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대표 일 관여 않겠단 인요한, 그럼 뭘 혁신할건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지난 30일 “대통령과 당대표 일에 관여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여당과 대통령실 관계 개선을 혁신위 역할로 제기하자 “월권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여당이 ‘용산 출장소’ 소리를 듣는 수직적 관계를 청산하는 게 혁신위 최대 과제라는 여론과는 거리가 멀다.
인 위원장의 첫 처방전은 통합과 쇄신이었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사당으로 전락한 집권여당 위상을 높이라는 요구가 쏟아졌고, 인 위원장은 “대통령과 거침없이 대화하겠다”고 화답해 쇄신 기대를 높였다. 기대를 현실화하려면 당이 국정기조 변화를 이끌고, 대통령의 당무·선거 개입을 차단하는 방안이 나왔어야 한다. 그런데 출발부터 한계를 운운하고 ‘월권’을 앞세우는 무력한 대응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인 위원장의 말 뒤집기도 도마에 올라 있다.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촉구하며 “낙동강 하류 세력은 뒷전에 서야 한다”(10월23일)고 했다가 “농담”이라 했고, “괜찮은 스타 의원들이 서울로 오는 게 상식”(10월28일)이라더니 “오보”라고 부인했다. 이준석 전 대표·홍준표 대구시장 사면을 선언했지만 당사자들 반발에 부딪혔다. 특히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관철”을 약속하면서도 이를 반대했던 김재원 전 최고위원을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 5·18 정신을 훼손한 김 전 최고위원 사면이 무슨 혁신이란 말인가. 여당 혁신이 이토록 가볍게 오락가락해서 되겠는가. 영남 중진 험지 출마·사면 카드가 대통령 측근들의 공천 활로 이벤트라는 지적말까지 나오는 걸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집권여당 혁신은 국정과 연관돼 있어 범위도 넓고 엄중하다. 여당 체질을 바꾸고, 당과 대통령실의 수직적 관계를 바꾸는 길이라면 ‘인요한 혁신위’가 나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 보여주기식 행보, 대통령실에 쓴소리 한마디 못하는 혁신위라면 뭘 혁신할 수 있을지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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