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신흥국과 협력, 우주개발 리더십 시험대
뜨거운 햇빛과 풍부한 석유 자원으로 부족한 것이 없어 보이는 중동의 부국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레이트(UAE)는 최근 앞다투어 우주탐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UAE는 과거 한국으로부터 위성기술을 배웠지만, 한국보다 먼저 화성 탐사선을 보내고 달 표면 로버 개발에도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작년에는 아르테미스 약정에 서명하였으며, 올해 6월에는 우주위원회를 우주청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우주과학과 우주자원 탐사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 만난 이 나라들의 우주청 사람들은 한결같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 세계적 탈석유 움직임에 대응해 석유 중심 경제 체질을 변화시키기 위해 우주자원 탐사와 우주기술을 이용한 기후환경 감시 등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특징적인 것은 이들 중동의 우주 신흥국은 미국 중심의 아르테미스 협정에도 참여하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와의 협력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것이다. UAE와 사우디 현지에서 만난 많은 젊은이들은 우리와 한국말로 인사도 하고 한국 문화에 익숙하며, 특히 우주 분야에서도 한국과 함께 공동연구를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있었다. UAE는 작년 일본의 민간업체에 소형 로버를 탑재하여 발사하였으나 달착륙에 실패하였는데, 그 후속인 라시드-2(Rashid-2) 로버 임무 수행을 위해 현재 한국천문연구원과 적극적으로 협의에 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과기정통부 주도로 우주개발 및 우주탐사를 위한 다양한 우주 국제협력을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부터 미국 NASA와의 협의를 통해 한국의 과학 탑재체 4종을 개발, 이를 미국 달 탑재체 서비스(CLPS) 업체를 이용하여 달표면에 운송하는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첫 번째 탑재체인 루셈(LUSEM)이 지난 9월 미국 업체 인튜이티브 머신즈(Intuitive Machines)사에 보내어져서 현지 테스트를 마치고 2024년 발사를 기다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 발사한 달 궤도선 '다누리'는 달 극지방의 영구음영지역을 촬영하기 위한 NASA의 탑재체 섀도우캠(ShadowCam)을 탑재하고 있으며, 현재도 NASA와의 협력을 통해 과학연구를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호흡이 긴 발사체나 우주탐사 사업을 꾸준히 국가적 지지를 받으며 결과를 내는 나라가 많지 않은데, 한국은 중동의 우주 신흥국 뿐 아니라 우주를 꿈꾸는 많은 나라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자 협력 희망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우주탐사, 그리고 우주개발은 다가오는 우주세대의 활동 영역을 확장해주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자, 과학·기술적, 경제적 차원에서 우리나라가 한 걸음 더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추진해야 하는 중요한 과제이다. 그러나 우주는 너무나도 넓고 광활하여 우리의 힘만으로 탐사하고 개발해나가기에는 한계가 있기에, 미국 등 주요국의 우주탐사 흐름에 적극 가담해 우주개발 선도국의 대열에 동참하고, 그들과 함께 발맞춰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우리가 앞으로 글로벌 우주개발 중추 국가로서 위상을 제고하고 우주라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에서 더 많은 기회를 창출해 나가기 위해서는, 우주개발 선도국들과의 협력뿐만 아니라 신흥국과의 우주 협력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할 것이다. 사우디와 UAE와 같이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구조의 급격한 개편 필요성이 있거나,
주요국과의 우주탐사 협력에 직접 참여하기 어려운 국가들에게 실질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면 우리나라만의 추가적인 역할을 모색하고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설립될 우주항공청이 앞장서서 우주 신흥국과 더욱 긴밀하게 협업하고, 국가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우주기술 개발과 함께 미래 세대에게 꿈과 비전을 심어줄 수 있는 도전적 우주탐사 기회와 성과를 만들어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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