송장악 폭거에 사법부가 연이어 두 차례나 부당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라며 “이동관 방통위는 서울행정법원의 판단 이후, 반성은커녕 국민 세금으로 대형 로펌까지 추가로 동원하며 집행정지 결정을 뒤집는 데 혈안이었지만 부당한 해임이라는 법원의 판단은 더 선명해졌다”고 주장했다. 또 “막가파식으로 언론 자유를 옥죄고 공영방송 장악에 몰두하고 있는 이동관은 단 하루도 그 자리에 더 머무를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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