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학 칼럼] 내년 총선은 尹대통령에겐 어웨이 경기다
내년 4월 총선은 여당에겐 불리하다. 축구 경기라면 어웨이 경기다. 윤석열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홈을 떠난 어웨이 경기에선 분위기상 수세에 몰린다. 관중이 홈팀을 일방적으로 응원해서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승리로 끝난 대선 직후에 치러진 지방자치선거는 홈 경기였다. 자살골을 먹지 않는 한 무난히 이기는 선거였다.
문재인 정부는 후반기인 지난 21대 총선에선 코로나 K 방역에 대한 일종의 언론플레이로 재미를 봤다. 이런 특이한 경우 말고는 역대 정권이 중간평가 선거에서 이긴 적은 드물다.
윤석열 정권이 내년 총선에서 필승하려면 이재명의 더불어민주당보다 몇배 더 혁신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상대방이 제발 혁신하지 말고 헛발질을 계속하기를 속으로 바란다. 이런 미련을 국민의 힘은 버려야 한다. 힘든 원정 경기에 나서려면 자강(自彊) 밖에 없다. 야당과 비슷한 정도의 혁신을 했다간 어웨이 경기에서 백전백패다. 유권자라는 심판은 집권당에게 "달라진 게 뭐냐"고 묻는다. 정권을 빼앗아줬더니 자기네끼리 해먹는다는 견제심리에서다.
국민의 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TK(대구·경북) PK(부산·경남) 스타의원들이 험지인 서울에 출마해야 한다"며 3국시대 백제의 계백 장군처럼 장렬하게 처신하라고 주문했다. 구체적으로 김기현 대표, 주호영 의원을 언급했다. 이 정도로는 혁신의 강도가 약하다. 김기현 대표 같은 여당의 기득권 주자들은 아예 사지(死地)로 가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호남정당의 간판을 달고 부산 총선에 출마했듯이 말이다. 그래야 어웨이 경기장의 관중들은 홈팀(야당)이 아닌 원정팀(여당)에 박수를 칠 것이다.
일시적으로 팀닥터 역할을 맡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말고도, 선수로 뛸 국회의원 후보를 개방해야 한다. 위에서 내려보내거나 밀실에서 정한 후보가 아니라 오로지 유권자 심판을 통과할 실력파 후보를 찾아야 한다.
내년 총선 포스터에 등장할 얼굴도 중요하지만 정치 행태를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뛰는 선수를 갈아봤자, 더 나은 실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헛수고다. 축구로 치면 글로벌 실력으로 높이지 않으면 북한과 동남아국가 수준에 머무른다. 손흥민 선수 같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수준의 실력을 보여줘야 한다. 국회의원 특권을 선진국 수준으로 내려놓겠다는 정도의 환골탈태 혁신안을 내놔야 한다.
혁신은 기득권의 포기로부터 출발한다. 대한민국에서 기득권력의 정점은 대통령이다. 우리나라는 제왕적 대통령제다. 대통령은 5년간 '정치 오너'란 왕검을 쥔다. 문재인 전대통령은 조작된 집값통계를 보고받고 "집값이 안정됐다"며 무주택 서민에게 염장을 질렀었다. 참모들은 탈원전의 경제성까지 조작했다. 대통령 뜻에 거슬리는 직언을 하기 힘든 권력구조에서 나오는 폐해다.
용산의 윤석열 대통령은 정의감에 불타는 법치의 수호자 역할을 넘어서야 한다. 정치력을 발휘하는 타협의 마술사가 돼야 한다. 타협은 '지는 게 곧 이기는 것'이라는 양보에서 출발한다. 비겁하게 이재명의 불법혐의를 용인하라는 게 아니다. 야당이 주장하는 민생정책을 몇 개 수용하는 대신 연금, 노동, 교육개혁을 관철시키면 된다. 일당 독재가 아닌 이상, 민주국가에서 주고 받음 없이 어떻게 다양한 민심을 반영할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는 대통령선거부터 승자독식 구조를 띤다. 의원내각제로 연립정권 내지 연합정책을 펴는 선진국을 배워야 한다. 윤 대통령은 정치권 입문 후 몇 달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만약 총선에서 진다면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빠른 '식물 대통령'이 될 수 있다. 초스피드로 대권을 쥐는 바람에 자만과 오만, 착각에 빠져 있다는 인식을 유권자에게 심어줬다면 인식 변화의 기회는 내년 4월까지다.
한때 경제학자로 여의도에 입성했던 윤희숙 전 의원은 저서 '정치의 배신'에서 "정치가 안 바뀌면 정책도 의미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코피가 터지도록 뛰고 있다. 이런 노력을 내년 봄에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혁신의 출발선상에 서야 한다.이사 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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