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분출, 100ml라더니 실제론 수십배?…또 '은폐' 구설 도쿄전력[이정주의 질문]

CBS노컷뉴스 이정주 기자 2023. 10. 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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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패널 : 이정주 기자

[앵커] 매주 화요일, 질문하는 기자 시간입니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다음달 초 3차 방류를 앞둔 가운데 그동안 방류 작업이 다소 순조롭게 진행돼 왔는데요. 최근에 원전 내부 배관 청소 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액체가 분출되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를 오염수 취재하고 있는 이정주 기자 만나서 들어보겠습니다. 이 기자, 지난주에 사고가 발생한 것 같은데 오늘 또 상황 변화가 있는 것 같네요.

[기자] 지난주 25일, 수요일에 후쿠시마 원전 배관을 청소하던 작업자들이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액체를 뒤집어쓴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알프스(ALPS), 다핵종제거설비라고 하죠. 알프스가 전 처리 시설, 후처리 시설 등으로 나눠져 있는데 이 두 곳을 잇는 배관에서 세정수가 호스를 뚫고 뿜어져 나와 작업자 5명이 피폭된 겁니다.

[앵커] 일본 쪽에선 우리 측에 사고 발생 후 바로 연락을 준 건가요.

[기자] 사고 발생 당일에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ALPS 크로스플로우 필터 출구 배관 세정 작업을 하던 중, 작업자 5명에게 배관 세정수가 비산되었다는 내용을 우리 측에 통보했다고 우리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작업원 5명 모두 내부 피폭은 없었고, 다만 2명은 피폭이 됐는데 일정 수준 4Bq베크렐 이하까지 제염이 곤란해 지역병원으로 이송해 지난 28일에 퇴원했다고 합니다.

[앵커] 물론 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거지만, 인명 피해 가능성이 늘 염려되네요. 그런데 퇴원할 정도면 큰 문제는 아닌 듯한데, 추가적인 문제가 있었다고요?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방류 작업. 도쿄전력 제공


[기자] 그렇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도쿄전력 측이 사고 초기 해명과 달리 말을 바꾸면서 논란이 됐는데요. 일단 우리 정부의 브리핑에서 나온 인서트 한번 들어보시죠. 신재식 원안위 방재국장과 박구연 국무 1차장 연이어 듣겠습니다.

[인서트] 신재식 원안위 방사선방재국장
"도쿄전력 측으로 확인한 내용은 5명에 대해서 소위 출구 배관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세정을 하다가 100㎖(밀리리터) 정도 비산이 된 거로 알고 있습니다"

[인서트] 박구연 국무1차장
"그다음에 양도 한 200ml(밀리리터) 정도, 그 정도면 대개 우리 생수병 반 정도 되는 양이거든요. 청소하는 과정 등등의 이유이기 때문에"
 

[앵커] 같은 사고인데 숫자가 다르네요. 앞에선 100㎖라고 하는데, 뒤에선 200㎖로 바뀌는데요?

[기자] 네, 일단 우리 정부가 사고 현장을 직접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도쿄전력 측을 통해 전해 듣는 구조이기에 발생한 해프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 정부가 발표한 이 정보조차 정확하지 않았다는 겁니다.

[앵커] 저것도 틀렸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 NHK보도에 따르면, 분출된 액체의 양이 당초 알려진 수치보다 수십 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현지 언론의 추궁 끝에 도쿄전력은 당초 발표한 양의 수십 배에 달하는 액체가 분출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어제 밝혔습니다. 도쿄전력은 사고가 발생한 지난 25일 당일에는 현장 바닥에 남아있던 액체 양 등에 근거해 분출양이 약 100㎖라고 발표했지만 그 후 인부들의 증언과 흔적 등 추가 조사를 통해 정정한 겁니다.

[앵커] 그런데 상식적으로 봐도 이해가 잘 안되는데요. 사고 현장을 단 10분만 조사해 봐도 액체 용량 정도는 조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죠?

도쿄전력이 공개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설비. 연합뉴스


[기자] 그 부분에 대해선 우리 정부 관계자들 역시 곤혹스러운 분위기인데요. 결국 신뢰의 문제가 불거진 겁니다. 도쿄전력의 이런 은폐 사례는 사실 처음이 아닙니다. 2011년 3월 원전 사고 후 약 2개월 동안 도쿄전력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노심용융(멜트다운)을 부인했는데, 초기에 '노심용융'이 아닌 '노심손상'이라고 설명한 것은 잘못된 것이었다고 2016년에야 뒤늦게 인정했습니다. 또 2019년엔 국제 사회에 처리를 거친 오염수에는 삼중수소만 남는다고 했다가, 세슘 등 방사성 물질이 기준 이상 포함된 걸 알면서도 숨긴 사실이 내부 보고서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올 여름 방류를 앞두고는 후쿠시마 지역 어민들과의 약속도 지키지 않았는데요. 앞서 지난 2015년 8월 도쿄전력은 오염수 방류에 대해 '관계자(어민들)의 이해 없이 어떤 처분도 하지 않는다'라고 문서로 약속했지만 결국 방류를 강행했습니다.

[앵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간에 거짓말로 인해 어떻게 보면 사건이 오히려 커지는 양상인데요. 국내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고요?

[기자] 네, 오늘 민주당 오염수총괄대책위원회 위원장인 우원식 의원이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를 향해 구차한 일본 옹호, 일본 변호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라고 비판했습니다. 우 의원은 "처음에는 100ml 정도의 미미한 세정수가 비산되었다고 밝혔지만 현지 기자의 추궁에 이를 수정하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의도적으로 피해를 축소하기 위한 행위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번 사고는 사고 원전 핵심시설의 관리 부실, 오염수의 위험성, 도쿄 전력의 은폐 조작 의혹 등 총체적인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사고"라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시간 관계상 이 부분 포함해서 수산가공품 원산지 표기 입법 등은 유튜브 뒷담에서 이어가겠습니다. 이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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