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9호로 옥살이... 법원 "피해자 유족에 1.7억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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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옥살이를 했던 고인의 유족에게, 국가가 억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직무 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A씨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구금돼 수사 및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복역함으로써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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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조치 9호를 위반해 옥살이를 했던 고인의 유족에게, 국가가 억대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29단독 김병휘 판사는 사망한 A씨의 배우자 B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A씨는 1970년대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2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978년에는 대구에서 벌어진 10·1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책 '건국전야의 비화'를 4,000부 제작해 징역 1년 6개월을 확정받았다. 출소한 뒤 1979년에는 박정희 정권을 비판하는 내용의 구국선언서 등을 낭독해 유언비어를 유포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다만 같은 해 긴급조치 9호가 해제되면서 대법원이 면소 판결을 내린 덕분에 A씨는 석방됐다.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을 부정·반대·왜곡·비방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지하는 조치로 박정희 정권이 1975년 선포했다.
사망한 A씨는 2018년 1월 재심을 통해 무죄를 확정받았다. 당시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처음부터 위헌·무효여서 공소사실이 범죄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A씨 유족 등은 이후 1억7,500여만 원의 형사보상금을 받았다. 형사보상은 국가가 수사, 재판 등을 형사사법권의 행사를 잘못하여 부당하게 미결구금이나 형벌의 집행을 받은 피해자에게 국가가 손해를 배상하는 제도다. 유족은 나아가 2021년 1월 국가를 상대로 2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이번에 재판부는 국가가 총 1억7,500여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의 발령부터 적용·집행에 이르는 일련의 국가작용은 전체적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여 직무 행위가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며 "A씨가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체포·구금돼 수사 및 유죄 판결을 선고받아 복역함으로써 정신적인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A씨 유족 측의 위자료를 3억5,000만 원으로 산정했지만, 형사보상금 1억7,500만 원을 빼고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박준규 기자 ssangkka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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