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석의 축구 한 잔] 김포의 PO 참가 승인, 향후 한층 더 칼 같아야 할 K리그 클럽 라이센스 제도

김태석 기자 2023. 10. 3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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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 김태석의 축구 한 잔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난 25일 2023년도 제2차 이사회를 통해 경기장 규격 때문에 문제가 된 김포 FC의 승강 플레이오프 자격을 조건부로 인정한 바 있다.

내용을 살피면, 프로연맹은 현재 5,000석 규모인 김포의 안방 솔터축구경기장의 관중석을 내년 4월까지 K리그 경기규정에 따른 K리그1 최소기준인 1만 석 이상 증축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여 승강 플레이오프 자격을 주기로 했다. 프로연맹은 김포시가 제출한 관중석 증축 계획을 검토해 내년 4월까지 증축공사를 하여 K리그1 경기장 관중석 조건을 충족시킬 것을 조건으로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 및 승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이번 이사회 결정을 설명했다.

김포 승격 자격과 관련한 논쟁, 필요했다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그리고 당당히 성적으로 나름의 자격을 갖춘 김포를 위한 승격 가능성 여지를 확보해준 결정이었다. 아무래도 순위표만 보는 팬들의 눈에는 김포에게 승격 여지를 열어준 것이 온당한 판단으로 비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현장 실무자들에게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온다. 혹시 모를 상황을 피하고자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별 거 아닐 수 있는 여러 가지 요건도 맞추기 위해 노력하는데 이렇게 '봐주는' 상황을 만들면 어찌하느냐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이러한 논쟁은 결국 클럽 라이센스와 귀결된다. 클럽 라이센스는 더 우수하고 수준 높은 리그 환경을 만들어나가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다. K리그 모든 팀들이 준수하고 지켜야 할 자격 요건이며, 프로연맹은 승격 여부 혹은 승점 삭감 등 강제 조항을 통해 이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클럽 라이센스가 없던 시절에도 리그를 잘 운영해왔다는 반박이 있을 수 있으나, 이렇게 특례가 주어지는 상황이 자꾸 빚어지면 더 건강하고 나은 리그를 만들자는 제도 시행 취지가 크게 퇴색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 논쟁은 비단 김포의 자격 여부를 떠나 언제든 한번은 거쳐야 할 단계였다고 본다. 그간 팀 수 증가에 주력했던 K리그의 여건상 피할 수 없는 문제였다.

U-15팀 없다고, 1만 석 안 된다고, 지붕 작다고… 정말 칼 같은 日 클럽 라이센스

K리그 클럽 라이센스의 중요 참고가 된 J리그 클럽 라이센스 사례를 보자. 일본의 경우에는 굉장히 빡빡한 클럽 라이센스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2023시즌에는 J3리그에 속한 두 팀이 문제가 됐는데 이 사례를 소개한다.

첫 번째는 33라운드가 종료된 현재 2023시즌 일본 J3리그에서 5위를 달리고 있는 FC 오사카의 사례다. 이 팀은 한때 J2리그 승격 순위인 2위에 근접하며 승격 가능성이 점쳐지기도 했으나, 지난 10월 24일 J리그 사무국은 FC 오사카에 J2 클럽 라이센스를 발급하지 않았다.

따라서 2위 이내 성적을 거두어도 내년도 J2리그에 승격하지 못한다. 이런 결정이 내려진 이유가 굉장히 흥미로운데 성적을 낸 A팀과 일절 관계가 없다. 선수 육성을 위해 클럽마다 갖춰야 할 유소년 육성 체계 중 U-15팀이 없어서 승격 자격을 얻지 못했다.

두 번째 사례는 역시 J3리그에 속한 가고시마 유나이티드다. 현재 2위를 달리고 있어 J2 승격이 유력시된다. 가고시마 유나이티드는 창단 후 경기장 문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에서 어찌 보면 김포의 사정과 굉장히 흡사하다. 그리고 실제로 이 문제 때문에 지난 2016년 J2리그 승격을 위한 클럽 라이센스를 발급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성적을 내도 상위 디비전으로 올라가지 못하는 일을 경험한 것이다.

