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COMPANY] AI 인프라 기업으로 진화… 델 "韓과 함께 도약할 것"
멀티클라우드·엣지컴퓨팅 아우르는 솔루션 제공
"한국 AI기술 세계 최고 수준 오르도록 집중 지원"
"초거대AI(인공지능) 기술은 SW(소프트웨어)와 HW(하드웨어) 역량을 모두 필요로 합니다. 여전히 역동적인 모습을 간직한 한국 기업고객들의 AI 혁신 도전 과정에서 이런 기술 역량을 충분히 뒷받침하는 게 목표입니다."
델테크놀로지스 본사 수석부사장(SVP)이자 한국법인 대표를 맡고 있는 김경진 총괄사장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자사 AI 사업의 방향성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대표적인 HW 공급기업으로 꼽히는 델도 세계적인 생성형AI 열풍에 발맞춰 변화에 나서고 있다. 고객사 AI 비즈니스에 요구되는 인프라 관련 역량 전반을 서비스하는 것이다.
◇"생성형 AI, 일시적 트렌드 아닌 게임체인저"
20년 넘게 조직의 한국 사업을 이끌어온 김 사장의 눈에도 생성형AI는 '게임체인저'다. IT분야에 흔한 일시적 트렌드나 마케팅 용어로 치부될 게 아니란 뜻이다.
김 사장은 "신기술이 성숙된 산업으로 이어지기 위해 필요한 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으로 기술적 성숙도를 꼽을 수 있다. 일부 전문인력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시장에서 널리 쓰일 만큼 복잡성을 제거해 단순화시킬 수 있느냐로, 이는 공급 측의 사업모델 발굴 및 수요 측의 ROI(투자수익률)와도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관점에서 따져볼 때, AI 자체는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이미 많은 곳에 내재화돼 있고 자동화를 통해 효율을 높이려는 기업들의 수요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면서 "이렇게 토양이 조성된 상태에서 등장한 생성형AI는 인터페이스 측면에서 큰 변화를 일으키며 AI 확산의 기폭제로 작용하고 있다. 선도 시장인 미국에서도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으며, 관련 산업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부연했다.
◇기업들의 AI 하드웨어 고민 해결사
이 가운데 델테크놀로지스는 멀티클라우드나 엣지컴퓨팅 등 기술 발전과 시장 성숙에 따라 그에 적합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장을 선도하는 하이엔드 서버·스토리지 제품부터 새로운 고객 니즈를 반영한 엣지 운영 SW 솔루션까지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AI 분야 또한 마찬가지 접근방식을 취한다.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으며, 지난 9월 CAIO(최고AI책임자) 자리를 신설해 제프 부드로(Jeff Boudreau) 사장을 임명하는 등 관련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있다.
김 사장은 "GPU(그래픽처리장치) 수급난에서 확인할 수 있듯, 현 시점에서 자체 AI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HW에 있다. 그래서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제공되는 델의 GPU서버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나아가 다양한 AI 애플리케이션 생태계가 조성되려면 결국 클라우드가 그 기반이 되는 동시에 멀티클라우드 흐름도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델은 광범위한 파트너 생태계를 바탕으로 VM웨어를 비롯한 다양한 SW기업들과의 협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델테크놀로지스의 올해 회계연도 2분기(5~7월) 실적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AI 용도의 서버가 회사의 올해 상반기 서버 주문 매출의 20%를 차지했다. 특히 엔비디아 H100 또는 A100 GPU 8개를 탑재해 올해 초 출시된 '파워엣지 XE9680' 모델의 경우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가량의 백로그(주문받았으나 아직 납품하지 않은 수주잔고)가 기록됐으며, 세일즈 파이프라인(내부 시스템에 등록된 영업기회)은 이보다도 훨씬 많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엔비디아와의 오랜 협력, AI시대에 빛 발하다
아울러, 복잡한 AI 워크로드를 현장에서 실행하기 위해 워크스테이션의 수요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경량화된 생성형AI 모델을 대규모로 배포하기 전에 현장에서 파인튜닝(미세조정)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델테크놀로지스는 세계 최대 PC 제조사로, 이는 엔비디아와의 오랜 파트너십의 배경이기도 하다. 회사는 AI가 IT시장을 더욱 확장시키면서 HW와 서비스를 포함해 향후 몇 년간 연평균 19%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사장은 "델은 AI라는 도구를 통해 기업고객에 더 나은 솔루션을 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며 "AI 특화 솔루션으로 준비 중인 '프로젝트 헬릭스(Helix)'도 매우 고무적으로, 이렇게 빠르게 고객의 수요와 요청에 따라 포트폴리오가 확장되고 비즈니스가 성장하는 것을 처음 본다"고 말했다.
