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탁드린다" 다섯차례… 협치 띄운 尹대통령

김미경 2023. 10. 31. 19: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대통령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를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국회 의장실에서 열린 국회 의장단, 여야대표, 5부 요인과의 사전 환담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야당을 향한 스타일이 확 달라졌다. 31일 국회에서 열린 내년도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장 입장 때는 물론이고 연설을 마친 뒤에도 민주당 의원들을 찾아가 일일이 악수했다. 연설 첫머리에선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관례를 깨고 가장 먼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거명하며 예우를 했다. 예산안 편성에 대해 야당을 비롯한 국회의 초당적 협력과 협조를 여러 차례 거론했다. "부탁드린다"라는 말도 다섯차례나 했다.

특히 야당을 자극할 만한 문재인 정부 비판 내용은 없었다. 상임위원장들과 식사까지 함께했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 김영주·정우택 부의장님, 또 함께해주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님, 이정미 정의당 대표님,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님,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님, 그리고 여야 의원 여러분"이라고 야당을 예우하면서 시정연설을 시작했다.

국회 의장·부의장에 이어 곧바로 이재명 대표 등 야당 대표를 먼저 언급한 뒤 김 대표를 불렀을 뿐 아니라 원내대표까지 호명했다. 원내대표 역시 민주당의 홍 원내대표 이름을 먼저 거론하며 통상 여야 순으로 호명하는 관례를 깼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민주당의 전면 불참 속에 진행된 첫번째 정부 예산안 시정연설에서는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김진표 국회의장님과 의원 여러분"이라고만 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도 여러 차례 국회의 협조와 관심에 사의를 표하거나 정부 예산안에 힘을 모아달라고 협조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세계 최대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금융, 세제 지원을 통해 반도체와 배터리 분야의 초격차 확보를 위해 힘써왔으며, 그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의 관심과 협조에도 감사드린다. 교권 보호 4법의 개정에 협조해주신 국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하거나 "정부는 국회가 초당적 논의를 통해 연금개혁 방안을 법률로 확정할 때까지 적극 참여하고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위해 의원님들의 깊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리겠다"면서 자세를 낮춰 국회의 협조를 바랐다.

예산안과 관련해서도 "정부가 마련한 예산안이 차질 없이 집행돼 민생의 부담을 덜어드릴 수 있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린다. 170만 명의 기초수급자의 생계급여 인상분과100만 명 대학생과 청년의 국가장학금 인상분 등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를 당부드린다. 아울러, 674조 원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낼 국가 재정 인프라 예산이 적기에 집행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란다"고 재차 당부하고,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재정법, 보조금관리법, 산업은행법, 우주항공청법 등 민생 경제를 활성화하는 법안에 관해서도 의원님들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협치를 청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지금 우리가 처한 글로벌 경제 불안과 안보 위협은 우리에게 거국적, 초당적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당면한 복합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총 7차례 국회를 언급하고 각각 5번씩 '협조'와 '부탁'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협치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해 연설에서 '협조'와 '부탁'은 단 1번씩만 등장했다. '방만 재정' 등 전임 정부 책임론도 거론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연설에서 "정부는 물가와 민생 안정을 모든 정책의 최우선에 두고 총력 대응하겠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 안정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나가겠다"며 경제안정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예산안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본회의장에 들어서면서 이 대표와 눈을 맞추고 악수를 했고, 연설이 끝난 뒤에도 국민의힘 의원들 뿐 아니라 민주당 의원들 사이를 다니면서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또 본회의가 끝나고 나서도 여야 원내대표·상임위원장단과 간담회에 이어 오찬까지 함께 하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국회는 오늘로 3번째 왔지만, 상임위원장들과 다 같이 있는 것은 오늘이 처음인 것 같다. 많은 말씀을 잘 경청하고 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회에 와서 우리 의원님들과 또 많은 얘기를 하게 돼 저도 취임 이후로 가장 편안하고 기쁜 날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우리가 초당적, 거국적으로 힘을 합쳐서 국민의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미래 세대를 위해 새롭게 도약할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간담회를 마치면서도 "여러분들이 아까 간담회 때 하신 말씀은 제가 다 기억했다가 최대한 국정에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이날 진관사에서 마련한 오찬은 길상과 화합의 뜻을 담은 오색 두부탕 및 뿌리채소를 활용한 요리로 구성됐다. 윤 대통령은 오찬 전 참석자들과 함께 사랑재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도 했다.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