당시 사정은 이렇다. J2 클럽 스타디움 요건 중 두 가지가 문제가 됐다. 첫째는 J2 승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1만 석을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고시마시가 유치한 일본전국체전 때문에 스탠드 중 일부를 개보수해야 할 일이 발생한 게 화근이었다. 이 때문에 실제 가고시마 유나이티드가 쓸 수 있는 관중석이 5,386석 밖에 되지 않았다. 이걸 문제 삼은 것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전체 관중석 중 최소 1/3을 가릴 수 있는 장내 지붕 설치가 필수 요건인데도 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참고로 이 지붕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못했다.

가고시마 유나이티드의 경기장 지붕 문제는 지금도 진행형인데, 얼마 전 J리그 사무국에서 조건부로 J1 클럽 라이센스를 발급했다. 안방인 가고시마현립 가모에키 육상 경기장, 별칭 '백파 스타디움'의 총 관중석 규모는 1만 5,444석이다. 이중 지붕이 덮힌 쪽은 본부석 1,075석에 불과하다. J리그 사무국에서 요구하고 있는 1/3 조건을 여전히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런데도 J리그 사무국은 조건부로 클럽 라이센스를 발급했는데 꽤나 조건이 빡빡하다. 만약 가고시마 유나이티드가 2024시즌 J1으로 승격할 경우 오는 2026년 6월 말까지 장소·예산·정비 내용을 갖춘 구체적인 경기장 정비 계획을 J리그 사무국에 제출해야하며, 2028년 6월 말까지 공사 완료해야 한다고 강제했다.

단, 공사완료 기한과 관련해서는 2028년 말까지 예외 신청하고 이것이 인정될 경우 2032시즌 개막 전날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클럽 훈련 시설에도 조건을 부여했다. 2024시즌 J1리그로 승격한다면 2026년 6월 말까지 공사 완료를 해야 하며, 진척 과정은 수시로 J리그 사무국에 보고하도록 했다.

객관적 전력상 J3 클럽인 가고시마 유나이티드가 내년 J2리그로 승격하자마자 다시 J1으로 승격할 가능성은 그리 크진 않다. 하지만 혹시 모를 가능성에 대비하고자 J리그 사무국에서는 철저하게 시일까지 정하며 로드맵을 강제로 따르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가고시마 유나이티드는 아무리 좋은 성적을 내더라도 J1 승격을 이룰 수 없다. 이러한 대처는 불과 얼마 전까지 김포의 승격 가능성에 무덤덤하게 대처하다 부랴부랴 이사회 결정으로 유예 결정을 한 K리그의 상황과 크게 대비된다.

승격 여부 상관없이 내년 4월까지 1만 석 무조건 이행해야

앞서 소개했듯 김포는 내년 4월까지 K리그1 경기장 관중석 조건을 충족시킨다는 조건으로 승강 플레이오프 참가와 승격 조건을 허락받았다. 솔터축구장의 경기장 상황을 볼 때 가변석이라도 놓아서 1만 석을 놓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긴 하나, 그건 차치하겠다.

중요한 건 승격 여부와 상관없이 김포가 이 유예 조건을 반드시 달성해야 한다는 점이다. 혹 올해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격에 실패하면 1만석 증축 공사는 다음에 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만에 하나 내년에 김포가 다시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경우, 이 불편한 논쟁을 또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실무적 측면에서 난관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겠지만, 김포는 이 숙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프로연맹도 스타디움 규격을 비롯한 클럽 라이센스 적용 강도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클럽 라이센스와 관련한 문제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논의하고 이사회 결의로 해결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못하다. 클럽 라이센스는 규격에 따른 면허 발급인 만큼, 그때그때마다 누군 되고 누군 안 되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사무적 관점에서 정해진 기준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라이센스를 발급받지 못하도록 조치하는 게 훨씬 낫다. 그래야 구성원들 사이에서 볼 멘 소리가 안 나온다. 물론 아직은 한국 축구계 정서와 맞지 않는 일일 수 있다. 하지만 제도를 도입했으면 취지에 맞게 시행해야 한다. 배려하기 위해서라는 선한 잣대가 자칫 논란거리가 될 소지가 있다. 이런 상황은 피해야 한다.  

글=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가고시마 유나이티드, FC 오사카 소셜 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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