LLM(대규모언어모델)과 관련해 델테크놀로지스는 각 산업군과 업무영역별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화하고 경량화로 비용 부담을 줄여 내재화도 가능한 방식이 앞으로 그 효용성을 높여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정 범용 모델에 의존하기보다는 다양한 모델을 환경과 여건에 맞게 선택·구축할 수 있는 게 더욱 효율적·효과적이란 판단이다.
◇프로젝트 헬릭스, AI 맞춤 포털 솔루션
이 같은 맥락에서 지난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델 테크놀로지스 월드 2023' 행사에서 발표된 게 '프로젝트 헬릭스'다. 델과 엔비디아의 인프라 및 SW가 사전 구성된 풀스택 솔루션이다. 엔비디아 H100 텐서코어 GPU 및 네트워킹을 XE9680·R760xa 등 델 파워엣지 서버를 통해 제공한다. 엔비디아 '네모(NeMo)'를 비롯한 100개 이상 프레임워크와 사전학습모델 및 개발도구가 포함되며, '델 검증 설계'를 통해 기업 고유 AI모델 구축을 지원하는 형태다.
델테크놀로지스에 따르면 향후 생성형AI는 퍼블릭·프라이빗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등 다양한 위치에 존재하게 되므로 데이터의 위치와 프라이버시, 모델의 세부조정과 유지관리 효율성 등을 고려해 온프레미스 또는 단일 테넌트 인프라 접근방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때문에 보다 안정성·보안성을 갖추고 데이터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고성능 데이터센터 인프라가 요구된다.
이와 관련해 델테크놀로지스는 대규모 데이터 처리·관리·보호 관련 컴퓨팅 및 스토리지 역량에 있어 시장을 선도하고 있으며, 데스크톱에서 데이터센터 및 클라우드까지 실제 AI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는 깊이와 폭에서 광범위한 AI 솔루션 포트폴리오 및 에코시스템으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여기에 엔비디아의 가속컴퓨팅과 델의 전문적인 컨설팅까지 결합된 솔루션인 '프로젝트 헬릭스'를 통해 본격적인 AI 수요 공략을 계획하고 있다.
◇"프로젝트 헬릭스, 세계 각국에서 문의해와"
김 사장은 "프로젝트 헬릭스는 기업고객이 자신만의 생성형AI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요소 전반을 제공하는 것으로, 델의 강력한 파트너 생태계도 이를 뒷받침한다"면서 "아직 완성되진 않았고 여전히 개발 중이지만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관련해 수많은 문의를 받고 있다. 이미 한국지사도 전문인력 확보를 진행 중이며, 완성된 버전을 선보일 수 있게 되면 그 즉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델테크놀로지스는 APJ(아시아태평양·일본)지역 AI시장이 연평균 23% 성장, 2026년까지 550억달러(약 74조5000억원) 규모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83%가 온프레미스에 구축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에 회사의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한국에서의 비즈니스 성장에 거는 기대도 크다. 이미 NHN클라우드가 문을 여는 광주AI데이터센터에 XE9680 서버를 공급했다.
◇"국내 기업 AI 투자 놀랄 만큼 빠르게 진행돼"
김 사장은 "한국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는 깜짝 놀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많은 준비 끝에 자체 AI 역량을 보유한 곳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한 대기업과의 만남에서 앞으로 모든 애플리케이션의 인터페이스를 채팅 형태로 바꾸는 것을 고려한다는 말도 들었다"며 "AI 관련해 우리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곳은 미국밖에 없는 것 같다"고 평했다.
이어 "주로 GPU 등 필요한 요소가 다 갖춰야 작업을 시작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나라는 먼저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놓으면서 사업을 진척시키는 모습이다. 대기업들까지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단기간에 괄목할만한 경제발전을 이뤘는지 새삼 느끼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기업들의 도전정신이 살아있기에, 이로써 경쟁력이 높아질 AI는 반도체·이차전지에 이어 우리나라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델테크놀로지스는 올해 AI에 투자한 국내 기업들의 결실이 내년부터 조금씩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AI 기반으로 생산성이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아이디어가 내년에는 더욱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에 따라 관련 시장과 산업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 사장은 "개인적으로는 글로벌 기업에 몸담아왔지만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지니며 그에 맞게 실행해왔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AI"라며 "내년에도 한국델테크놀로지스는 공격적으로 사업과 투자를 진행해 성장세를 이어가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특화된 AI 기술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설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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