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앞에 ‘서울확장론’ 불쑥 던진 여당, 균형발전 포기했나
국민의힘이 서울특별시에 인접 도시를 편입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대상으로 경기 김포시를 꼽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30일 “김포시가 시민들의 의견을 모아 서울시로 편입하겠다는 절차를 거친다면, 우리 당은 시민들 의견을 존중해서 적극적으로 서울시에 편입시키는 절차를 당정 협의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지자체 간 이견이 있을 경우 시간이 지연되는 걸 막기 위해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경기도와 서울시가 반대하더라도 김포시만 찬성한다면 서울에 편입시키겠다는 것이다. 위기에 처한 수도권 총선 전략으로 읽힌다. 지방소멸을 막고 균형발전에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 ‘서울 일극주의’를 부추기겠다는 여당의 뜬금없는 발상에 유감을 금할 수 없다.
이번 사안은 경기도가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설치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면서 불거졌다. 국민의힘 소속 김병수 김포시장이 한강 이남에 위치한 김포시의 경기북부자치도 편입에 반대하면서 ‘서울 편입’을 들고나온 것이다. ‘김포시민의 85%가 출퇴근하고 생활권이 겹치는 서울로 편입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국민의힘 추진 논리다. 여당은 심지어 광명·하남·고양·과천·구리 등 여타 서울 인접 도시의 편입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 이참에 아예 서울을 메가시티로 만들자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우선 ‘김포 시민 85%가 서울로 출퇴근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202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김포 인구(12세 이상) 중 서울 통근인원 비율은 12.7%로, 광명(20.4%)·하남(20.2%)·과천(19.9%)·고양(15.1%)에 한참 뒤진다. 경기도 전체로 따지면 31개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1번째다. 3년 전 조사라고 해도 12.7%가 3년 만에 85%가 될 리 없을 것이다. 여당 주장은 잘못된 사실에 기초하고 있다. 여당이 이처럼 기초적인 사실확인도 없이 허술하게 당론을 추진해도 되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 메가시티’라면 백년대계나 다름없는 장기 국정과제다. 정권 초기부터 치밀한 계획하에 추진해도 쉽지 않은 과제로, 이처럼 불쑥 던질 사안이 아니다.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수도권 판을 흔들어보려는 정치공학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갑자기 튀어나온 여당의 ‘서울 편입론’이 해당 지역 땅값만 들쑤셔 놓을 부작용도 걱정스럽다. 지역 땅주인은 어떨지 몰라도 세입자들이 받을 고통을 여당은 헤아리지 않는 것인가.
가뜩이나 ‘블랙홀’처럼 돈과 사람을 빨아들이는 서울을 더 키우겠다는 발상도 우려된다. 각종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집중은 날로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 과밀화·전력망·그린벨트 등의 문제로도 확장될 수 있다. 국민의힘은 헌법에 명시된 균형발전 과제를 포기하겠다는 것인가. 메가시티론은 서울 대항마를 지역에 키워 균형발전을 꾀하자는 취지인데, 이를 엉뚱하게 갖다 쓰면서 ‘서울 일극주의’로 치닫겠다는 여권의 무신경도 개탄스럽다.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서울확장론’은 당장 폐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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